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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산책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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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를 프로답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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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제5회 LG배 세계기왕전 결승 5국이 열린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 2층의 오후 5시.반상은 종반, 분위기는 역전 무드.해설도 검토실의 의견도 한때 유리했던 이세돌 3단(흑)의 우세설을 조심스럽게 부인하고 이창호 9단의 우세를 예상하고 있을 때.
이런 경우 검토실의 분위기는 약간 맥이 빠지게 마련이다.종반에는 누구보다도 강한 이창호.그가 약간이나마 두터운 종반을 맞이하였기 때문이다.게다가 두 기사 모두 초읽기에 몰린 상황.
그러나 일순 검토실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기보를 보자.형세가 불리한 이3단이 흑1,3의 승부수를 두었던 것이다.백설처럼 환한 보름달 밑에서 그림자를 뒤척인 것.백척간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고나 할까.검토실에 모인 기사들이 모두 아연실색.이세돌의 기백과 배짱에 놀란 때문이다.형세가 약간 불리한 정도인데 저렇게까지 둘 필요가 있는가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약관도 못된 18세의 이3단의 승부배짱에는 그저 감탄할 뿐.
얼마 후 바둑은 끝났다.그날 프로들의 마음속에 남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이창호의 우승?
아니다.그것이 아니다.이세돌의 패배였다.천하의 이창호에게 조금도 주눅들지 않고 팽팽한 접전을 벌일 수 있다는 그 사실도 중요하지만,스스로 사지(死地)에 몸을 던질 수 있는 그 기백이야말로 이번 승부에서 이세돌이 얻은 것이다.아니,이미 그는 가지고 있었고 우리는 그것을 이번에 좀더 극적으로 보았을 뿐이다.
그는 우리에게 다시 한 번 일깨워주었다.프로는 한판 승부로 인생을 거는 것이 아니다.프로는 일생을 통해 프로의 길을 간다. 그렇다면 프로는 프로다운 그 무엇이 있어야 한다.비록 이창호가 이겨 뉴스감도 못된다고 하겠지만,그렇지 않다.바둑의 내용을 볼 때 프로의 세계에서는 뉴스감이다.누가 이세돌 만큼 대담할 수 있겠는가.그의 밝은 미래가 패배 속에서도 환히 드러난다.
(2001.5.24 / 문용직 프로四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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