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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산책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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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풍은 기사 성품의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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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은 제7회 삼성화재배 세계기전이 열린 날.한국기원 2층은 프로들로 만원이다. 중국과 일본,대만에서 건너온 프로들과 한국 기사들이 모두 합하여 154명.언어도 영어까지 합해 4개이니 시끌법석할 만도 하다. 필자는 이제 필자의 상식 중 하나를 수정하여야만 할 것 같다.바둑에 관한 상식은 대부분 부정확하다고 그 동안 큰 소리를 쳤건만.
필자는 기풍을 정의하기를,기사들의 본성에서 그리고 성격에서 연유한다고 보지 않았다.기풍은 자주 변하는 것.그러므로 기풍은 후천적으로 바둑의 무엇을 알게 되었는가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았었다.즉,기풍을 구성하는 요인은 바둑에 대한 이해의 수준이라고 보았었다.
세력에 대해서 배우면 세력바둑을 둘 것이고,실리에 대해서 알면 실리바둑을 둘 것이라고.바둑에는 ‘이것이다’ 라고 하는 답은 거의 없으며,바둑이란 ‘이런 것이다’ 라는 안목이 기풍을 결정한다고 보았었다.그러나 이제 그 견해를 상당 부분 수정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8월21일 한국기원 4층의 본선 대국실.조훈현 9단과 유창혁 9단(흑)의 패왕전 1국이다.치열한 바둑으로 쌍방 거의 4시간 가까이 썼던 시합인데,초점은 흑1(실전의 67).한마디로 두터운 수이다.A와 B가 더 크건만.
이를 본 양재호 9단.“성격대로 둔단 말이야” 무슨 뜻인가고 물었더니,평상시의 대범함이 반상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는 것이다.그래 필자는 앞의 이유를 들어 반박했다.그러자 양9단도 반박.입단 전이야 그렇지만,입단 후 기풍이 변하는 것을 자주 본 적이 있느냐고.아마추어와 달리 프로는 알 것은 다 알고 있는 것.기풍이란 성격은 물론 생활을 떠나서도 생각할 수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그럴 만도 하다.우리가 생활에서 어떠어떠한 행동을 하면,우리는 그것을 그 사람의 거울로 본다.거울은 그 사람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고.바둑이라고 다르겠는가.삶을 바라보는 안목이 성격이고,그 성품은 대부분 타고나며 어릴 적에 형성된다.바둑이라고 과연 다르겠는가.
순간 돌아보게 되는 나의 바둑과 나.나는 바둑을 적당히 실리를 챙기면서 두지 않았는가? 눈앞의 이익에 서두르고 장래를 내다보는 속깊은 수는 버리지 않았던가.보통 사람의 행동이 본래 엷다는 것이 변명이 될 것 인가.
(2001.9.6 / 문용직 프로四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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