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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산책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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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줄 바둑도 세상에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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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서지가(書誌家) 안영이 선생이 귀가 번쩍 뜨이는 말씀을 하나 하셨다.35줄 바둑도 실험한 적이 있었다고!
1996년 일본 도야마현(富山縣)은 제11회 국민문화제의 일환으로 바둑대회를 개최하는데 가로 세로 35줄의 바둑판을 시도하였다.35줄이라!얼마나 막막할까,그 앞에 서면!당시 ‘북일본신문(北日本新聞)’에 대서특필된 광고 문구는 그럴 듯하다.‘유현미답(幽玄未踏)의 세계에 도전하다!’
제1착을 어디에 두어야 할까?에라 모르겠다 하고 아무 곳에나?기보에서 보듯 천원(天元)에 두었다(백4는 우상귀 8의 八, 백6은 우하귀 7의 七).9월 29일부터 장장 8일간에 걸친 대국은 애기가들이 각자 한 수씩 두었고,마지막 날 끝내기는 프로들이 마무리했다.955수 끝,백 2집 승.
그런데 묘한 것이 역시 홀수로 반상의 씨줄과 날줄을 맞추었던 것이다.왜 34줄이나 36줄이 아니었을까?물론 당시 도야마현 행정구역에는 35개의 시(市)와 초(町)와 손(村)이 있었기 때문이다.그런데 만약 34개나 36개의 시,초,손이 있었다면?그러면 34줄이나 36줄의 바둑판을 그렸을까?
왜 우리 인간은 짝수의 반상에 대해서는 아예 상상조차 못하는 것일까.천원이 없어서?그래서 균형감이 사라져서?9줄,11줄 바둑판은 존재한다.그러나 10줄,12줄의 반상은 어디에도 없다.다양한 모형에 대해 연구하는 분들도 짝수로 이루어진 반상에 대해서는 아이디어가 없는 듯하다.왜 그럴까?
35줄 반상에서 첫수를 천원에 두었다는 것은 인간 심리의 한 측면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바둑을 모르는 어린 아이들도 제1착은 천원에 놓지 않던가.인간 심리에 무지한 필자는 이 문제를 깊이 탐구할 자신이 없다.하지만 다음과 같은 실험은 어떨까.18줄이나 20줄 반상을 만들어서 두어보는 것이다.여러 사람들이 단 한 판이 아니라 계속해서 여러 판을.그리고 각자의 느낌을 기록하는 것이다.어떨까,혹시 흥미있는 그 무엇이 발견된다면?그 어떤 느낌이든 그것은 진정 놀라운 무의식의 자각이 되지 않을까?
짝수의 반상에서 얻어진 것은 그 무엇이든 바둑을 넘어선 발견이 될 것이다.
( 문용직 프로4단 2002.06.0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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