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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산책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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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깝다, 조혜련 3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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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깝다,조혜련 3단!농심배 국제대회,그 어려운 대표선발전에서 마지막 벽을 넘지 못하다니.유창혁 9단을 257수까지 가는 격전 끝에 반 집을 남기며 넘기까지 했는데,그만 최종 결승에서 윤현석 7단에게 무너지다니.둥근 안경 너머로 까만 눈동자가 반짝이는 17살 깜찍한 볼 붉은 소녀,조혜련.
현재 188명의 한국기원 기사 중에서 여류는 16%인 30명에 달한다.1989년 1명에 불과했던 여류가 장족의 성장을 이룬 것이다.이 발전은 한 마디로 정책의 성공.1990년 한국기원은 15년만에 여류입단대회를 부활시켰다.그 후 1년에 두세 명씩 입단시켜 이제 30명으로 늘어난 것.그 중에는 대만의 장정핑도,미국인 제니스 김도 있으며,4년 전에는 중국을 떠나 일본과 미국에서 떠돌던 중국의 루이 9단도 받아들였다.문호를 널리 개방한 것이다.
흥창배 국제기전이나 여류명인전,여류국수전,여류최고위전 등 여류만을 위한 기전을 만들어 여성들의 무대를 넓힌 것도 주효했다.
이제 그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조3단이 예선 결승에서 좌절된 것은 아쉽기 짝이 없지만,2년 전 이지현 2단의 기성전 본선 진입 못지 않은 성적이라 본다(루이 9단을 예외로 한다면).앞으로 여류들은 그들만의 대회가 아닌 본격 기전에서도 성적을 낼 것이며,조만간 더 이상의 그들만의 대회는 필요가 없게 될 것이다.
그 증거는 여성이 소극적이지 않으며 적극적이라는 점에서 얻을 수 있다.기보를 보자.유창혁 9단(흑)과 맞선 조3단의 백1,3,5는 대단한 배짱.백1은 두점머리를 스스로 자청하는 나쁜 행마라 프로의 뇌리에는 선뜻 떠오르지 않는 감각.그러나 이 장면에서는 적절했다.우변은 흑에게 양보하였지만 상변에서 기선(機先)을 잡았다.한 마디로 대범하고도 힘찬 자세.
반상에 나타난 자신만만한 행마는 그동안 현실에 억눌려왔던 여성들의 진정한 내면일 것이다.따라서 비록 오늘은 졌지만 현실을 이기기 시작한 진정한 날은 바로 오늘이라 할 수 있다.이제 반상에서의 남녀 차별은 자칫하면 역차별이라는 반발도 따를 듯하다.그 때가 즐겁게 기다려진다.
문용직<프로4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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