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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산책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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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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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에 대한 세간의 평가 하나는 100점 짜리 뛰어난 수도,50점 짜리 허망한 수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평균하여 80점 정도의 수를 꾸준히 두며,바로 그 때문에 바둑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고 한다.
과연 그럴까?그 평가는 틀리지 않지만 필자는 하나를 덧붙이고 싶다.이창호뿐만 아니라 다른 누구도 한 판의 바둑에서 수준의-그것은 언제나 유동적이지만-편차는 그렇게 크지 않다.바로 그것이다.
물론 예외 또한 없지 않다.얼마 전 아마 3단과의 한 판이 기억난다.기보를 보자.하변에서 중앙으로 뻗은 흑 대마가 두 집이 없는 형국.상변으로 자유롭게 고개를 튼 백 대마만 산다면-설마하니 죽을까- 흑은 항복을 선언해야 할 판국.필자의 마음은 느긋하다.상대는 5점 하수.상변은 한 여름의 들판처럼 활짝 열려져 있고 백의 자세는 허물이 없다.
바로 그 때이다.시간과 공간이 백에게 기울어져 있다고 느낀 바로 그 순간이다.흑1이 떨어진 것은.그런 수가 있었나?귀수(鬼手)!아마 3단이 두었다고는 믿어지지 않는 수!백2는 부득이하다.3에 두고 싶지만 흑A,백B,흑2,백C,흑D,백E,흑F로 백이 무너진다.따라서 백2는 절대.흑3으로 백은 갇혔다.남은 것은 하변 흑과의 수상전.
흑1은 프로 바둑에서도 드물게 접할 감각.프로라 할지라도 흑이라면 흑1이 아니라 3을 착상,백1,흑A,백E로 끝날 바둑.
그렇다면 물을 것이다.이 사례는 앞서 필자의 주장에 반증이 되지 않느냐고.그러나 이 사례는 하나의 예외이며,어떠한 패턴도 예외는 가진다.중요한 것은 예외로서 보편적 패턴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앞서의 기보에서도 흑1 한 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착수가 아마 3단의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어느 한 분야만 강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강약의 선후는 존재한다.포석이 강해지고 싶은가?그러면 사활을 공부하라.포석의 논리도 중반의 감각도 예리하게 될 것이다.수를 읽어내는 논리적 능력이 모든 것의 기초이기 때문이다.
(문용직 프로4단 2002.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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