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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산책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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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세판단의 모호함 그 인간적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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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가장 연약할 때가 집단 속에 있을 때라던가.
그렇다. 바둑의 세계에서도 인간은 집단 속에서 가장 크게 흔들린다. 지난 10월25일 오후 중국 베이징에서다. 제4회 농심배 국가대항전 제4국. 생중계 해설은 필자가 하였는데,필자가 잘 두어서가 아니다. 기본적이고 간결한 검토는 필자가 하지만 도움도 필요하다. 바로 옆에 검토실이 있어서 잠깐 잠깐 귀동냥도 하며 난해한 건 물어도 본다. 난해한 것? 그건 바로 형세판단.
오늘의 문제는 다음과 같다. 해설 중에 누가 유리한지를 애기가들이 자꾸만 묻는 것이다. 미세하다는 정도의 답변에는 만족하지 않는다. 모호함,그 불안을 싫어함이- 그래서 권위 있는 답을 구하지만- 눈에 보인다. 그래,검토실로 뛰어간다. 한·중·일 기사들이 자리를 함께 하는 검토는 역시 미세하다는 답을 준다. 아니,흐름으로 보아서 백이 별로 좋지 않다고도 한다. 흑이 다소 두텁다는 것이 주류(主流).
그러나 형세에 대한 판단은 자꾸만 엇갈린다. 흑과 백이 약간의 실수를 주고받는 때문이기도 하지만 필자가 보건대 이유가 하나 더 있다. 검토는 집단적인 행위이다. 개인은 그래서 흔들린다. 함께 하건만 자신의 뚜렷한 주관을 확인하는 건 자신을 포함한 집단에게 의지한다.
대국이 끝나 대국자에게 물어보면 그 판단은 검토실과는 또 거리가 있다. 누가 옳은가? 알 수 없다. 그러나 ‘인간은 집단 속에서 가장 연약하게 된다’는 명제를 받아들인다면 홀로 된 개인만이 가장 강할 수 있다. 다시 한 번 형세를 검토하는 기회를 대국자와 검토실 모두가 갖는다. 그 때 검토를 주도하는 이가 대국자인 연유도,대국자의 판단이 존중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역시 흔들린다. 대국자도 이젠 집단 속으로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이윽고 검토가 끝나면 개인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찾아오고,기사는 자신의 그림자를 내려다보며 홀로 돌아보는 순간을 맞는다. 고독한 시간.
다음 기보는 바로 그 날의 그 순간 그 국면. 애기가 여러분의 형세판단은? 다행히도 여러분은 개인,바로 그 고독한 인간의 자리에 서 있다.
(문용직 프로4단 / 2002-11-05 )
○... 관련기보는 박영훈 3단의 제4회 농심배 4연승 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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