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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산책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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名人의 바둑과 프로의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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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에 필자의 20대를 사로잡은 오청원 선생의 ‘명국세해(名局細解)’라는 작은 책자가 있었다. 흥미진진한 소설을 따라가듯 단아한 해설을 따라 명인들의 기보를 감상하는 그 즐거움이란!
요즘은 그런 아름다운 해설은 찾아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대신 시대를 반영해 인터넷을 통한 실시간 해설이 인기다. 여기에 아마추어의 의문이 하나 들려온다. 가령 이창호 9단이 바둑을 두었다 하자. 현재 이9단이 세계1인자라는데 이견이 없으므로 누가 해설할 수 있을까? 어렵지 않을까?
물론 어렵지 않다. 비록 이9단이 명인이긴 하지만 프로라면 누구나 정도껏 해설을 할 수 있다. 이9단만큼 수를 멀리 보진 못하더라도,형세판단의 정확성에 차이는 있을지라도,설명에 큰 무리는 없다. 그 정도는 된다,현재의 프로 수준은. 필자는 어떨까? 자신이 있을까? 필자의 올해 승률은 15%. 누군가 넌 프로 그만 두어라 해도 할 말이 없는 성적. 그렇다. 그건 그렇다 하자. 그러나 해설은 할 수 있다.
지난 9월6일 필자는 이창호 9단과 위빈 9단의 제1회 도요타덴소배 준결승전을 해설했다. 무난했을까? 쉽진 않았지만 해설의 수준은 자부한다. 나름의 안목으로 다양한 참고도와 판단의 근거를 제공하면 그것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바로 옆에는 검토실이 있어 동료들이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의견을 알려주는 것도 큰 힘이 된다. 시시각각 변하는 검토실 분위기를 전하는 것도 애기가들에게는 좋은 선물이 된다.
물론 책임은 해설자 몫이다. 그 책임을 필자가 과연 견딜 수 있을까? 무엇으로? 집중과 긴장(緊張)으로 해결한다. 자신의 바둑 못지 않게 집중해 한 수 한 수를 따라간다. 기보를 보자. 이9단의 묘수(백1)는 필자도 예측하던 수. 다음 백5 이후 흑A,백B,흑C로 패가 된다. 흑2를 C에 두면 백D로 역시 패. 평상시 필자의 실력으로는 백1을 발견할 수준이 못된다. 그러나 그날은 긴장한 덕분인지 백1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성실과 집중,긴장이 해설의 요체이다. 아직은 필자도 프로인 모양이다.
(문용직 프로4단 2002.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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