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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산책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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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길라(F.Aguielai) 아마 7단 프로九단을 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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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날 수 있는 일일까,있을 수 없는 일일까. 과연 세상에서 일어난 일은 있을 수 있는 일이기에 일어날 수 있는 것일까.
9월2일 제1회 도요다덴소배 세계왕좌전 16강전에서 아르헨티나 대표 아길라(F.Aguielai) 아마 7단이 일본의 양자위안(楊嘉源) 9단을 이기고 8강에 올랐다. 8강전에서 이창호 9단에게 패하긴 했지만 32강전에서는 하세가와(長谷川直) 9단도 넘었다.
아길라 7단에 대해서는 43세의 건축기사라는 것 외에는 알려진 바가 없다. 대국이 끝난 후 그가 일본 바둑책을 많이 구입했다는 정도가 유일하게 알려진 것이다. 아르헨티나에는 바둑책이 별로 없기 때문에 사가지고 돌아간다는 것. 그래서 그가 어디에서 바둑을 배웠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아길라 7단은 아마추어. 그것도 43세. 총명한 20대를 훨씬 넘긴 아마추어가 쟁쟁한 프로 9단을 두 번이나 이겼다? 프로 세계에 오랫동안 몸담아온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 바둑이란 것은 20대 이전에 프로의 험난한 토양에서 몸으로 부딪치며 갈고 닦지 않으면 진보에 한계가 있다. 입단대회를 통과한 직후 바둑을 보는 눈이 한 단계 높아진다는 사실과 20대 이후 입단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은 그 점을 증명하고도 남는다.
그러나 사건은 일어났고 의문은 남는다. 어찌 43세 아마추어가 프로 9단을? 1980년대 초 중국의 섭위평이 22살의 아마추어로 일본의 프로 9단을 이긴 것과는 사건의 류(類)가 다르다. 당시 중국은 바둑을 범국가적으로 후원하고 있었으며,자국 내에서 공부와 경쟁 또한 대단했다. 그러니 프로의 토양이 없는 아르헨티나에서,책마저도 부족한 상황에서 아길라 7단과 같은 실력자가 등장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것.
알 수 없는 일이니 그냥 넘어갈까. 바둑에 대한 필자의 상식을 다시금 점검할까. 분명한 건 그의 실력이 예사롭지 않다는 점이다. 기보를 보자. 양9단(백)과의 대국인데,흑3이 서늘하도록 예리한 감각. 이 감각 하나만으로도 그가 뛰어난 실력자임을 단번에 알 수 있다. 그는 정말 어디에서 왔을까.
(문용직 프로4단 2002.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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