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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일기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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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신기해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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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3월 5일) - 내가 신기해 하는 것
바둑이란 참 신기한 것이다.
실전에서 흑13의 한 수. 저 수를 나는 참 신기하게 생각한다. 저 수를 대체 누가 제일 먼저 발견했을까? 어떤 생각으로?
실전
참고도1
나는 바둑을 배울 때, 그러니까 음… 충암고등학교로 바둑을 배우러 오기 전에, 날일자 행마를 참 좋아했다. 대부분의 경우 날일자는 참 고운 행마였다. 지금 생각나는 것은 거의 없지만, 참고도1 흑1 같은 수를 좋아했으며, 중앙으로 달아나는 날일자 행마도 좋아했다.
왜 날일자 행마를 좋아했을까. 나는 그 비밀을 모른다. 다만 이거 하나는 느낀 적이 있었다. 지금은 프로가 된 후배지만, 날일자 행마를 참 잘 쓰는 어린 소년이 있었다. 1990년대 초반 쯤 되리라. 그 소년의 날일자 행마를 보면서 참 깨끗하구나, 감탄하고 나를 되돌아본 때가 있었다.
가볍고 산뜻하고 미끄러지는 맛이 있고, 살며시 살며시 뭔가 살며시 ….
참고도2
그래도 난 그 비밀을 모른다. 왜 날일자로 걸치는가? 우리는 왜 날일자로 걸치는가? 참고도2의 날일자. 1582년 일본 초대 본인방 일해(日海)가 백으로 둔 바둑.
참고도3
참고도3의 날일자. 중국에서 적어도 약 1,000년 전에는 이미 두기 시작했다.
알 듯 말 듯도 한데 결국엔 모르겠다. 그냥 그런 건가. 나는 그냥 그런 건 아니라고 믿는다. 뭔가 우리 인간의 심미안과 깊이 연관되지 않고서는….
참고도4
참고도4를 보자. 중국에서는 우하귀 날일자 행마를 비(飛), 좌하귀 눈목자 행마는 대비(大飛)라고 표현하던 때가 있었다. 지금도 그런지 그건 모른다. 당나라 때쯤엔 그렇게 쓴 것인지….
실전의 흑13 백14 흑15에는 두 기사 모두 거의 시간을 소비하지 않았다. 우변을 백12 한간 뛰어 전체 국면을 조망한 것도 거의 노타임이었거니와 좌상귀 수순도 거의 노타임이었다.
조망이라…. 나는 한간을 참 좋아한다. 언젠가 한간의 연구라는 책을 한 권 쓰야지 하던 때도 있었을 정도이다. 아마 앞으로 쓸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좋다. 한간이 좋다. 왜 그럴까? 한간만큼 깨끗한 행마가 없어서?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적은 있었다. 입단 후 어느 날, 나는 마음이 편해졌다. 반상을 대할 때 눈이 시원해졌다. 중앙으로 한간 턱 뛰어 두니, 눈앞의 반상이 그냥 느긋하게 넓은 들판처럼 깔리는 것이었다. 한 단계 실력의 계단을 오를 때 얻는 그런 기분.
나는 한간을 언제 배웠는가. 1975년 여름에 처음 배웠다. 현대의 명국 시리즈, 일본의 고천(高川)편을 보았을 때 배웠다. 그 분의 바둑을 한 달 동안 내리 놓아보면서 알았다. 아! 한간이 이런 거구나. 그 다음, 나는 알았다. 약간은 알았다. 바둑이란 넓다는 것을.
백12는 참 좋은 수다. 이런 수를 둘 줄 알면 대단한 실력. 백12는 반상을 널리 둘러본다. 너르디 너른 반상을 만든다. 반상이란 각자가 만들어가는 것이리라.
감사! 古今의 名人들께 감사!
참고도5
다시 한 번 참고도5로 감상을!
참고도6
실전의 흑13 흑15는 절대일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참고도6 흑1은 어떨까. 그건 우상귀를 백이 삭감한다. 그 다음이 흑에게 문제다.
참고도7
참고도7 흑1도 가고 싶지만 상변 백4 침입에 대책이 있을까? 흑이 무리다. 백16 다음 흑A는 백B 이하 백H까지 그만이다.
참고도8
참고도8도 흑에겐 열려 있는 구상이리라. 그러나 이상하다. 애초에 상변을 넓히려던 구상은 어디로 갔을까. 구상이 바뀌면 돌의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 일관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나쁘다. 우상귀도 아직 흑집이라고 할 수 없다.
따르릉.
전화가 왔다. 창밖을 열라고. 6시 25분.
白雪이 滿乾坤!
만건곤(滿乾坤)! 표현! 누가 이 표현을 처음 썼을까? 눈 내리지 않아도 滿乾坤이리라! 滿乾坤! 滿乾坤! 감탄한다. 눈 내리지 않아도 그냥 滿乾坤만 만나도 감탄할 수밖에 없다. 나는 그렇다.
저녁 시간을 어떻게 써야할지 몰라서 오후에 일기를 써봤다.
白雪이라….
白雪이 乾坤을 채우니, 나는 그만 써야겠다. 그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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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ss1234 |
｜ 2004-03-04 오후 11:08: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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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ㅇ 내 가슴엔 幸福이 滿땅 ,울리 오로 친구들에겐 사이버머니가 마안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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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野淸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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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오후일기는 감정이입이 짙어요...아침일기는 머릿속까지 싸아한 수정과, 오후일기는 향 깊은 헤즐럿...매일매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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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雪이 乾坤을 채우니... 눈 치우러 가야겠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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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꾸지
다가까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