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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산책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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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점 접바둑에서의 사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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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칼럼에서 필자는 여러분께 18점 접바둑을 선보이면서 글의 끝자락에서 프로에게 질문을 던졌었다. 17점이면 백이 과연 살아갈 수 있겠느냐고. 그래서 얻은 것이 프로의 답. ‘살 수 있지 않을까?’ 였다.
물론 그 답은 프로의 감(感)에서 나온 것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렇지만 유창혁 9단과 최명훈 8단은 물론 젊은 프로들도 약속이나 한 듯이 ‘산다고’ 거의 단정적으로 판단하였다. 돌 하나의 차이가 그렇게나 큰가.
프로의 감으로만 치부할 일은 아니다. 그들의 판단 뒤에는 수(手)에 대한 생태적인 직관이 개발되어 있다.
다음 기보를 보자. 17점 접바둑으로,흑 돌이 a와 b에 놓였던 18점과는 달리 돌 하나가 천원에 있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
예를 하나 만들어보자. 우상과 좌상의 흑2,4는 18점에서의 경우와 다르지 않게 백에게 수단의 여지를 주지 않는 응수. 그러나 17점에서는 백5가 적절한 응수타진이다. 6과 7을 맞본다. 흑이 6으로 메마르게 응수하면 백7로 붙여 흑도 어려워진다. 흑8로 젖히면 백11까지 패를 구할 것이요,a로 받는다면 b로 젖히거나 c로 한 칸 뛴다. 이미 백 돌에 탄력이 붙어 있다.
아래를 보자. 백1에 대해 흑이 A로 받는다면 이제는 백□이 묘착. 역시 패로 버틴다. 이 패 또한-패감으로 B에 붙인다면 흑은 C로 응수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흑이 이길 수 없는 패. 패가 유리하다면 백의 형태는 눈 모양을 만들 여지가 풍부하다.
흥미로운 것은 이런 경우를 상정하지도 않고 프로들이 즉각 대답했다는 사실이다. 18점이 아닌 17점 접바둑인 경우 백이 살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그냥 반상을 일별하는 것만으로 사는 쪽에 모두가 승부를 걸었다는 점이다. 그들에게 있어 반상의 돌은 이미 그들 몸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손가락에 눈빛이 육즙처럼 스며들어 있는 것이다.
필자도 한 때 그랬다. 이제는 잃었지만 한창 공부할 때는 그랬던 듯하다. 반상과 더불어 살 때는 감각이 극도로 예민했었다. 한 눈에 그림이 파노라마처럼 드러나고 또 사라지곤 했다. 필자에게도 바둑은 그런 것이었다. 논리적이되 직관을 떠나지 않고 또 감각적이기도 한….
(문용직 프로4단 2003-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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