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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산책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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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가 바둑책을 쓰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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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책을 한 권 선물 받았다. 이창호 9단과 양건 6단이 함께 쓴 ‘즐거운 응수타진’. 올해는 좀 적게 읽자고 새해 아침 다짐했건만-필자가 책을 많이 본다는 자랑은 절대 아니다-즐겁게 쭉 읽어 보았다.
그러나 책장을 덮으면서 마음에 떠오르는 건 먼 풍경 같은 투정. 좋은 책이긴 한데 왜 썼을까. 시간도 꽤 들어가고 땀도 많이 흘렸을 텐데.
투정의 답부터 이야기 하자. 필자의 답은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독자는 오해할지도 모르겠다. 그 책이 그렇게 나쁜가 하고. 그러나 그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프로가 직접 쓴 수준 높은 책이기에 그런 사소한 언어가 떠올랐던 것이다.
증거로 제시할 수 있는 건 두 개. 하나는 시간. 매달린 건 아니지만 저자들이 자료를 모으는데 1년이 걸렸다 한다. 다른 하나는 책의 내용. 아마추어는 물론이고 프로에게도 넓은 세계를 보여주는 신선한 재료로 만든 맛있는 음식이었다. 모두 68개의 응수타진을 다루었는데 감탄할 만한 감각과 타이밍이 많았다.
예를 들어보자. 기보의 흑1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백2로 잡힌다? 그렇다면 흑1은 악수이다? 아니다. 흑1은 멋진 응수타진으로 백2 다음은 흑A,백B 이하 흑E까지 백을 중복으로 만든다. 물론 백은 죽지 않는다. 그러나 겨우 두 집 내고 사는 꼴이라 흑의 성공. 스스로를 버리는 흑1의 착상은 참으로 빼어나다. 한 치 앞도 어두운 나에게 저런 착상이 가능이나 할까!
책을 써본 프로들은 190명 중에 10명 남짓 된다. 그만 해도 상당하다고 평할 수 있을 것이다. 독자층이 두텁지 않아 흘리는 땀에 비해 눈에 보이는 보람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하긴 국민들의 독서량 통계를 들먹일 필요도 없고, 또 바둑계에만 국한된 현상도 아니지만 여하튼 프로도 가끔 책을 쓴다.
“힘들어서 이제 책 쓰는 건 유보하고 싶다”는 양건 사범에게 변명 하나 하고 싶다.
“그래,양 사범. 구술(口述)도 어렵지만 쓰는 건 더 힘들지. 그런데 왜 쓸까? 바둑의 보급 의무? 그런 건 따분한 단어겠지. 그저 뭔가를 확인하고픈 때가 있는 거 아닐까? 좌우간 고생했어. 스스로 질문이 되고 답이 될 거야. 독자들의 평가는 기다릴 필요도 없는 거야”
(문용직 프로4단 2003-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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