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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산책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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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점과 엇갈림,그 함축된 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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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을 두는 사람들은 늘 새로운 시도를 한다. 전투를 불사하고 묘수를 찾아낸다. …정신적인 모험을 찾아나서며 또한 즐긴다. 그렇기 때문에 바둑이야말로 최고의 두뇌스포츠라 할 수 있겠다”
대구에 계시는 이재윤 님의 글인 ‘바둑과 정신건강:우리가 바둑을 사랑하지 않으면 안될 의학적 이유’의 끝맺음 문장이다.
필자는 바둑이란 게임은 전쟁을 모델로 한 것이 아닐까고 추정한 적이 있다. 바둑에서 쓰이는 용어의 대부분이 공격,수비,죽이다,살리다,침투하다,도망가다 등 전쟁에서나 쓰일 법한 개념이라는 점에서 그렇게 추정했다. 아울러 바둑의 한자말인 위기(圍棋)라는 단어도 ‘둘러싸서 공격한다’는 뜻이기에 바둑이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을 걸로 짐작되는 춘추전국시대 또한 삶과 죽음의 극적인 무대라는 점에서 그렇게 판단하였다.
그러나 그 뿐,바둑의 모형에 대해 설명은 하였으되 그것이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무감각하였다. 그러므로 ‘바둑을 두는 사람들은…,정신적인 모험을 찾아나서며 또한 즐긴다’는 점에 대해서는 생각도 해 본 적이 없었다.
왜 바둑은 우리에게 유용한가? ‘정신적인 모험’ 때문이라는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글을 읽다보니 지금은 사라졌지만 약 2000년 동안 변치 않았던 사전치석제(事前置石制)가 떠오른다.
기보에서 보듯 20세기 초까지 중국은 흑백을 미리 배치한 다음 백 또는 흑이 먼저 두었다. 주목할 점은 화점에 돌을 배치하여 엇갈리게 한 것. 1930년대 신포석 혁명의 질문-‘초반에는 어떤 착점이 발전성이 있느냐?’-에 대한 답도 화점이었다. 귀에서 멀어지고 중앙과 변에 가까운 화점이 집 중심의 소목보다 활발하다는 논리였다.
화점과 엇갈림은 진정 정신적인 모험의 이상형일 것인가. 첫수부터 포석의 선택권을 맡기는 오늘의 자유기법에도 자유 속에 숨은 상상력의 강조가 돋보인다 하겠지만,바둑에 내포된 모험적 정신을 뚜렷이 드러낸 2000년의 전통 또한 생동하는 본성을 함축한다 아니할 수 없으리라. 하긴 2000년의 무게가 어찌 가벼우랴.
( 문용직 프로4단 2002-11-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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