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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일기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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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그럴 듯한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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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3월 17일) - 과연 그럴 듯한 말씀
독자의 말씀이 참으로 허를 찌른다.
문제도의 장면에서 - 그러니까 지난 번 실전 백30으로 문제도처럼 둔다면, 최 6단의 주장은 - 흑도 충분히 둘 수 있다, 우하귀가 굳어졌고 좌변과 하변 중앙의 두터움은 未知의 領域이라 장담할 수 없다, 는 말씀.
문제도
동감한다. 과연 냉정하게 바라보면 전국적으로 흑 집이 상당하다는 사실을 감출 수 없다. 상변 45집에 우하귀가 20여 집. 과연 백이 저 깊도록 굳어진 흑집을 감당할 정도로 넓은가? 두터운가?
매우 어려운 문제다.
사실 이 문제는 각자에게 열려있는 문제라고 할 수밖에 없다.
실력 없는 자의 핑계? 아니다. 그렇지 않다.
형세판단의 문제.
형세판단 능력의 문제.
수읽기 능력과 내다보는 안목의 문제.
경험의 문제.
나름의 자신감의 문제.
나는 최철한 소년을 본 적이 있다. 3년 전인가, 제1기 KT배 결승에서 조훈현 국수와 마주하여 바둑을 두던 그 소년을 기억한다. 그 제1국.
기보1
기억은 뚜렷하지 않지만 대충 다음 기보1과 같은 단계였다. 놀란 건 백1. 흑2 급소가 눈에 빤히 보이는데 말이다. 그런데도 두다니! 놀랐다.
기보2
그런데 더욱 놀랐다. 기보2 백1 이하를 결행하다니! 우변 백은 상변으로 탈출할 수 없다. 백A는 흑B가 흑의 선수이기에 앞이 막힌 것이다. 그런데도 두다니. 더욱이 이 백의 모양은 공배가 메워진 느낌이 들기에 운신하기가 아주 힘들 것이라는 강한 印象이 온다.
돌을 잃었다. 당시의 돌에 대한 기억을 많이 상실했다. 하변에서 A와 B를 굳이 남겨둔 까닭이다. 나는 당시의 하변 모양을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다. 아쉽게도 나에겐 바둑연감이 몇 권밖에 없다. 2002년 년감에는 나올 법한데, 그 때쯤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래서 그냥 하변은 남겨둔다. 초점을 잡는 것이 중요하니, 좀 틀려도 좋다.
기보3
속기 바둑이었는데, 조 국수의 흑1 지킴에 놀랐다. 아니, 저 튼튼한 곳에 또 한 수를 둔다? 기보3 흑1을 나는 이해 못했다.
기보4
국후에 나는 알았다. 기보4 백1이 있다는 것을.
그런데 말이다. 조 국수도 백1은 급소임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도 백7을 정확하게 보고 있지는 않았던 듯했다. 조 국수가 이런 말을 했던 듯하다. 그래, 어쩐지 맛이 나빠서 수가 있을 법했어. 조 국수도 백7에는 감탄했다. 다음 흑A는 백B 이하로 그만이며, E 또는 F의 축은 성립되지 않는다.
그 정도면 놀라지 않겠다. 최철한 소년이 인상 깊게 남아 있지도 않겠다.
그는 시종 표정의 변화가 없었고, 말은 적었지만, 조심스러웠지만, 나름의 수읽기에 대해 자신감을 갖고 있었다. 그게 보였다.
나중에 그는 충암 300단 기념집에서 그 바둑을 자신의 이 한 바둑으로 꼽았다. 비록 졌지만 자신감을 심어준 대국이었다고. 아하! 나에게 그 기념집이 있구나. 그 책을 보면 될 것을! 음, 그러나 그냥 넘어 가자. 하변이 좀 틀렸다고 해서 문제 될 게 하나도 없다.
그래, 나는 믿음이 간다. 최철한 소년의 판단에 대해서. 그 이후 나는 믿음을 가졌다. 가끔 묻기는 한다. 후배들에게. 철한이 바둑은 어때? 좀 묘한 게 있는 듯해서 말야. 수가 아주 깊던데! 후배들은 기대했던 답을 준다. 좀 뭔가 다른 게 있는 것 같아요. 수가 깊지요.
실전1
자, 실전으로 돌아가자.
실전1 백36의 응수타진에 흑37 들여다봄이 아주 예리한 급소였다. 몇 분을 소비했더라? 꽤 했었지. 어제는 기록을 보았는데… . 에라, 그냥 넘어가자.
실전2
실전2는 그 후의 진행인데, 흑41의 급소가 빛이 난다. 백의 호구되는 자리를 딱! 소리나게 가져갔다. 흑이 기분 좋은 진행이다.
자, 그러나 백이 나쁜가? 모르겠다. 뭔가 미흡한 느낌이 오는 것만은 분명한데…, 그게 뭔지는 모르겠다.
참고도1
참고도1은 백의 반발인데, 무리다.
참고도2
참고도2로 백이 헤어나기가 어렵다.
참고도3
나는 이 생각을 해봤다. 실전의 백36 응수타진으로 참고도3처럼 그냥 중앙을 싸바르면 어떨까 하고.
참고도4
참고도4의 진행이라면 백도 백4가 급소라서 괜찮은 듯한데 말이다.
참고도5
아니다. 참고도4 백4도 급소지만 참고도5 흑1도 급소다. 백2 흑3 모두가 급소!
그런데 음, 이건 백이 좀 곤란하군. 언제 이렇게 백 세력이 좁아졌지? 음, 모르겠군. 흑의 굳어진 집이 큰소리를 하는군. 최철한 소년, 아니 최 6단, 아니 최 국수의 판단이 맞는 것인가?
참고도6
다시 한 번 돌아가자. 참고도6을 보자.
참고도7
나는 참고도7을 제시하면서 백이 좋다고 했다. 흑A 백B 흑C 백D는 백에게 좋다고.
그런데 가만 보자. 흑이 A 이하를 두어줄 이유가 없구나.
참고도8
참고도8 흑1이 좋겠는데!
참고도9
아니군. 아니군. 참고도9가 더 좋군. 왜 구태여 흑이 A를 끊어서 후수를 잡지? 그럴 이유가없군.
참고도10
그나저나 상변은 어떻게 정돈되는 건가? 참고도10은 백이 기분 좋은 활용인데. 중앙이 두터워지는 그림이다.
참고도11
흑은 당연히 참고도11을 택하겠군. 흑2가 급소다. 멋진 급소군. 누가 나에게 저런 수를 한 수 두게 해주면 참 좋으련만! 하하.
참고도12
백이 수순을 바꿔볼까? 참고도12면 백도 만족할 법하다.
참고도13
참고도13도 백3이 매서운 급소라 흑이 아프겠지?
참고도14
참고도14 흑2의 반발은 A와 B가 남아 흑이 무리겠지?
참고도15
예전에 공부하던 모양이 하나 기억난다. 참고도15. 백1에 흑A가 아니라 흑2로 받으면 어떻게 하지?
참고도16
참고도16 백1이 급소다.
참고도17
참고도17 흑2의 반발은 지나치겠지? A도 남아 있군.
참고도18
참고도18도 기억난다. 후지사와 슈코의 바둑에서 본 듯한데…. 백1이 급소. A와 B를 맞본다.
참고도19
아니지. 참고도19는 백이 좀 깊구나. 過하다.
참고도20
참고도20의 수순이 백에겐 적당하겠다. 서로가 괜찮은 행마다.
실전의 강물은 저 멀리 흐르건만, 감상하는 자의 마음은 이미 아득히도 떠나왔구나. 여기가 어딘가. 4시 43분. 언제나와 같이 먼 어둠 속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소리가 아득해서 그런지 힘이 없구나. 피곤한가. 개 짖는 소리와 개가 어둠 속에서 튀어 나오는 것은 정말 다르지. 다른 거지.
突이라는 漢字. 穴 속에서 犬이 튀어나오는 형상. 바로 그것이 突의 본래 뜻이다. 어둠 속에서 突을 만나는 者, 그 중에서 놀라지 않을 者 몇이나 될까.
易經 离卦 九四 突如其來如焚如死如棄如 바로 그 卦에 나오는 그 突.
맘을 한 걸음만 뒤로 하면, 너도 보이고 나도 보일 터인데…, 그게 잘 안 되니…
아니, 맘까지도 필요 없다. 그냥 한 걸음만 뒤로 하면 될 터. 형식, 접근하는 방식, 이런 것이 내용보다 훨씬 중요할 수 있다. 암, 그렇고 말고.
밤인데, 寂寂하니 이도 괜찮다. 내가 언제 바둑을 썼구나.
4시 53분. 잘 자라. 잘 깨라.
묘수풀이나 하나 만들까.
관두자. 날이 곧 밝아오리.
신중한 그림을 하나 그리고 싶다.
기보5
기보5 백1에 대해 흑은 어떻게 자신을 지켜야 하는지?
기보6
기보6 흑1을 권한다. 흑A나 흑B는 백C의 침입을 남긴다. 흑1이 이상한가? 전혀 이상하지 않다.
기보7
기보7을 보면 앞서의 흑1이 전혀 이상하지 않고 定着임을 알 수 있다.
이 글을 읽는 분과 저, 모두가 기보6 흑1에의 이해를 높이기 바란다.
아침 인사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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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악검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