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알 솥처럼 대치하니

김정희 (1786~1856) : 조선후기 화가, 서예가. 호는 추사, 완당

성근 바위에 비구름 닥쳤구나

늙은 소나무 바람과 햇빛 받을 때

그늘아래 보루 깔고

사반 바둑판 대어놓고

바둑알 솥처럼 대치하니

한 판의 바둑에 여름이 가고

앉아서 강철도 녹이네

A rain cloud struck the deep rooted rock.

Wind and sunlight on the old pine,

I spread a mat in the shade

and lay out the four quarters of the Baduk board.

With Baduk stones nose to nose like iron pots,

summer passes in a single game.

Passion of sitting and playing Baduk is hot enough to melt iron.

추사 김정희는 소위 삼절이라고 불린다.  시와 그림, 문장이 그것이다.

만약 바둑까지 즐겼다면 사절이라 할 만하다.

내가 바둑시를 접한 것은 행운이다.  선조들의 바둑에 대한 그윽한 사랑을 만끽할 수 있었으니.

그 즐거움을 모든 사람과 나누고 싶고, 또한 우리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싶은 강한 욕망이

있었기에 이렇게 창피를 무릎 쓰고 바둑 한시를 영역할 생각도 감이 했을 것이다.

바둑이 스포츠로 편입 됐다고는 하나, 여전히 한국에서는 문화, 예술적인 측면이 강하다.

그것은 일세를 풍미한 선조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이렇듯 바둑에 관한 시를 지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단순 스포츠라면 이렇듯 시까지 지으면서 향유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선조들에게 바둑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

21세기 새로운 문화 창달로서 바둑의 가치를 새로이 조명하고, 세계에 당당히 알려야 할 것이다.

바둑이 동양 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들이 향유하는 문화와 스포츠로 발달시키는 것은 이제

우리들의 사명이다.

이렇듯 풍요로운 바둑문화를 이어받은 후손들이 그것을 발굴, 보존, 전파해야 하는 것은 후손들이

해야 할 당연한 의무라고 여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