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병원 탈주 대소동

아버지가 입원을 하셨다.

하루 종일 각종 검사에 시달린 후에 입원을 하신 터라 무척 피곤하실텐데 주무실 생각을

안하신다.

잠을 드셔야 나도 더불어 새우잠이라도 잘텐데 이리 뒤척 저리 뒤척 하니 쫄따구인 내가

어찌 잠을 자겠는가...

그도 그럴 것이 2인실 병실에 파트너로 들어온 아저씨가 비슷한 질환이 암으로 전이 되어서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것을 무용담 삼아 굳이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온 몸에 어느 조직의

행동대원이 부럽지 않은 영광의 훈장과 같은 수술 자국을 보여주니 수술을 앞두고

가뜩이나 심란한 아버지가 잠이 올 턱이 없다.

수술에 앞서서 포도당 주사를 놔주는데  수술에 쓰일 바늘크기에 맞는 대바늘로 주사를

꽂으니 더더욱 갑갑해 하신다.

날도 후덥지근해서 환자 병실이라고 에어콘도 틀어주지 않아 발가락 손가락 겨드랑이 틈이라는

모든 틈이 끈적끈적하다.

도저히 안되겠어서 병실 바로 앞에 있는 휴게실에 앉자 있으니 좀 났다.

20분이 멀다하고 들락거리는 간호사들.

간호사들이 들락일 때 마다 나도 따라 들어가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무엇을 하는지

보호자의 기본적인 참견을 다하다 보니 나 역시 잠을 자기는 틀렸다.

얼마가 지났을까?

휴게실 쇼파에서 철퍼덕 엎어져서 잠깐 졸았는데,  내 주머니속 핸드폰이 덜덜덜 떨린다.

받아보니 " 보호자 분 지금 어디세요?? "

전화기를 들고 간호사실 앞으로 달려가니 "환자분 어디 가셨어요? 병실에서 사라지셨어요"

목소리가 다급하다. 급히 병실로 들어가니 병실 매트에 바늘은 뽑혀져 있고

핏자국이 군데 군데 떨어져 있는  폼이 마치 전쟁 통 같다.

'아니 이런 분이 아닌데 어디 가셨나? ' 

'혹시 수술이 무서워서 뛰쳐나가신것은 아닐까? '

별 생각이 다들면서 아까 앞에서 무용담을 떠들다가 지금은 코를 골면서 잘 자고 있는 옆 침대

아저씨를 한대 쥐어 박고 싶어지기까지 한다.

간호사들과 내가 아버지를 찾아 나섰다.

한밤중에 환자복을 입고 거리를 뛰쳐나가 헤매고 계실것을 생각하니 눈앞이 캄캄하다.

한참을 헤매다 혹시나 해서 병원 로비 뒷편으로 나갔다.

그곳에는 이 병원의 골초들이 모두 모여서 뭉게구름을 만들고 있었다.

그곳에서 같은 작업(?)을 하고 있는 아버지를 보았다.

"아버지 !! ㅠ.ㅠ " 아마 요즘  불러 본 말 중 가장 강렬하고 애틋하지 않았을까?

자초 지정은 그랬다. 병원 이란 곳에 처음 입원하신 아버지가 링겔이 다 주사되자

피가 역류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보고 놀라 간호사를 부를 생각은 못하시고 바늘을 빼버리신

것까지는 뭐라 할 수 없었는데..평소에도 새벽에 깨시면 으레 피던 담배를 피우시려

병실을 슬그머니 빠져나가서 이 소동이 일어난 것이 되었다.

아버지의 간단하고 담담한 "미안합니다 " 하는  말 한마디로 보호자 보호 임무를 소홀히 했던

나도 환자 탈주의 사건 현장에 있던 간호사들도 모두 가슴을 쓸어 내렸고 덕분에

그날 아침 수술 캡을 쓰고 수술실에 들어가는 아버지를 보고도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저 아버지를 찾아 서울 시내 바닥을 미친듯이 돌아다니지 않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할 뿐...

다음 달에 두번째 수술을 하실텐데... 수술 전날  만난 아저씨는 제발 만나지 않게 해달라고

빌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