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미는 나를 소중하게 안고 외출을 했다.
오늘부터 집사는 휴가라고 한다.
남친 준석이랑 국내 여행을 다녀오는데 나를 데리고 다닐 수 없기 때문이다.
집사는 내가 이곳저곳으로 이동하며 지내기 싫어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애묘호텔에 나를 맡기러 가는 것이다.
아마도 향미와 준석이의 여행비용 금액은 내 호텔비보다 적을 것이다.
그럼에도 향미는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며칠 동안 나를 보살피지 못하는 것을 아쉽고 속상해 하고 있었다.
역시 잘 키운 집사하나 열 자식 부럽지 않았다.
호텔에서의 생활은 집사의 집에서 생활하는 것과 별로 다를 것이 없었다.
하루의 대부분을 잠으로 보내는 내 입장에서는 집에서 자는 것이나, 호텔에서 자는 것이나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잠시 동안의 깨어있는 시간이 무료했다. 집에는 할딱이가 있어서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받았는데,,,,
할딱이는 잘 지내고 있겠지!
며칠이 금방 지나갔다.
향미는 호텔로 나를 찾으러 오자마자 나를 마구 주물러댔다.
집사 나름으로 애정표현이겠지만 나는 향미를 본 순간만 조금 반가웠고, 이내 집사의 과도한 스킨십이 귀찮아졌다.
그래도 참아줬다.
집사의 내게 대한 충성심 표현 방법이 이런 식인 것을 어쩌겠는가.
집에 돌아온 향미는 할딱이에게 한바탕 야단을 쳤다.
집안이 많이 지저분해져 있었다.
개는 우리들과 달리 위생관념이 부족한 것이 늘 문제다.
외로움에 빠져있던 할딱이는 주인을 보고도 반가운 표시를 하지도 못하고 혼나기부터 하자 매우 시무룩해졌다.
나를 보고도 대화 한마디 건네지 않았다.
나도 오랜만에 집에 돌아오니 피곤해져서 바로 잠들었다.
집사도 피곤한지 바로 잠이 드는 것 같았다.
다음날 향미가 출근하자 할딱이가 내 곁으로 왔다.
나는 잠이 덜 깨서 아직 대화할 준비가 안 돼 있었지만 며칠 못 봤었기에 부스스 일어났다.
‘호텔 생활 좋았어?’
할딱이의 대화가 시비조로 느껴진 것은 내가 잠이 덜 깬 탓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렇지만 나는 얌전하게 대꾸해줬다.
‘응,,,,집에 있는 거랑 별로 다르지 않았어’
‘내 생각에는 꽤 비싼 곳에 있었던 거 같은데 왜 안 좋았지?’
‘그냥 내가 느끼기에 그랬다는 것뿐이야“
‘향미가 네게 너무 잘해주니까 좋은 것도 좋은 줄을 모르는구나’
나는 할딱이가 작정을 하고 시비를 걸고 있음을 느꼈다.
자리를 피하고 싶어서 느릿느릿 창가로 걸어갔다.
햇빛이 좋은 곳으로 가서 더 잘 계획이었다.
할딱이가 후다닥 오더니 길을 막아섰다.
‘말하다 말고 왜 자리를 피해?’
이것은 싸우자는 뜻이었다.
지금의 할딱이 심정이 이해는 갔다.
자기는 며칠 동안 집에 들어박혀 운동도 못가고, 똑같은 사료만 먹고 지냈는데, 나는 좋은 호텔에서 편하게 있다 온 것에 심사가 틀려져 있었다.
거기다가 집에 오자마자 향미가 할딱이를 야단쳤으니 많이 서운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얘가 왜 내게 화풀이를 하려고 작정했을까?
나는 아무 말 않고 할딱이를 피해서 창가로 가려고 했다.
그런 나를 할딱이가 못 가게 물었다.
아프지는 않았지만 나도 신경질이 났다.
‘너 왜 나한테 시비야?’
‘내가 언제 네게 시비를 걸었다는 거야’
‘네가 지금 내 앞을 막아서고 나를 물었잖아’
‘이건 시비가 아니고, 네 호텔 생활이 부럽고 궁금해서 물어보려는 거잖아’
‘별것 아니라고 대답했잖아, 아까!’
‘그러니까 별것 아닐 수가 없는데 네가 별것 아니라니까 내가 이해가 안 되잖아’
‘그만 대화하자’
‘나는 아직 궁금증이 안 풀렸다고!’
나도 이제는 화가 나서 꼬리를 꼿꼿하게 하고 털을 세웠다.
할딱이도 지지 않고 으르렁댔다.
내가 더 이상 상대하지 않으려고 몸을 돌리는 순간, 할딱이가 나를 덮쳐 눌렀다.
나는 발톱을 세워 할딱이의 얼굴을 할퀴려 했다.
할딱이는 내 발톱을 피하더니 내 배를 물었다.
뱃가죽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깊이, 세게 물렸다.
피가 흐르는 것을 느끼고, 필사적으로 발톱을 세운 앞발로 할딱이의 얼굴을 할퀴었다.
내 공격에 할딱이는 물었던 내 뱃가죽을 놓았다.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도망쳤다.
뱃가죽에 상처가 나서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내 순발력을 할딱이가 따라오지는 못한다.
창들에 앉아 배를 보니 피가 흥건했다.
다른 동물들 같았으면 내장이 나올 만큼 치명상을 입었을 정도로 상처가 깊었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우리 고양이들에게만 있는 원시주머니를 물렸다.
원시주머니를 물린 덕택에 나는 치명상은 피했다.
나는 재빨리 상처 부위를 그루밍했다.
방바닥에서는 아직도 할딱이가 분을 참지 못하고 펄쩍펄쩍 뛰고 있었다.
나는 창틀에 앉은 채 할딱이를 노려보았다.
이것은 도저히 그냥 넘길 일이 아니었다.
다음에 반드시 복수를 하겠다고 다짐하며, 나는 계속 상처를 핥았다.
얼마쯤 시간이 흐르자 할딱이가 잠잠해졌다.
내 상처에서도 피가 멎었다.
나는 하루종일 방바닥에 내려서지 않았다.
할딱이도 구석에 틀어박혀 있었다.
향미에게 야단맞을 일이 걱정 되는가보다.
그럴 것이다.
내 상처를 본 향미는 아마도 할딱이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