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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산책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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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거이의 여유가 온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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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의 시인 백거이가 관직을 그만 두고 뭘 했을까. 정치적 암투 속에 갇혔던 지난 시간을 후회하면서 노인 8명과 어울려 낙양 시중에서 일없이 놀았다 한다. 속 편한 은퇴생활이었겠는데, 그것도 마음이 있어야 하는 일.
그처럼 유유자적 바둑을 즐기시는 어르신네를 뵙는 것은 썩 기분 좋은 일. 젊은이들이 기원에 드문 것은 아쉽지만, 어쩌랴, 그들은 다른 게임에 빠져 있는 것을. 아니, 그 시간에 일하고 있는 걸까?
1968년 사까다가 한국에 왔을 때다. 기원이 많은 것을 보고 한 마디 했다. 한국엔 실업자가 많은 듯하다고. 하하. 당시 사회를 생각하면 정곡을 약간은 찌른 말이겠다. 사실, 젊은 날을 기원의 담배 속에서 보내는 것은 그리 보기 좋은 일은 아니다. 그러나 어려운 한 때 없는 평탄한 인생도 꼭 좋다 할 수 없다. 문제는 그 시절을 이겨낼 수 있느냐, 그에 달렸지만 말이다.
적어도 게임장에서 시간을 때우는 것보다는 바둑을 두는 것이 훨씬 유익할 터이다. 상대가 있고 대화가 있고 사회가 있다. 노소동락이라 나이 차이를 굳이 따지지 않는다. 그건 좌절에 빠진 청년에게 힘이 되는 것.
자, 그건 그렇고 백거이가 남겨둔 것이 전해지고 있으니 바로 좌상귀 문제. 그의 한 때 그려서 구로우유세(九老優遊勢). 아끼는 것을 던져 버려야 가벼운 마음 얻을 수 있듯이, 미련을 끊어야 풀 수 있는 문제다.
흑이 백을 잡는 것인데, 처음이 어렵고 그 다음엔 버리는 것, 즉 후절수만 생각하면 된다. 좌하귀가 출발. 흑3이 묘수. 흑3을 A는 백3 흑B 백C로 패가 되어 실패. 백4도 절대. A에 두면 흑B 백4 흑a로 넘어간다. 그 다음은?
우하귀로 여유 있게 돌아가면 된다. 마치 백거이가 낙양을 일없는 노인으로 돌아다녔던 것처럼. 돌을 버리니 남는 것은 공간. 큰 여유를 얻는다. 그래, 그런 뜻을 던지고자 현현기경이 백거이의 이름을 빌려 묘수풀이를 후세에 남긴 것이다.
잠시의 여유 이상의 기틀을 얻는 것, 그것을 가르쳐주는 문제라 이해하면, 나도 이젠 승부를 미련 끊은 프로가 된 것일까. 좋다! 감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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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등지고 |
｜ 2007-02-28 오전 11:18: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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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승부를 미련 끊은 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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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 문 사범님, 감사합니다. 주인공이 백거이라는 걸 배웠습니다. 꾸벅~! =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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斯文亂賊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