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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산책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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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원(秘苑)에의 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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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여름 서울에 왔다. 바둑 두려고 왔다. 무더웠던 그 여름.
그 해 가을, 비원(秘苑)에 소풍을 갔다. 덕수궁 국전(國展)도 관람했다. 비원의 그 깊은 정취, 잊지 못한다. 펼쳐진 전시회에 더하여, 숨겨진 비원은 시골에서 갓 올라온 외로운 소년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2005년 6월 20일 아침. 늦은 햇살을 맞으면서 깨어난 늦은 소년은 지친 듯이 새삼스레 알았다. 더 이상 나에게 비원은 없다는 것을. 비원(秘苑), 그 秘苑.
6월 20일 아침, 창덕궁 뒷뜰인 비원에서는 제39기 왕위전 도전 제2국이 열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 며칠 전부터 나는 알고 있었다. 두 사실을 미리 알았다. 가고 싶어한다는 것을. 검토를 핑계하고 비원 나무 아래 앉고 싶어한다는 것을. 다른 하나는, 나는 가지 않으리라는 것을.
비원은 오랜 전부터 외부인의 발길을 통제하고 있었다. 안내원을 따라 1시간의 주어진 시간 아래 비원의 닫힌 길을 따라 걷고 나와야 한다. 바로 그 언제부터다. 내, 가지 않은 것은. 가지 않는다. 왜 가냐? 왜 내가 그런 길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아니 다람쥐 먹이 주듯 하는 길을 따라야만 하나?
걷고 싶은 비원. 그러나 내 못가는 비원. 문화재의 입장, 문화재청의 입장도 물론 있으리. 나에게도 현재는 있지만, 우리의 후손에게도 현재는 주어져야 하듯이. 그건 안다. 너나없이 발길 닿으면 무너질 그 오솔길과 나무들….
오전 11시 31분. 집에서 대국을 인터넷으로 감상했다. 옥득진의 백1은 패착이다. 이창호의 흑2가 백1을 꾸짖는 승착.
왜냐? 다음 백A는 흑B 백C 흑D까지 호구로 탄력을 갖춘 흑이 매우 유리한 결과. 그러나 백A를 두지 않으면 흑A 끊는 것이 선수다. 두점△의 급소가 흑2다. 소위 배(腹)붙임의 급소다. 물고기의 뱃살에 해당하는 급소. 우리의 손바닥을 들여다보면 어복(魚腹)이라고 불리우는 바로 그 자리.
새끼손가락 밑 1인치 아랫부분. 마치 어복처럼 도톰히 살찐 자리. 그것이 바로 저 흑2가 찾는 급소의 시각적 이미지다.
사실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었다. 후원 어딘가에 석제 바둑판이 있다는 얘기를 어느 문화재 위원께 들은 적 있었기 때문이다. 과연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고 싶기도 했는데, 내 발길 마음껏 누빌 수 없을 테니… 아쉬울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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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으로 보시면 해설엄는판은 사범님이 참고도좀 올려 주시면 더 좋을텐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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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neltd |
｜ 2005-07-13 오전 12:37: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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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현대빌딩에서 오래 근무했는데요.. 가까우니 언제라도 갈 수 있으려니 하며 가질 않았죠. 퇴사한 지금 그게 항상 아쉬웠는데.. 가지말고 마음에 담아 두는 게 더 좋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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