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반상일기
 작가의 말
이 글의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습니다. 저작권자와 협의하지 않은 무단전재는 금합니다.
|
|
흔적과 눈꽃
|
|
|
|
|
나의 반상 일기(4월 19일) - 흔적과 눈꽃
새벽이었다. 3시 40분.
어제는 9시에 누었지.
꿈이 있었다. 마음을 아리게 하는….
깼을 때, 목이 탔다.
물을 마시고… 그래도 목이 탔다.
책을 읽기엔 무거운 머리.
노래를 하나 들을까.
오로의 게시판, 문학을 방문했다. 금과 은의 둘이서 빗속을. 두리안 님께 감사드린다.
이불을 덮었다. … 노래가 끝났다. 빗소리가 계속 울린다. 저 빗소리…
끊임없는 소리. 비가 오는 소리. 시간이 얼마큼 지났을까. 창을 문득 여니, 비가 하염없이 내리고 있다. 아, 폭포같이 쏟아지는 저 소리.
일어나 오로에서 산책을 했다. 간 길은 내가 다니는 日記帳. 日記를 쓰기 전에 한 번 먼저 들러는 산책길.
다시 눕다.
아침 6시 30분.
이제 日記를 쓴다.
오늘 묘하게도 저 日記라는 漢字가 심히 맘을 어지럽힌다.
언젠가 그랬지. 六十甲子를 외워볼까 했을 때, 그 甲子乙丑…이 살아있는 듯이 눈앞으로 파도처럼 밀려와 크게 당혹했었지. 活字라… 그 말의 실감이란 게 이런 걸까. 했었지. 나는 약하다. 그래서 四柱의 얘기가 귀에 남아있었지. 나는 알되 흔들리지는 않을 거라는 그 말이 그래도 위안이 되더군. 나는 그 문제 하나만 해결해도 큰일을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건 그것을 넘어서야만 비로소 가능한 것. 저 높이서 내려다볼 수 있는 힘이 안목이 필요하다. 上者九萬里도 아득하지만, 그 마저도 얼마나 낮은 높이랴. 아지랑이와 같은 것이다.
참 잘 안 외워지더군. 그 六十甲子는. 나는 그 六十甲子를 국민학교 때 가르쳐야 한다고, 그러면 바람직하다고 보는 사람이다. 나는 지금도 못외우고 있다. 뭔가 나를 가로막는 그 무엇이 있는 듯하다. 互角이란 活字가 생각난다 저 互라는 字는 나무막대로 울타리를 쳐놓은 것을 의미하던가. 나무막대로 소의 뿔을 제어하는 뜻이던가.
묘하게 옆길로 들어섰지만 - 지금 - 하나만 더 그리자. 四柱가 궁금해 책을 한 꾸러미 산 적이 있다. 대체 나는 뭘 하려고 했을까. 이걸 하려고 했다. 그 四柱의 설명의 구조. 그래, 그 설명의 구조를 이해하고 설명하고 평가하려고 했었다. 책장은 … 후루룩 넘기면서.
약간 보았다.
四柱를 우습게 여기려면 먼저 알아야 하는 법이다. 알고 난 다음엔? 우습다는 표현을 쓰기는 쉽지 않으리. 작은 길이든 큰 길이든 세상에 가벼운 게 없는 법이다.
시킴1
다음 기보1은 시킴國의 17줄 반상, 그 돌의 사전 배치도이다.
시킴2
다음 기보2는 1959년 4월 2일 일본기원에서 두어진 대국. 시킴國 皇太子와 伊予本桃市 六段(백)의 바둑이다.
安永二 선생 댁에서 저 시킴의 17줄 바둑판을 봤었다. 굵은 실(재료가 뭘까?)로 직조한 꽤 넓은 크기의 바둑판이었다. 綿織이었던가? 그런 듯도 하다. 우리가 가진 이 바둑판보다 가로 세로 길이가 길었다.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어 보았다. 손길로 갔던가.
2월의 7일.
그 날은 어디로 간 걸까.
기보1
그래, 찾았다.
저 흑99를 찾을 때, 결단할 때 들어간 시간을 찾았다. 19분 02초.
기보2
찾았으면 그것으로 끝이던가.
아니다. 백100에 들인 功이 7분 18초다.
참고도1
참고도1과 참고도2는 백이 곤란한 그림.
참고도2
묘하다. 참고도1과 2에서 저 흑 돌 - 앞서의 흑99 - 이 갖는 역할이. 참으로 묘하다. 저 역할이.
나는 오래 전부터 바로 이런 문제에 난감해 있다. 어떤 조건을 구성하는 걸까, 저 흑99는. 참고도1과 참고도2에서.
설명은 간단하겠지만, 감각적으로는 매우 묘한 자극을 준다. 바둑을 인식하려는 자에겐, 돌도 살아있는 것이 분명하다. 活字와 같다.
단순히, 呪術的인 힘이라고 말하고 넘어가기에는 대단히 석연찮다.
나는 오래 전부터 言語와 呪術간의 관계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다.
7시 17분.
내 앞에 가까이한 저 산의 구름과 안개는 오히려 멀고,
그 언젠가 마음에 들어앉았던 그 杭州 西湖를 둘러싼 산안개는 오히려 가깝다.
먼 게 귀하고 부족한 게 소중한 법이라.
현실의 밑바닥에는 분명히 그런 이치가 작동한다.
그렇게 느껴지는 것에 현실의 힘이 실린다.
이창호의 바둑은, 최철한의 바둑은, 거의 끝나 간다.
기보3
백102와 백104는 노타임이었다.
승부를 짐작할 수 있는 유력한 증거다. 바둑을 모르더라도.
|
|
|
|
|
|
|
|
|
|
| ┃꼬릿글 쓰기 |
|
|
아... 정말 감사합니다 문사범님 과연 시킴국 바둑도 사전치석제 였군요.
|
|
|
|
|
|
.png){kind=logo}
풍진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