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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일기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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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제된 침묵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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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4월 18일) - 억제된 침묵이었던가
밤이다. 10시 44분.
오늘 이 책 저 책을 읽었다. 난삽한 독서는 나의 버릇.
1) godel's proof은 아주 귀한 말씀을 주었다.
2) mary douglas의 natural symbols는 아주 흥미있다. 너무 재미있을까 겁이 나서 우선 덮었다. 古典임을 알겠다.
3) 초대 본인방 關山利一 九段의 傑作詰碁辭典 문제를 몇 개 봤다. 아니, 전체의 수준을 알고 감각하도록 신경 썼다. 나는 이 묘수풀이 책이 아주 뛰어난 것으로 본다. 문제가 어렵다고 좋은 것이 아니다. 이 책에는 아주 어려운 것도 쉬운 것도 있지만, 바둑의 묘미를 간결하게 잘 드러낸다는 점에서 정말 뛰어난 묘수사전이라고 보고 싶다. 과연 걸작이라고 이름을 붙일 만하다.
4) 說文解字에서 일본인들이 맥을 나타낼 때 쓰는 筋을 우연히 읽었다. 筋 肉之力也.
5) 중국의 바둑책 仙機武庫(1629)에서 묘수풀이를 보다가 문득 책장을 다른 쪽으로 넘겼다. 아차! 했다.
6) 4월 16일자 일기에서 다음 글을 썼었다.
반상과 정치의 세계는 완전히 다른 세계지만, 둘 다 게임으로 바라보면 참 흥미있는 세계다. 물론 아는 것은 둘 다 어렵다 매우 어렵다.
7) 그 때 4월의 16일에, 아니 그보다 빨리 그 어느 때 나는 알았었다. 꽤 되었을 것이다. 3년은 되지 않았을까.
오늘 하루는 그렇게 보냈는데 큰 문제는 다음 4개의 작은 문제로 이뤄진다.
1) 空花角圖
2) 바둑의 발견
3) 며칠 전 넘긴 월간 바둑 원고 - 반상의 변천: 게임과 문화, 편견과 심미안
4) 4월 16일, 반상과 정치의 세계 … 아는 것은 둘 다 어렵다 매우 어렵다.
나는 소스라쳤다.
나도 역시 다름없구나!
먼저 4)에 관해서.
저 표현에서 짐작할 수 있는 것은, 내가 전문적 지식을 사회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식의 가치는 물론 진실마저도 사회적으로 그 가치가 결정되는 경향이 있는데, 그 점을 되짚으면 다음과 같은 현실이 일반적인 현상임을 놓칠 수 없다.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은 그 지식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가졌다는 것을 강조함으로써 자신을 지킨다.
다음은 1)에 대해서
기보1
다음 기보에 실린 그림이 空花角圖다.
우상귀는 망우청락집(12세기 초)에 실린 것이고 좌하귀는 仙機武庫(1629)에 실린 것이다.
셋째는, 2)와 3)에 대해서
나는 古代 中國의 바둑 모형을 事前置石制로 단순화하고 단정했다.
화점 이외의 자리는 착수한 적이 없다고 하지는 않았지만 - 내 기억에 의존한다 - 그렇다고 소목과 외목, 3三에 착수했다고 말한 적은 없었다.
이제 진실이 드러난다.
앞서의 작은 진실 3개를 묶으면 큰 문제가 하나 등장한다.
1) 나는 의도적으로 중국 바둑의 다양성을 놓쳤다.
2) 나는 논리의 단순성을 따르다 보니 그만 그 다양성을 잊어버렸다.
어느 것이 진실일까.
내가 보기에, 둘 다 진실을 구성한다.
古代 中國의 바둑에서 나는 소목이 나오거나 3三, 외목이 등장하는 책을 적어도 4권은 읽었다. 대충 훑기만 했다 할지라도 말이다. 사실 난 그렇게 꼼꼼히 읽는 편은 아니다.
安永 一의 中國 碁, 李逸民의 망우청락집, 渡邊英夫의 中國古棋譜散步, 仙機武庫.
나는 왜 한 구절도 언급하지 않았을까.
모른다.
사실 난 이 문제를 일찍이도 알긴 알았었다.
처음엔 무의식적으로. 바둑의 발견을 쓸 때. 그러나 별로 중요한 증거로 보지 않았었다.
그 다음엔 3년 전쯤인가, 심심해서 이것저것 읽다가 아차 했었다. 다음에 밝혀두어야지 했었다.
세 번째다. 지난 월간 원고를 쓸 때, 어렴풋이 印象했다. 물론 논리의 전개를 따르다보니 그만 史實보다는 논리의 추상적 전개에 주력했다. 그래서 인상으로만 넘겼다.
네 번째다. 지난 4월의 16일. 아는 체를 했을 때 내면에서 뭔가가 이성적 전개를 가로막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앞서의 그 구절을 쓸 때, 분명히 인식했었다. 아, 이거! 지식사회학에서 말하는 바로 그거. 내가 그 좋은 유형이구나, 했다.
자, 이제 어떡한다?
나는 내가 학문적인 진실에 대해서 의식적으로 숨기거나 하는 그런 인간은 아니라고 믿고 있다. 통계 분석을 할 때도 조심하는 편이다. 설명력을 높이기 위해서 때로는 독립변수를 추가할 것을 유혹받기도 하는데, 실천에 옮긴 적은 아마도 거의 없었을 것이다. 사실 논문을 읽어보면, 한 눈에 알 수 있다. 설명력을 높이기 위해서 약간의 억지 모형을 만들었는지 여부는 한 눈에 알 수 있다. 약간의 훈련만 받은 학자라면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다섯 가지 점을 지적하고 밝힌다.
1) 내가 쓴 바둑의 발견이나 월간 바둑 5월호에 실릴 그 논문에서 중국의 소목과 3三, 외목을 다루지 않았다고 해서, 발견책의 가치나 논문의 가치가 떨어지지는 않는다. 다만 부주의한 것은 사실이다. 물론 이는 매우 큰 실책이다. 그러나 논문이나 책이나, 글의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았으며, 중국의 사례를 더 집어넣는다고 해서 더 달라질 결론이나 논리는 거의 없다고 본다.
2) 하나 보여 드린다. 仙機武庫에 실린 다음 기보를 하나. 석점 바둑이다.
기보2
3) 空花角의 의미를 찾을 필요가 있다.
角은 귀를 의미한다. 空은 무엇일까. 빈 것이니, 空角은 비어있는 귀를 말함인가.
花는? 일본에서 쓰인 花點도 여기서 온 것일까. 花는 무슨 뜻일까.
4) 중국과 일본의 교류에 대해서.
바둑책의 교류가 있었음은 여러 가지 증거로 잘 알 수 있다. 현현기경은 일본에서 일찍이도 板本되었다. 중국 책에서도 일본의 기보가 실려있는 것이 있다.
5) 우리 나라 순장바둑에 대한 힌트는 찾을 수 없었다.
나는 당분간 바둑에서 즐기고 놀 것을 찾은 기분이다.
약간 따분했다. seminal work을 읽고 나면 기분이 燥症이나 鬱症에 빠지기가 쉽다. 내가 아까 그랬다. godel's proof는 그런 책이었다.
약속을 드릴 수 있을까. 내 글을 읽은 분들께. 내 글에 부족한 점을 메우고 싶다.
중국의 바둑에서 空角을 바라보는, 그리고 처리하는 그들의 논리는 어떤 것이었는지 추론하고 싶다. 가설을 하나 세우고 싶다.
바둑의 巨視的 발전에 있어서 그것의 중요성을 검토하고 싶다.
그나저나 기분이 괜찮다.
새로운 걸 보고 가끔 끄집어내서 생각해본다는 것은 그런대로 취미로써 괜찮은 일인 것이다.
물론 나를 보고, 좀 빤질빤질하군! 하고 말씀하셔도 할 말이 없다. 분명히 숨긴 점이 없지 않으니까.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누군가가 아이디어를 주시면 참 좋겠다.
나의 집중은 제약되는 바가 매우 크며, 시간 또한 그리 많지 않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짧디 짧다.
인생의 한 때를 다룬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다음 날의 0시 30분.
傑作詰碁辭典에 실린 절묘수 하나를 보여드린다.
기보3
기보3이 문제다. 흑으로 패를 내는 것이 요구하는 바다.
기보4
기보4가 답이다. 참 잘 만들었다. 아니, 참 깔끔하고 아름답다. 그러면서도 실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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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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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려 놓고 보니, 기보4에서 백돌 하나를 제가 실수했군요. 우변 2선 백돌 하나를 한줄 아래로 옮겨야 합니다. ... 왜? 문제가 됩니다. 하나의 묘수풀이에 자손이 번창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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空花는 눈 앞을 어지럽히는.. 角은 귀.. 즉 귀의 사활이란 말 정도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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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사활이라기 보다 귀에서 의 복잡한 접전?...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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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범님 다빈치 코드를 함 읽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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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사범님 시킴국 17줄 에13개 화점의 바둑판은 事前置石制로 두었는지.. 두었다면 돌의 배치는 어덯게 하는지 알 수 있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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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알고 싶읍니다. 만약 위의 질문대로라면 우리나라의 순장바둑의 연원이라 생각 되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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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직
풍진객
오분굳
풍진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