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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일기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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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둔 밤에 일어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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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4월 30일) - 어둔 밤에 일어나서
12시 49분.
4월 30일 0시 49분.
四圍가 寂寞으로 가득할 때 나는 일어나 앉아 본다.
나는 적막한 때를 즐기는 편이다. 잘 즐기는 편이다.
그렇다고 내면으로 파고든다든가 하는 그런 타입은 아니다.
적막한 때도 그저 그렇거니 할 뿐이다.
내가 고등학교 1년 1974년 여름에 서울로 왔을 때 나는 내가 바둑을 지금 여기까지 옆에 두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당연하다. 1년의 꿈을 가지려면 10년의 안목이 있어야하고 10년의 일을 도모하려면 100년의 이론이 있어야 한다. 나는 그 때 어렸다.
어린 그 때, 나는 바둑을 한다는 것의 의미를 몰랐다.
기보1
그 해 5월에 둔 바둑 하나는 다음 기보1이다. 누구와 둔 것인가? 지금은 작고한 이계훈 형과 두었다. 전국고교생바둑대회 2차 예선 결승국이었다. 내가 불계패 했다.
기보에서 알 수 있듯이, 나는 사까다의 바둑을 좋아하고 있었다. 우변에서 흑1부터 흑17까지의 수법이 바로 사까다가 전성기일 때 애용하던 것이다. 흑17이 좁지만 매우 탐스런 자리다.
나는 김천에서 중학교 3학년 때 坂田의 鬼手妙手를 읽고 그만 그에 흠뻑 빠져들었었다. 아니다. 잠겨서 가라앉았었다. 못나오고 있었다.
사까다의 鬼手妙手.
바둑을 業으로 하는 프로치고
프로로서 나이 40을 넘는 프로치고
그의 鬼手妙手를 읽지 않은 자 몇이나 될까.
감동 받지 않은 자 몇이나 될까.
우리는 언제나 先人들의 後人들이다.
그 해, 그러니까 1974년 여름은 8월은
푸석푸석한 먼지와 호기심과 실망과 내려쬐는 햇살로
내가 서울에 왜 왔을까.
그래도 서울에 갔었다.
서울에 왔으므로 서울에서 생활해야 했다.
응암동 충암고등학교 정문을 나와 왼쪽으로 길게 뻗은 길에는 책방들이 꽤 여럿 자리를 잡고 있었다. 대부분이 새책과 헌책을 함께 팔았다.
일본 바둑책이 많이 나뒹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때의 그 길 그 서점이 눈에 선하다.
책은, 이름은 잊었지만, 책의 먼지를 털면서 보여주던 서점 주인의 태도는 기억난다.
뭐, 뻔하다.
곰팡내 나는 書架 구석에서 일어나 나를 맞아서는, 어떤 책을 찾느냐고 묻고 책 더미 속에서 두세 권 내밀던 印象.
그냥 그럴 뿐이다.
나는 바둑책을 소재로 일기를 써나갈까 한다.
물론 그 전에 끝내야 할 게 있다.
이창호와 최철한의 2월 7일 국수전 제2국.
그에 대한 나의 산책.
시작은 했어도 끝내야 할 방법을 모른다.
모든 일이 이런 식일까. 이런 식으로 시작되고 이런 식으로 끝나는 걸까.
실전1
흑45를 끌고 나가는 도전자 최철한의 안목은 과연 도전자답다.
참고도1
과연 그렇다. 참고도1은 백2가 아주 기민한 착점으로 백이 만족한다. 중앙 집이 10집. 두텁다.
참고도2
백은 참고도2를 할 수는 없었던 걸까.
참고도3
없다. 참고도3 흑2 흑4가 급소로 전체 백이 몰린다. 상변은 약간 무너지겠지만 흑에게 그것은 사소한 상처다.
실전2
그래서 실전2와 3으로 진행되었던 것이다.
실전3
그 과정의 모든 한 수 한 수가 다 놓칠 수 없는 급소들이다.
내가 본 바둑책은 과연 내가 꼭 봤어야 할 책이었을까.
바둑책은 참 잘 읽혀지지 않았다.
어려운 것도 많았으며
재미있는 것도 있었다.
어느 순간 내가 본 바둑책에 대해서 一見 눈이 확 떠진 때가 있었다.
그 바둑책을 이해하는 수준이 되었던 것이다.
나는 지금 약간 망설인다.
바둑책에 대한 나의 印象記를 쓰는 정도가 되면 곤란하다.
책에 대한 평가로만 기울여져도 곤란하다.
그렇다고 그 어떤 기준을 잡을 수가 있을까.
그래, 나중에 또 생각해보자.
참고도4
바둑을 다시 돌이키면
참고도4는 없었을까?
다시 돌아봐도 그럴 듯한데.
지평선이 아득하고 넓기만 한데.
참고도5
참고도5와 같이 돌에 숫자가 없는 것과 참고도4와 같이 돌에 숫자가 새겨진 것과는 인상이 다르다. 달라도 크게 다르다.
참 다행이다.
우리가 바둑을 둘 때 숫자가 새겨진 돌을 반상에 놓지 않는 것이.
참고도6
최철한은 그래도 참고도6으로 둘 것이라 했다.
참고도7
그러면 참고도7로 백은 둘까.
깊은 수읽기가 답할 문제다.
나는 그런 실력이 못된다.
깊은 수읽기를 가진 國手 名人이라 할지라도
그것도 인생의 한 때다.
언제나 그 실력을 유지할 수는 없다.
그게 바둑의 세계다.
오늘 나에게 坂田의 鬼手妙手는 예전과 같은 감동을 주지 못한다.
참고도8
나는 저 참고도8에 백1에 얼마나 큰 감동을 받았던가.
참고도9
그 전의 수순은 참고도9다.
참고도10
가만 있자, 참고도10의 수순이 참고도9에 앞서서 있었던가?
모르겠다.
30년도 넘은 기억이니 어찌 정확을 기대할 수 있으랴.
나는 내 일기에서 앞으로도 이럴 것이다.
굳이 기보를 정확한 기보를 찾지 않을 것이다.
물론 내가 책을 가지고 있다면 그 책에서 정확한 수순이 기입된 기보를 찾으리라.
그러나 나는 내 서가에 없는 책에 대해서도 쓸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럴 때, 나는 내 기억에 의존하겠다.
정확한 자료를 찾는 것은 꽤 힘든 일이고 또 귀찮은 일이다.
누가 日記를 쓰는데 그런 일을 하는가.
이건 日記다. 비망록과는 또 다른.
2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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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도 7이 좋아보이는 군요 암만봐도,, 다께미야라면 그렇게 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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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72년 문교부장관배 고교바둑대회에 경복대표 로..당시 뵌 분 은 허장회씨가 입단前으로..유창혁씨가 신동이라고 구경을 왔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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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