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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일기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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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아름답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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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4월 29일) - 세계가 아름답다면
자, 오늘도 푸른 하루가 밝았다.
너는 이 하루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카알라일의 詩句다.
내가 직접 읽어보지 못한 詩句.
내가 국민학교 때 외국인의 詩句로는 처음 접한 것.
6시 35분.
8시 46분.
잘 잤다. 머릿속이 아주 맑다. 이 정도 맑기는 그야말로 1년만인 듯하다. 나는 잠에 익숙하지 못하다. 잠을 조절하지 못하는 나는 어릴 적 소년잡지에 실린 얘기를 가끔 떠올린다. 마하트마 간디는 어디서든 어느 때건 몇 분을 자겠다고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었다는 그 얘기. 실제인지 몰라도 과연 그 수련은 가능하다면 하고 싶다.
어제는 매우 번잡했다. 번쇄스러웠다. 기원에 나가서 장주주 9단과 한국리그 예선전에서 잘 졌다. 그는 성실하게 둔다. 나도 둘 때는 그렇지만, 역시 평상시의 연구 차이는 어찌할 수가 없다. 당연히 진다. 애초부터 실력 차이가 있다고? 그럴지도 모른다.
난 나를 위로하는 방법을 잘 안다. 그 바둑을 짐으로써 토너먼트 다음 상대는 없어지고, 대국이 더 이상 없어지기에 대국료도 더 이상 없다는 것을 안다. 그에 하나 덧붙인다. 나에겐 대신 시간이 주어졌다고. 다음 대국을 준비할 시간 대신에 다른 것을 할 시간이 주어졌다고. 기회비용이란 대단한 것이다.
그런 식으로 언제나 난 나를 위로한다.
어제는 기원에 갔었다.
선후배 동료들을 만나 즐거운 인사와 인사. 입단대회도 있어선지 기원은 기사들로 붐볐다. 나는 그 사이 사이에서 저번에 부족했던 설문조사를 했다. 이런 저런.
이런 저런 질문을 해대는 나를 기사들은 웃으면서 대해준다. 가끔은 아주 어려운 長考까지 하면서 답해준다. 그 長考가 때로는 나에게 문제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알려준다.
몇몇 기사와 아마추어에게 도움도 청했다.
자, 나의 반상일기, 그 첫 소재도 끝나간다고.
소재가 사라지는지, 아니면 주제가 사라지는지, 아니면 모티브가 사라지는지?
나는 바둑의 책을 중심으로 다시 日記를 이어갈 생각이다.
古今의 바둑책은 아니다.
내가 읽은 바둑책이 중심이다. 나는 그리 많은 바둑책을 갖고 있지도 않으며, 또 섭렵하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바둑책을 가지고 나의 日記를 지속할 생각이다.
바둑책은 나의 반상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였다. 지금도 그러하고.
자, 그러면 지금까지 해왔던 이 대국의 日記는 어떤 식으로 끝을 맺을까.
우선 애초의 기획의도로부터 벗어나 옆길을 걸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너무나 멀리 떨어진 장소에 나는 서 있다.
변명을 해야 할까.
벌써 변명은 하고 있었다. 辨明이라…. 소크라테스의 변명… . 중학교 1년 때 처음 잡아봤던 책. 너무나 빨리 접했던 내 능력 밖의 읽기였었다. 그래도 그 변명은 나를 꽤 길러주지 않았을까…. 눈에 띄는 것만이 분명하게 손에 잡히는 것만이 나를 길러준 모든 것은 아니다.
자, 日記다.
실전1
실전에서 저 흑27이 왔을 때 백28이야 당연한데, 백30이 과연 이상했을까. 흑에게 기회를 준 것일까.
흑31은 정말 의외였지. 도전자 최철한을 빼 놓고는 어느 누구도 생각지 못했을 수. 생각에 잡히지도 않았을 것으로 여겨지는 수.
그러나 과연!
과연 최철한다운 수!
나름의 안목이 또렷하다 못해 반상에 각인되는 수.
실전2
흑41까지 분명 백이 무겁다. 우변 백이 무겁다.
참고도1
참고도 1 백1은 없다. 우하귀 백을 그냥 썩히는 길이다.
실전3
그래서 실전3도 어쩔 수 없는 길이다.
실전4
이제 와 돌아보니, 흑이 편한 국면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전4 백44가 왔을 때 그 때의 느낌은 분명히 다르지 않았을까. 백도 둘 수 있다고 보지 않았을까?
그랬던 듯하다.
그랬다.
그렇게 보았었다.
역시 돌이켜본다는 건 꽤 힘이 든다.
反省의 시간은 비교와 비판의 시간이 된다.
바둑에서의 復棋도 다름이 없다.
쉬어야겠다.
저 반상도 저 쯤에서 잠시 쉬도록 시간을 주자.
9시 24분.
아. 하나 써두자고 한 것.
4월 23일부터 4월 27일까지 한국기원 공식 대국에서 흑백의 승패는 다음과 같다.
총 15국에서 백 12승, 흑 3패.
흑이 유리하다고, 흑번 필승의 신화를 즐기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는 시간을 잘라보지 않는 걸까?
어떻게 자르느냐?
표본의 문제.
왜 흑의 승률이 높을 때만 표본으로 삼는 경향이 있느냐?
bias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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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더도 잘쓰셨지만 점점 글쏨씨거 좋아지는 것 같네요^^ 일기가 계속 이어진다니 즈거 기쁠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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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