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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산책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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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란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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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란 무엇인가? 최근 이에 대한 논의가 없지 않다. 초단이 9단을 이기는 사례가 빈번하고 인터넷의 익명성이 프로와 아마의 구별을 감추는 것도 이유 중 하나. 그러나 이 현실이 곧 아마와 프로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근거가 될까?
다른 문제부터 보자. 덤은 있어야 하는가?
오늘날엔 너무도 당연한 이 관념도 사실 간단한 건 아니었다. 1940년대까지도 많은 기사들은 덤을 인정하기 힘들어했다. 덤 있는 바둑은 바둑도 아니라는 인식이 높았다. 기타니 같은 대기사도 그렇게 생각했다. 왜?
17세기 이후의 일본 바쿠후(幕府)시대, 나라의 녹을 받으면서 바둑만 연구하는 4대 가문이 들어섰다. 그들의 권위와 질서는 단위(段位)와 실력이 결정했다. 실력은 단위로 표현되었으며 단위는 곧 권위를 뜻했다. 덤은 필요 없었다. 실력의 차이가 글자처럼 뚜렷했으니까.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은 시장경제로 진입하였다. 가문은 무너지고 비밀리에 연구되었던 수법도 공개되었다. 출판사는 그 대표적인 매체. 정보의 공개는 실력의 차이를 좁혔다. 가문은 어떻게 변했는가. 프로라는 시장경제에 순응하는 경쟁 제도로 변했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 덤이 도입되었고.
물론 ‘덤 없는 바둑이 바둑이다’는 관념은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1950년대까지 바둑계를 풍미했던 ‘치수고치기 10번기’는 바로 그 관념의 끝자락이었다. 곧 이어 타이틀전이 등장하면서 그 무대는 사라졌지만.
관념의 형성은 사회의 질서체계와 무관하지 않다. 바둑계라고 다를까. 덤 없는 바둑이야말로 바둑의 본질에 가깝다고 본 것이 바둑의 본질에서 온 것이 아닌 것처럼 프로제도도 바둑의 본질에서 온 것은 아니다.
프로제도는 사회적 질서의 한 형식일 뿐이다. 물론 프로 없이도 아마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프로는 아마에게 ‘연구’와 ‘신뢰’라는 재화를 안겨준다. 그 값은 작지 않다. 기보에서 백1과 흑2가 왜 좋은가? 그 까닭을 프로는 연구한다. 연구는 대국으로 전해지고 아마는 그 가치를 값싸게 얻고 즐길 수 있다.
프로의 존재 이유는 거기에 있다. 그리고 전문가이기에 권위가 주어지는 것이지,프로가 권위적인 것은 아니다. ‘권위가 있다’와 ‘권위적이다’는 다르다.
(2003-11-06 문용직 프로5단 사이버오로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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