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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일기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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坂田의 妙-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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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圖書 일기(5월 12일) - 坂田의 妙-2
5월 11일 15시 15분.
내일 쓰리라던 日記를 오늘 써본다. 안개가 채 걷혀지지 않은 날씨. 저런 뿌연 공기는 내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어디 내가 내 맘대로 세상을 거둘 수 있다더냐.
이러한 때, 뭘 해야 좋을지 모를 이러한 때, 잠시 過去로 들어가는 것도 좋으리.
1974년 서울.
가을.
마음이 황량했다.
꿈을 꾸어도 좋을 16살 소년.
그 소년 앞에 바둑이 있었다.
서울에 오기 전만 하더라도 그저, 바둑이야 절로 늘겠지 하던 그 소년의 맘은 어느새 현실의 건조함에 한풀 접혀지고 있었다.
바둑은 참, 잘 늘지도 잘 줄지도 않는 것이었다.
나중에야 알았다.
거의 대부분의 성장은 누운 S 字型 曲線을 그린다는 것을.
나는 그 때 강하다면 강하고 약하다면 약한 실력이었다.
고등학교 1년 가을 첫 번째 입단대회 때 3차 예선까지 올라갔으니 그런대로 전국 32강 정도는 될 법도 했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중3이던 조대현과 강만우는 벌써 전국대회 우승의 경력자들이었고
1년 선배인 정대상 형은 정말이지 너무나 예민한 감각과 빠른 수읽기를 가지고 있었다.
1도
나는 다음 기보의 답 백1을 모를 정도였다. 내가 고민 고민해서 아무런 수도 없겠지, 하고 손을 빼니 당장 기다렸다는 듯이 정대상 선배의 손이 뻗어 나왔다. 선명하기도 하다. 나는 저 백1은 전혀 생각 못하고 다른 수만 열심히 들여다보았었다. 충암학원 저 白蓮山을 바라보는 언덕 위 건물의 1층 구석에 있는 바둑실에서. 무더운 여름이 채 지나가지 않았던 초가을, 바로 그 때에. 그 어느 오후에.
1도 답
이런 일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어느새 나는 내가 어디쯤 서 있는가를 알게 되었다. 서울에 올라와서 3개월도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나 자신에게 실망하고 있었다.
그 때 발견한 책이 바로 사까다의 妙 씨리즈였다.
布石의 妙, 行馬의 妙, 攻擊의 妙, 끝내기의 妙, …
가슴이 부풀어 올랐다.
야! 이런 세계가 있구나!
이런 깊이가 숨어 있구나.
앞선 선배들이 후배들이 왜 잘 두느냐?
프로들이 왜 잘 두느냐?
그에 대한 답을 찾은 기분이었다.
그건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 사실만으로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문제는, 얼마만큼 빨리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느냐?
바로 그것이었다. 아니, 그것도 아니었다. 활용할 수 있느냐? 내가 그 정도의 실력이 되느냐? 바로 그것이었다.
읽는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두 번도 세 번도 읽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러나 소화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다. 나는 그 어려운 책을 소화시킬 정도의 실력이 그 때는 없었던 것이다. 바둑은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좀더 정확히 말해 프로의 수준이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것까지도 그 책을 읽으면서 알았을까. 잘 몰랐을 것이다. 내가 진실로 어느 수준에 와 있는지 안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나는 내가 입단의 실력이 되었을 때야 비로소 바둑에 대해서 ‘어느 정도까지만’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인식은 1977년 1월에서야 왔다.
1977년 1월과 1974년 8월. 그 거리는 2년하고도 반년이었다.
짧다면 짧다고도 하겠지만 길다면 너무나 긴 거리였다.
사까다의 妙 씨리즈는 그야말로 그 기간을 지나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資産이었다. 아마 그건 누구에게나 그랬으리라. 적어도 지금 프로가 된 40대 이상의 나이에게는 그랬을 것이다. 사까다의 妙를 통과하지 않고서는 누구도 프로가 될 수는 없었으리라.
지금 보면 알겠다. 그 책이 어느 정도의 수준인가를 알겠다.
지금은 안다. 그 책의 所産이 어디까지 미치는가를.
지금 나에게 그 책을 다시 들추어보기에 필요한 愛情은 식었지만, 그래도 나는 그 책을 사랑한다.
愛之重之
바로 이럴 때 써야 하는 말이리.
지금도 머릿속엔 그 책의 수많은 내용이 약간씩은 표면에 각인되어 있다. 몇 번 읽었는지는 지금 내 몰라도, 記憶은 알고 있으리.
다음 기보들은 그 책에 있는 그림들이다.
2도
3도
4도
답은 아래에 있다.
2도 답
3도 답
4도 답
그 때, 그러니까 1974년 가을엔 그 책의 대부분을 보았다. 그러나 꿰뚫지는 못했다. 그건 좀더 시간이 흘러야 했다. 1977년 1월을 기다려야 했다.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만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는 것은 지극히도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지극히도 당연하게 나는 기다려야 했다. 공부를 놓치지 않으면서.
15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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