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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일기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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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모에 대한 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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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3월 24일) - 마늘모에 대한 斷想
흑57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
돌의 형태는 마늘모 되는 자리인데 어깨를 짚는 저 수를 뭐라고 불러야 할까.
실전1
백이라면 백, 흑이라면 흑돌만으로 특정한 형태가 이루어질 때만 우리는 그 모양을 마늘모라고 부르는 듯하다.
참고도1
참고도1 흑7이 슈사쿠의 저 유명한 마늘모. 흑1과 흑7이 이루어내는 형태, 그것이 마늘모. 흑7은 정말 기가 막히도록 좋은 자리다. A와 B를 맞본다는 그 단순하고도 엄밀한 함축 말고도, 흑7은 말할 것을 많이 품고 있는 手다. 그렇다. 그런 手.
참고도2
마늘모 되는 자리에 어깨를 짚는 수법은 꽤 오래 전부터 있었다. 중국의 古書에 보면 참고도2 흑1의 수법으로 진행되는 여러 가지 정석화된 진행을 일괄해서 늘어진 연꽃 - 倒垂蓮 - 이라고 부르고 있다. 실로 고개 숙인 연꽃의 자태가 저러한가. 하얀 연꽃 한송이가 까만 꽃술을 하나 안고 있는가.
실전의 흑57. 저 짚어가는 맘은 어땠을까.
물어볼 것도 없을 것이다.
승부처에서 저 한 수는 날이 시퍼렇게 선 칼날을 들이미는 것과 다름이 없다. 가볍게 어깨를 짚는다? 비록 모습이 그렇게 여겨질지는 몰라도 내용은 전혀 다르다.
도수련? 그런 용어는 승부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나는 그렇게 본다.
내가 대국자라면!
그러나 관전자인 나는,
저 한 수를 부드럽게 감싸고 싶다. 저 흑57의 수법이 매우 부드럽다. 이미지가 강하게 와 닿지를 않는다. 최철한의 기풍은 강철과 같은데도!
돌의 깊은 맘을 짐작해 무엇하랴!
우리에겐 해석이 열려있다.
우린 그 解釋의 窓을 열어젖힐 자유가 있다.
각자가 알아서 할 일이다.
밤 8시 02분.
다음 참고도는 그냥 내 맘에 떠오른 나의 해석을 모아놓은 것이다.
참고도3
참고도3과 참고도4는 돌의 기본형. 백2는 언제 어느 때나 급소다. 그러나 그 때가 과연 잘 맞는지? 오늘 이 바둑의 구도로 볼 때 흑이 만족할 진행이다. 흑은 중앙 백의 두터움을 경계해야 하기 때문.
참고도4
참고도5
참고도5 백1은 어떨까. 나는 이 수를 제일감으로 떠올렸다. 이 바둑이 내 바둑이라면, 아니, 승부에 큰 무게를 두는 바둑이 아니라면, 나는 백1 帽子를 적극 추천할 것이다.
참고도6
참고도6과 참고도7 모두 백의 帽子가 급소에 와 있음을 보여준다.
참고도7
참고도8
참고도8이 두렵다? 그렇긴 하다. 흑집은 크고도 단단하며 A도 B도 남아 있다.
참고도9
그러나 참고도9로 진행되면 백도 해볼 만하지 않을까. 백1로 흑A의 건너붙임을 완화시킨 점이 기민하다. 그리고 하변 흑집에는 백B의 맥점이 남아 있다. 흑C에는 백D 흑E 백F까지 흑이 곤란하다.
참고도9를 보고 누구나 두려울 것이다. 그러나 그게 승부다.
까짓거! 한 판 붙어보자! 무섭도록 반상을 쪼아보는 눈매를 스스로 만들지 않으면 승부란 없다. 참고도9를 둘 수 없다면 승부를 하지 말아야 한다. 프로는 포기하는 게 좋다. 나를 걸고 주장할 수 있다. 암, 그렇고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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