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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일기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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帽子에 대한 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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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3월 22일의 둘째) - 帽子에 대한 斷想
一刀兩斷된 반상.
흑53이 一刀兩斷한 반상.
실전1
반상은 크게 심호흡을 했다. 저 한 수의 무게로.
비록 5선에 머물렀지만, 저 5선의 帽子가 온 반상의 觀相을 한 줄기 굵은 선으로 크게 그었다.
현대 바둑은 帽子로 시작되고 帽子로 끝난다.
그렇게 말해도 거의 틀림이 없을 것이다.
비록 내가 말했지만, 정말 그럴 듯한 표현이다.
현대 바둑의 精髓를 그대로 꿰뚫은 표현이다.
그렇다. 현대 바둑은 帽子로 시작되고 帽子 속에서 숨을 쉬며 帽子로 매듭을 짓는다.
이창호도 최철한도 그 帽子의 그늘을 피할 수 없다.
반상의 균형을 縱과 橫으로 자르는 단 하나의 手, 帽子.
바둑은 선과 선의 미학. 선과 선이 마주하는 기하학이 빚어내는 균형의 미학.
그 절제와 단호함을 가장 적절하게 표현하는 行馬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帽子이다.
왜 帽子가 현대 바둑의 寵兒인가? 반상의 위와 아래, 오른쪽과 왼쪽을 구분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돌이 놓여지면, 반상에 帽子가 놓여지면, 그 아래는 모두가 아래요, 그 위는 모두가 위가 된다. 上下가 그 순간 결정된다.
어디가 하늘인가? 우리 머리 위가 하늘이다.
어디가 땅인가? 우리 발 밑이 땅이다.
지구를 떠나서는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땅인가? 우주인의 머리 위가 하늘이고, 발 밑이 땅이다.
흑53.
백56.
한간의 帽子.
나는 저 帽子를 신비롭게 여긴다.
대국자는 저 帽子에 빠져 있을 것이다.
저 帽子가 주는 관념의 세계 속에서 상상력을 날릴 것이다.
그 관념 속에서 한계를 가질 것이다.
나는 실전의 진행을 보면서
참고도를 몇 개 그려봤다.
모두가 帽子의 眞價를 잘 발휘한 그림이다.
참고도1
참고도1은 帽子는 날일자로 벗어라는 격언이 언제나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흑돌의 劍先이 중앙의 백 대마로 향하고 있다.
참고도2
참고도2는 흑3의 한간이 돋보인다.
참고도3
참고도3은 참고도2 다음에 내가 두고 싶은 곳. 돌의 마음이 향하는 자리. 帽子의 자리.
참고도4
참고도4는 실전에서는 얻을 수 없을 황홀한 그림. 누가 흑에게 저 우아한 帳幕을 선사하랴.
참고도5
참고도5는 帽子를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서 억지로 만든 그림. 그러나 이해를 돕는 그림. 실전에서 나올 수 없다고? 그렇지 않을 것이다. 조금만 방심하면 누구나 백의 입장이 될 수 있다. 帽子를 쓸 수 있다. 현대 바둑에서 帽子는 너와 나의 숨결이 맞닿은 바로 그 자리에 존재한다. 반상이 냉엄하지 않기를 바랄 뿐.
우리는 저 帽子의 내면을 언제쯤 이해할 수 있을까.
그 때야말로 저 帽子의 무게를 벗어던질 날이 될 터인데….
나는 오늘 저 帽子를 감상하는 데에만 하루를 쓴다.
실제로 그렇게 하지는 않았지만, 그 표현만은 정말이지, 쓰고 싶다.
오후 7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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