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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일기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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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단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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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3월 14일) - 결단이란
기억이란 희미한 것. 기억이란 희망이 섞인 불확실한 것. 기억이란 내가 하고 싶고 바라고 싶은 것을 요리한 것.
2월 7일은 지나갔고 나는 3월 14일에 서 있다. 나는 2월 7일의 기억에 어느 정도 충실해야하는가.
만약 신문의 관전기라면 나는 2월 7일의 그 시간에 가볍게 침잠되어 있을 수 있다. 표현할 수 있다. 신문 관전기는 그야말로 관전기. 관전의 경험을 자신의 안목만큼 표현하면 되는 것이다. 그 표현이 바둑의 수에 머물든, 대국자의 묘사에 머물든, 관전자 자신의 내면 기록에 머물든. 감상에 머물든, 비유에 머물든, 과장에 머물든, 또는 이랬으면 하는 희망으로 덧칠된 픽션에 머물든. 아마도 이러했을 것이라는 그런 픽션을 만들든.
하긴 그렇지 않은 글이 세상에 어디 있을까. 小說도 詩도 차이가 있을까.
아마도 나는 이 반상의 日記에서 프로의 일상을 보여주고자 - 적어도 처음에는 - 시도했을 것이다. 그것도 대국날의 일상을.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초기의 마음은 지나갔다. 다시는 잡을 수 없는 그 시도, 그 마음. 나는, 그렇다면 그냥 오늘처럼 그저 쓰고 싶은 것을 쓰면 될 것인가.
언젠가는 이 반상일기도 끝이 나겠지. 하나의 시나리오처럼 일관된 플롯이 있어야 하는가.
나는 그 점엔 자신이 없다. 그래서 그냥 쓴다. 그래서 모른다. 무엇이 될까.
2월 7일의 실전은 어느 사이엔가 3월 14일의 아침으로 옮겨와 있다. 대국자는 미래의 어느 시점에 자리 잡고 있다. 그 때의 대국자가 오늘의 나인가.
실전1
실전1을 보자. 14분 17초를 흑27에 부었다. 최철한 6단은 백26이 떨어진지 14분 17초가 지나서야 흑27을 두었다. 아무도 짐작 못한 수.
지나고 나서 보니, 과연 최철한다운 수.
참고도1
평범한 착상은 참고도1 흑1. 백은 어떻게 받아야 하나. 백2 정도가 적당하리.
참고도2
그 다음은? 참고도2는 백이 뭔가 불만이다. 하변은 눌려있고 좌변은 상변 흑이 튼튼하여 별로 큰 집이 될 것 같지도 않다.
참고도3
참고도3으로 두어야 할 것인가. 백1이 이 경우의 정답인데, 백3과 흑4의 교환을 백이 해 두어야 할지는 매우 어렵다.
참고도4도 있을 법하니 말이다.
참고도4
참고도5
돌아가 보자. 왜 참고도1에서 백은 백2 즉, 귀에서 막아야 하나? 참고도5가 그 답이다. 흑9 이후의 모양을 보자. 백 돌(△)이 이상한 자리에 있다. 당연히 A의 단점을 예방하고자 B의 자리 호구에 있어야 좋다. 이런 경우 백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비록 수순을 다를지라도 돌의 효율이 충분치가 않은 것이다.
참고도6
참고도6의 반발은 없나?
참고도7
왜 없겠나? 있지. 그러나 어떨까. 참고도7이 과연 백에게 좋은가. 별로인 듯하다.
참고도8
그 다음 진행인 참고도8은 좌변 백 한점이 상처를 받아 백이 나쁘다.
참고도9
그렇다면 참고도9가 필연인데 全局의 觀相이 決定되었다.
決定된 觀相!
흑이 유리한가. 상변이 45집. 백은 좌변과 하변을 합해서 45집. 흑A도 남아 있고 흑B 백C 흑D의 삭감도 남아 있다.
그러나 단정은 힘들다. 우변 백의 두터움이 만만찮으며, 우하귀 흑 집은 완성되지 않았다. 더욱이 이제는 백이 선수를 잡았다.
어렵다.
실전2
자, 불확실한 것은 옆으로 밀쳐두자.
최철한 6단은 14분 17초를 소비한 다음 실전2 흑27을 결단했다.
참고도10
흑27의 기대값은 참고도10. 흑4 이후 백은 A 또는 B에 이어야 한다.
참고도11
그렇게만 된다면 흑은 좋다. 왜냐? 참고도11의 약점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 유명한 백의 맥점. 참고도11. 백5가 멋진 맥점. 흑A면 백B로 흑은 파탄에 몰린다.
過去의 재구성은 힘이 들고, 手의 설명도 쉽지만은 않다. 그렇다고 두는 건 쉬운가? 아니다. 세상에 쉬운 것은 없다. 세상에 쉬운 게 없다.
봄이다. 어젯밤의 그 늦은 찬바람에도 봄의 훈기는 어김없이 들어있었지.
문제의 답
아, 답이다. 어제 드린 문제의 답. 답은 문제의 답 흑1이다. 맞추셨는지? 틀렸다면 왜냐? 그건 다음에 드리겠다. 생각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자, 나는 벌써 하루를 시작했다. 茶를 마실까, 커피를 마실까. 빵을 먹을까, 밥을 먹을까.
10시 01분.
이렇게 시간을 기록하는 것도 꽤 괜찮은 日課다. 나로서는 처음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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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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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buli18 |
｜ 2004-03-14 오후 10:29: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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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아무도 가지않는 길을 처음가는것과 가고난 길을 짚어 보는 것 창조와 모방의 차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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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여기까지 읽은것만 해서 꿈만 같구나, 이번엔 13개의 바둑판이넹.아무리 바둑컬럼이래두 남는게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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