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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산책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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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깨어나 들려주는 얘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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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상 4단이 밤늦게 전화를 했단다. 누구에게? 박영훈 5단에게. 왜? 생각이 스쳐가서 문득 했단다. 몇 시에? 몇 시인지는 몰라도 자리에 누었다가 곧 했다고 하더군. 실례가 될 수도 있었겠군.
문군. 자넨 그 사실을 어떻게 아나? 아, 그건요. 음. 제가 정치를 좀 가르쳐주고 수강료로 받았지요. 귀하고 귀해서 나 혼자만 밤 깊어 열어보고, 행여나 누가 볼세라 얼른 닫아두는 토지문서 비슷한 걸로 숨겨두었죠.
그래도 풀어보게. 그러지요. 우상귀 흑1 백2는 지극히도 당연한 끝내기. 흑을 잡은 박영훈도 상대도 나도 너도 당연히 여겼던 끝내기. 반집을 졌다. 박영훈이가. 박정상이 그 옆에서 검토를 했다. 그리고 저녁이 오고 밤이 깊어지면서 서로 헤어졌다. 밤이 가라앉았다.
밤이 짙어 달빛이 있다면 교교하기 짝이 없을 그 때. 그 때 박정상은 전화를 했다. 놀라 깨면서. 잠들지도 않았지만 깨지 않을 수 없어서. 영훈아! 좌상귀 흑3이 있었다! 반집의 승부가 바뀐다!
좌상귀를 보자. 흑5면 백이 A로 따내야 한다. 그러면 a까지 포함해서 백집은 9집. 따낸 돌은 2집으로 계산한다. 백이 달리 두는 수는 없나? 좌하귀 백8이 있다. 그러면 흑9가 또한 묘수. 백10은 부득이하다. 왜냐? 흑B가 오면 빅이 되니까. 자, 문제는 이제 거의 다 왔다. 해결도 거의 다 왔다. 뭐냐? 대체 그 문제는 뭐고 그 해결은 또 뭐냐?
우하귀 백(△)이 끝내기가 되지 않는다. 흑(▲)로 빠지면 백집은 10집. 백(△)을 C에 두는 것과 다름이 없다. 자, 이제 다 왔다. 바로 저 앞이 정상이다. 손을 뻗어보자. 우상귀를 다시 본다. 실전인데 b를 경계로 하면 백집이 10집. 거기에다 백c로 한 점 따내는 수가 남았다.
진실이 드러났다. 우상귀 흑1 백2는 전혀 끝내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자, 그러나 문군. 자네가 여기서 끝내면 그저 그런 바둑 얘기밖에 더 되나? 그렇군요. 필요는 없겠지만 그래도 아쉬움으로 하나 더하지요. 좌상귀 흑3이 묘수입니다. 그걸로 끝인가? 아닙니다. 아니지요. 박정상이가 야심한 전화를 했다지 뭡니까, 글쎄 밤도 깊은데 잠도 안 자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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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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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용문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