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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일기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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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는 끝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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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5월 5일) - 일기는 끝나는가
7시에 일어나다.
다시 눕다.
9시에 일어나다.
컴퓨터 앞으로 다가앉다.
바둑 입력 프로그램을 켜다.
뭔가 입력하려는데, 조금 전까지 잠결에 떠올렸던 그림이 생각에 잡히지 않다.
실제로 감촉되었던 걸까. 아니면 다른 언어였던 걸까.
9시 2분.
오늘도 하루는 밝았구나.
이제 그 바둑을 끝내야 할 때가 정말로 오긴 온 거겠지?
나도 독자도 피곤하겠다. 모든 게 적당한 때 끝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미련을 접을 때는 접어야 하는 법이다.
그래야 미련도 미련이 된다.
그래 결정했다. 오늘 그 바둑을 끝내기로.
자!
시작하자. 끝을 시작하자.
9시 5분.
내가 보기에
이 바둑에서 초점을 하나 잡는다면 바로 이 장면이다.
백1은 실전에선 백16이고 흑2는 흑17이건만, 그냥 백1 흑2로 하겠다.
사실 백16과 흑17은 굳이 그렇게 쓰는 거다.
16과 17로 써서 안된다는 법이 어디 있는가.
나는 적당한 때 16과 17로 쓰겠다. 그렇게 해 보겠다.
실전1
참고도1
참고1의 흑1은 백에게 매우 아프다. 나는 저 흑1을 백이 맞아서는 안된다고 본다.
참고도2
참고2는 실전에서 이창호 국수가 선택한 진행이지만, 역시 흑이 약간이나마 유리한 거 아닌가 한다. 우상귀를 너무 쉽게 굳혀준 것으로 보인다.
참고도3
참고3 백1 침입은 어떤가? 2월 7일 이후의 대국에서 여러 번 봤던 진행이다.
참고도4
참고4로 이어진다. 흑2가 역시 아프다. 백이 아파 소리를 지를 수도 있다.
어디가 아픈가?
우변 백에게만 아픈가? 만약 그렇다면 전국적으로는 괜찮을 수도 있지 않은가? 정말 그럴 수도 있지 않은가?
아닐 것이다. 흑2와 상변 흑돌(▲)이 만나는 자리, 바로 A가 눈에 잡힌다. 바로 저 자리.
저 자리가 눈에 잡힌다. 반상의 균형을 감각적으로 잡아가는 저 자리. 저 자리를 백이 갈 수 없을 것만 같다.
참고도5
넓혀서 보자. 참고5 백1은 어떤가. 큰 곳이다. 어차피 우변 백은 손을 대도 별로 빛을 못 볼 터이니 가볍게 사는 것으로 만족하면 어떨까.
흑2가 아프구나. 급소구나. 저런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맥이겠지.
참고도6
자. 숙제를 조금 확장했다. 참고6이다. 두 개의 흑 돌(▲)이 線分으로 뻗어나와 만나는 자리 흑1의 자리.
프로의 눈을 모으는 자리.
백이 그 장면에서 둔다면?
假定이지만, 가정은 때로 대단히 좋은 理解를 우리에게 준다.
참고도7
참고7 백1일까.
三角形으로 지적된 돌들이 만나는 자리.
선악 여부를 떠나 제1감으로 온다.
참고도8
참고8의 백1도 제1감이다.
흑돌 두 개(▲)가 대단한 기운을 내뿜고 있으니 자리를 약간 비켜 앉는 것도 좋겠다.
더욱이 백1은 하변 백(△)과의 관계에서도 나쁘지 않은 자리다.
참고도9
참고9 백1은 아니다. 돌이 두 줄 벗어났다.
감각적으로 아니다. 간격이 흩어졌다.
참고도10
그러나 참고8을 다시 보자.
참고10 백1이 그것인데 흑2가 눈에 빨리듯이 들어온다.
참고도11
참고11은 그 逆을 본 것이고.
비록 논리적인 해답은 아니었지만 앞서 제시한 참고도의 幾何學的 像은 바둑에서 그 어떤 설명도구 못지 않게 반상의 力學을 잘 드러내는 설명방식이라고 본다.
여하튼 어떤 구도로도 실전1의 흑2를 맞아서는 백이 좋지 않다고 본다. 흑2는 반상에서 상변의 크기로 그치는 수가 아니다.
하나는 분명하다.
반상에서 한 수 한 수의 힘은, 그 자체가 아니라
그 한 수 한 수가 만들어내는 공간의 크기에 달렸다.
그렇게 봐도 거의 틀림이 없다.
실전2
다시 실전에 대한 감상이다.
백1은 절대다. 이 수는 방금 말했듯이 반상의 공간을 획정하는데 결정적인 자리에 있다.
이런 자리를 일러, 반상을 조망하는 자리라고 한다.
초점은 흑2일 때다. 이후는 백A 흑B가 실전이지만, 나는 백3이 좋다고 본다. B에 흑 돌이 놓여지기 전에 두어야 한다.
참고도12
참고12 흑1은 크지 않나?
참고도13
왜 안 크겠나.
그러나 참고13을 생각하자.
참고12는 참고13과 수순만 다를 뿐이다. 흑4가 이상하지 않나?
이상하다. 당연히 A로 받아야 힘이 굳세다.
물론 백3도 이상하다. 백B 붙이는 것이 제 자리이니까 말이다.
서로가 고만고만하다.
참고도14
참고12 흑1은 좀 빠르리라.
참고14 백2가 너무나 큰 곳. 흑의 근거는 어디로 가게 될까.
참고도15
참고15 흑1은 절대다.
백2는 급소며 이 진행은 백이 만족할 만하다.
참고도16
흑은 참고16이나 참고17처럼 싸워야 할 것이다.
그래.
이런 실전을 2월 7일 이후에 몇 번 봤다.
그 전에도 봤다.
참고도17
그래 그렇다.
나는 초반으로 거슬러왔다.
나름대로 하나의 좌표를 선택해서 이정표로 그어야 했다.
더 할 말이 없다.
왜 없겠나.
있고 없고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것인데.
반상은 하나의 지평선처럼 다가온다.
天圓地方
반상은 地方에 속한다.
바둑알이 天圓을 뜻하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바둑을 두는 사람이 직접 그 지평선의 끝을 끌어당길 일이다.
앞서의 참고도에서 보여드린 기하학적 인상은
내가 가끔 그리 하는 방식일 뿐이다.
이 바둑에서 부족하게 남겨진 것은 다시 물어보리라.
나에게.
이창호와 최철한에게.
의문을 남기고 바둑은 지나갔지만
그거야말로 바둑의 운명.
맺는 말이야말로 찾기 힘들다.
나는 노력하지 않으리.
2004년 5월 5일 09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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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 많으셨습니다.앞으로도 잼나고 유익한 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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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수고 하셨습니다. 언제 뵐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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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