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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일기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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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에 들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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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5월 2일) - 5월에 들어서다
事前配石制
自由布石制
바둑계의 대선배이신 양동환 선생이 전화를 주셨다. 이틀 전 충무로에서 저녁을 할 때.
이번 바둑 5월호에 사전치석제와 자유치석제라고 글을 썼던데 좀 이상하지 않나? 置石과 自由라는 개념 자체가 함께 쓸 수 없는 거 아닌가?
지당한 말씀입니다. 더 좋은 표현이 생각나지 않는 한 앞으로 그렇게 쓰겠습니다.
그렇게 말씀 드렸다.
나로서는 이 표현 - 지당한 말씀입니다 - 을 처음 써 보는데 좀 이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바른 지적이시라 나의 맘에도 조금도 어색하지 않아 지금 다시 써본다.
앞으로 나는 이렇게 쓰겠다.
오늘날 우리가 두는 이런 바둑을 자유포석제라고 하고, 조선의 순장이나 20세기 초까지 중국에서 두어졌던 중국식 포진을 합해서 사전배석제라고 하겠다.
과연 쓰고 보니 훨씬 부드럽고 의미도 제대로 전달된다.
바둑과 같이 작은 技藝의 일에도 이렇거늘, 하물며 우리의 인생과 사회를 다루는 분야에서는 그 얼마나 개념의 작성과 어투에 유의해야 할까.
오후 2시 41분.
날이 무겁다. 나는 이런 날씨를 좋아하지만 그래도 내 마음이 영향을 짙게 받는 것도 부인하지 않는다. 하늘이 무겁게 가라앉아 있다.
밤 10시 32분.
오늘 하루 종일 바둑 6월호에 올릴 글의 자료를 다루는데, 나의 가설이 예상하는 바와 맞는 자료가 하나, 예상을 벗어나는 자료가 하나 나왔다.
이럴 때 유혹을 받는다. 약간의 차이인데, 저 약간만 고치면, 아니 표현이라도 약간 바꾸면 그냥 나의 가설을 뒷받침할 수 있는데.
유혹을 이기기로 했다. 이겼다.
덕택에 중국의 자료와 우리 나라의 자료를 만들기로 했다. 할 바엔 제대로 하자. 내일 나가자. 최규병 9단 연구실에 가서 중국 연감을 제대로 훑어서 제대로 자료를 만들자. 숫자 속에 빠지겠구나.
예전에, 그러니까 1994년이었다. 4월 11일 15대 국회의원 선거를 이틀 지난 날 선거분석을 발표했었다. 그런데 누군가가 반론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내가 보기에 분명히 틀린 지적. 그래 논문을 한 편 쓰기로 했다. 그래 자료를 다루는데, 적당히 제한된 표본만을 다루고 싶었다. 그러자 선생 말씀이, 그러지 말라고. 제대로 다 보여주라고. 일이 늘었다. 그렇지만 지나고 보니, 과연 맘이 적잖이 괜찮았다.
현실을 자신의 편한 렌즈에 맞추어 살고 싶은 충동은 언제나 옆에서 나에게 속삭인다.
난 때로 그 속삭임을 듣고, 때로는 다른 소리를 듣는다.
바둑에서도 그러하다.
10시 41분. 자도록 하자.
아침이다.
6시 29분.
5월의 3일.
5월의 그 5월은 어디로 갔을까.
여기에 있는 걸까.
2시간을 앉아 있다.
오늘의 할 일을 하고 있다.
오늘 할 일을 준비하고 있다.
참 나도 부지런할 때가 있다.
성실이야말로 인생의 복이라는 것을 왜 일찍 몰랐을까!
내가 할 여러 가지 일들.
당분간 해야 할 일들.
월간 바둑 원고 쓰기.
빵과 과자를 좀 사서 먹는 일.
잠을 잘 자는 것.
가까운 사람과 만나 가벼운 대화 나누는 일.
사 놓은 책 읽기.
다른 글 읽고 쓰기.
적당히 나를 조절하는 일.
바둑책을 정리하는 일.
나의 반상일기를 어떤 제목으로 할까 고민하는 일.
정말!
나의 반상일기를 어떻게 할까.
나는 내 스스로 불만도 있지만,
정말이지, 바둑책에 대해서 비평을 좀 하고 싶다. 소개는 물론이고.
책을 버려야 할 때가 있다.
그 때를 대비해서도 정리는 필요하다.
5년 전인가….
아파트 앞 마당에 책을 대략 1,500권 쌓아두고 지나는 사람들에게 가져갈 것을 권했다. 후배들과 친구들에게 와서 필요한 책 가져가라고 했다.
참 기분 좋았다.
읽지도 않은 책이 많아 미안했지만, 읽은 책도 있었으니 크게 미안하지는 않았었다.
나의 바둑책 有感…
이 제목은 어떨까.
바둑책 漫步라고도 하고 싶지만, 요즘은 漫步를 한자로 쓰지 않으면 별 맛이 없다.
자, 이제 잠시 이창호와 최철한에게 가도록하자.
참고도1
저 참고도1이 좋아보이기는 한데…
그러나 역시 너무 황황한 그림이다. 넓기는 넓어서 시원하고 소매 또한 바람을 충분히 거두어 들일 만하지만 말이다. 상대는 프로. 프로의 정상.
프로의 手는 정말이지 무섭다.
무섭도록 무섭다.
나는 그들의 깊은 手를 안다.
내가 다음에 한 번 묘수풀이를 보여드릴 기회가 있을 때 그 때 프로들의 手를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다.
참고도2
참고도2 흑1과 흑3이 그래도 급소다.
참고도3
참고도3 흑2 흑4가 있다. 다음 백A는 흑B 이하 흑F까지 백이 크게 곤란하다.
참고도4
다시 실전인데, 그것이 참고도4인데 역시 A와 B가 흑의 권리로 남아 있어 백이 아픈 형태이다. 그렇겠다. 최철한 도전자의 판단이 역시 프로의 눈매라 하겠다.
참고도5
참고도5야 흑이 두어주기만 하면 오죽이야 좋겠나마는.
되돌아가는 길은 언제나 힘이 든다.
그러나 되돌아가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되돌아갈 때가 오면 되돌아가야만 한다.
실전1
실전1 흑27이 왔을 때는 - 그렇다면 - 최철한의 국후소감대로 흑이 한 걸음 앞섰던 걸까. 흑이 편하게 진행되고 있었던 걸까.
실전2
그렇다면 실전2 흑17을 당한 거 자체가 이상한 것인가?
실전3
다음 실전3이 필연이라면 말이다.
아니다. 실전3이 어찌 필연일 수 있을까.
백18을 그 다음 제4국에서 A에 두었다는 것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는 것.
아냐.
아냐.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나는 의문을 잠시 옆에 두고 다니는 태도가 참 좋은 산책의 태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메모도 적당하게.
너무 자세한 메모는 창의력을 떨어뜨린다고 믿는 사람이다.
참 묘한 것도 믿는다고 표현하는구나.
용직아.
너는 이 글을 이제 막 오로에 보내려고 하지?
부족하더라도 그냥 보내라.
적당한 메모와 다를 바가 어디 있겠는가. 너의 그 태도야말로 말이다.
6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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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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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배석제,자유포석제..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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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분굳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