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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일기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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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현기경 - 도샤쿠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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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圖書 일기(6월 27일) - 현현기경 - 도샤쿠의 발견
언제나 나에겐 1974년 빼 놓고는 말할 게 없나 보다.
또 1974년이다.
그 때만 공부한 걸까. 여하튼 내가 현현기경을 처음 보고 한참을 즐겼을 때 대부분 문제는 풀 수 있었지만, 접근 못한 문제는 여전히 많았다.
채초세
그 중의 하나가 다음 채초세(採樵勢).
또 다시 나무꾼 왕질이 등장한다. 이 친구가 또 신선을 만났나? 다른 바둑을 봤나? 저번에 그 바둑 말고 말이다.
흑이 둘 차례인데 원작의 답은 흑이 사는 것이었다.
채초세-갈림길
갈림길이다.
흑13 이후 흑A 이하의 축과 ‘가’ 이하의 맥을 맞본다. 이로써 흑이 산다고 원작에는 답이 주어졌었다.
채초세-도샤쿠의 발견-1
그러나 도샤쿠 선생이 나섰다. 그렇게 전해진다.
백1이 기막힌 묘수. 흑의 맞보기를 멀리 날려버린다.
채초세-도샤쿠의 발견-2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패가 제일 즐겁다. 누가 이길 필요가 있겠는가. 이겨도 좋고 져도 좋다.
다음 수순이 정답이다.
난 이 문제를 처음 보았을 때 그만 바둑을 포기해야겠다는 느낌부터 얻었다.
왜 그랬을까.
다른 문제에는 그런 기분을 전혀 느끼지 못했는데 말이다.
그건 저번에 발양론을 이야기할 때 말했지만, 반상의 불안정함을 그리고 불완전함을 이 문제가 여실히 전해주기 때문이었다.
왜 내가 불확실한 미래로 떠나야 하지?
왜 바둑은 이리도 어려운 거야!
내가 왜 바둑을 시작했지?
난 서울에 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바둑이란 게 쉬운 것인 줄 알았었다.
그저 시간만 지나면 익은 감처럼 떨어지는 그런 과실인줄 알았다. 다른 모든 게 그렇지 않던가. 화투도 포커도 장기도 그저 그랬다. 잘 하지는 못했어도 의욕을 주지는 못했다.
그런데!
바둑은 의욕도 주지만 절망도 주었다.
난 가끔 내 능력에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그것이 2년 반.
입단 실력까지 2점 느는데 들어간 시간이 2년 반.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 시간 동안 읽은 소설이라곤 전쟁과 평화,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단 두 권.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어야 할 때였다. 중학교 때 읽다가 실패하지 않았던가. 그 책을 읽지 못한 낙담도 컸다.
때가 지나면 누구든 그 때로는 돌아가지 못한다.
나는 아직도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젠 읽지도 않는다. 나는 그 때를 넘긴 것이다.
현현기경은 사실 어려운 책은 아니었다.
몇 문제만 빼 놓고는 아주 쉬운 것이었다.
그러나 이 책을 독파하기는 쉽지 않으리.
1급에게는 권한다. 그러나 답을 굳이 끝까지 얻으려 애쓰지 말라고. 그냥 즐기라고. 읽는 목적을 가지는 건 좋지만 묘수를 즐기는데 더 크게 두라고.
난 지금도 어려운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 약간만 생각한다. 그리곤 답을 본다. 난 언제나 그랬다. 수학문제도 그랬으며 바둑도 그랬다. 삶의 답에 대해서도 그런 태도를 유지하는지는 내 몰라도 답을 얻는데 지나치게 노력을 들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바둑이 그렇다. 물론 사람마다 차이야 있겠지만 바둑은 그림이 중요한 분야. 눈에 익히고 활용하면 되는 것이다. 끙끙 댄다고 더 나아질까? 더 진보가 빠를까? 더 크게 성장할까? 수학은 내 모르지만, 수학도 끙끙댄다고 될까? 내 주변의 수학 잘하는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 거 같다. 어려서도 그렇게 하지는 않는 거 같다.
물론 이런 문제는 교육학자에게 물어봐야 하리. 수학 교육도 다 연구해야 하리. 언젠가 수학 교육에 대한 책을 몇 페이지 읽어보았는데, 참! 난 엉터리로 배웠다. 하긴 제대로 알아야 가르칠 수 있는 법이다. 세상에 쉬운 게 없다.
그러면 바둑은?
바둑을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가? 프로가 되려는 학생에게.
그에 대한 연구는 없는 걸로 안다.
적어도 난 그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러니, 행여나 누군가를 키우더라도 조심해야 한다. 모르는 건 가르치는 사람도 배워야 하는 법이다. 난 내가 바둑을 가르친다면, 반드시 교육학 전공자에게 자주 묻겠다.
문군. 자네 말야. 공부할 때 난처해서 그냥 넘긴 문제 하나 만나더니 아주 이상한 소릴 하는구만. 다들 잘 알아서 하네. 자네 일이나 잘 하게. 감정을 싣지 말란 말일세.
그래요. 그렇지요. 그러나 말입니다. 책에 대해서 얘기하게 되면 결국은 자꾸만 마주치는 눈이 하나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말이야. 자네부터 돌아보게. 그것부터 하게.
좋습니다. 묘수풀이가 맘에 안 드신 모양인데, 내일은 즐거운 것으로 아주 기막힌 것으로 하나 드리지요. 현현기경엔 그 정도의 곶감은 넘칩니다. 내일은 배가 부를 겁니다. 마음 편히 오십시오. 만찬을 준비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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