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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일기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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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우청락집-왕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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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圖書 일기(6월 20일) - 망우청락집-왕적신
오늘 안개는 걷히고 비는 잠시 거울을 닦는다.
06시 45분.
이러한 때 돌아보는 것도 괜찮으리.
당나라 현종 때 왕적신이라는 바둑 고수가 있었다. 그가 안록산의 난을 피하는 도중 산속에서 길을 잃었다. 밤이면 안개가 자욱함과 다를 바 없다. 산에 안개가 낄 때는 격몽(擊蒙)이 필요하지만, 불 밝힌 초가 한간이라도 발견하면 그 또한 다를 바 없으리.
그 다음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잘 알고 계시리. 자다가 바둑 두는 소리에 잠결을 미루고, 다음 날 아침에 길 떠나기 전에 며느리에게 바둑 한 수 배웠다는 그 얘기. 그 전설.
그 왕적신이 그 날 둔 바둑은 어디가도 없다. 다행히 하나 남은 건 바로 다음 묘수.
왕적신의 묘수-1
백43이 좌우 축을 해결하는 묘수다. 한문으로는 왕적신1자2해정이라고 쓴다.
王積薪一子二解征.
여기서 하나의 문제.
내가 가진 망우청락집에는 바로 저 앞선 수순으로 나왔는데, 다른 판본에는 다음 수순으로 나왔다. 귀에서 흑22 백23의 교환이 하나 더 이루어진 것이다.
왕적신의 묘수-2
여기서 묘하다.
저 백45의 묘수를 두고 진신두의 묘수라고 그 동안 일부에서 얘기했었다.
일본에서도 이 문제는 제기되어왔고.
답은 맞다고 하기 곤란하다는 것이다.
진신두의 묘수는 나중에 현현기경을 다룰 때 드리리.
왜 틀렸다고는 답 못하고 맞다고 하기도 곤란하다 하는가.
누구더라? 소양의 두양잡편(杜陽雜編)이던가. 그 글에 보면 바로 일본의 왕자와 당나라의 국수 고사언이 대국을 하는데 33번째 수가 묘수로 끝났다 했다. 그리고 그 수를 진신두의 묘수라고 했다. 그러나 여기 보여드린 수는 43번째 수이고 또 45번째 수다.
43을 33으로 잘못 표기했다고? 그럴 수도 있으리.
그럴 수가 있으리.
그런데 돌의 흐름으로 본다면 먼저 흑22 백23을 교환하는 것이 매우 당연하다. 나중에는 변화할 수 있기 때문인데…
쏘리. 그거까지 다루지는 말자.
나도 할 일이 참 없어서 두양잡편을 찾아서 읽은 적이 있다. 그 글의 아주 일부에서 우리에게 바로 알려진 그 일이 적혀있었다. 뭔가 좀 다른 게 없을까 했는데 그런 건 없었다.
지금 그 두양잡편이 내 방 어디 있는가를 모르겠다. 중요하지 않은 글이니 잘 보관한다는 것은 어려운 것.
좌우간 난 저 묘수를 진신두의 묘수라고 하는 건 곤란하다고 본다. 43을 33으로 잘못 썼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진신두의 묘수라고 하는 건 달리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널리 알려져 왔다.
소양의 두양잡편을 근거로 달리 판단할 것인가?
43을 33으로 잘못 표기했다고? 소양도 어디선가 들었던 바를 쓴 것이니, 그가 착오할 수도 있었다고?
소양을 아끼는 자는 그리 하라.
그 짧은 몇 줄의 글을 굳은 전거(典據)로 삼고 싶어하는 자는 그리 하라.
이쯤에서 이 문제는 마무리 하고 싶다.
하나 참! 저 흑2의 씌움. 저 수를 진신두라고 한다. 저 흑2를 둔 다음의 변화는 모두 진신두라는 이름으로 나온다. 왕적신1자2해정 빼놓고는.
이제 우리는 저 묘수를 쉽게 둔다. 프로의 수준이면 물론이고 강한 아마추어도 저 수는 쉽게 찾는다.
물론 저 수는 쉬운 수가 아니다. 눈 앞에 두면 쉬운데 저 멀리서 찾으려하면 어렵다. 예컨대 발양론의 끝에 보면 저 묘수가 나오는 문제가 있는데, 60여 수 정도 될 때쯤 저 묘수가 나오니 그 때는 어려운 것. 60여 수 후의 묘수를 읽는다? 솔직히 말하면, 이번에 발양론 쓸 때 그 문제를 봤다. 읽어볼까 했는데 읽다가 그만 안개 속으로 빠져버렸다.
그래도 저 수는 이제 쉬운 거다.
천년의 묘수는 아니다. 천년 전의 묘수는 맞다.
당나라 현종…
어여쁜 양귀비의 가슴 아픈 비운을 이 아침에 얘기할 필요는 없으리.
아! 양귀비가 현종이 불리한 바둑을 보고 고양이를 던져 바둑판을 흩드려 현종을 구했다는 전설은 남기는 게 좋으리.
07시 28분.
난 일요일에 일을 한다. 양귀비는 잘 있을까. 소옥도 잘 있을까. 소옥은 양귀비의 시비(侍婢)이다. 소옥을 부르니 귀인의 맘이 어질지 못하도다. 뭐, 그런 시구(詩句)가 있다. 즐거운 이심전심으로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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