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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일기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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碁 - 바둑의 정리(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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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圖書 일기(9월 14일) - 碁 - 바둑의 정리(1)
1997년. 나는 홧김에 바둑책을 한 권 쓰기로 했다. 그래서 쓴 게 바둑의 발견. 정치학을 그만 두겠다고 다짐한 직후였다. 잘 놀아라. 나는 간다. 내가 왜 맘 상하면서 거기서 놀아야 하나?
막상 쓸려고 하니, 책이 없었다. 무엇보다 바둑의 기본 자료가 없었다.
물론 책은 없어도 이미 바둑의 발견의 큰 줄기는 머릿속에 다 잡아 두었었다. 발견 책을 나무라고 하자. 그러면 나는 이미 나뭇잎 빼 놓고는 머릿속에 다 그려두었다. 그건 별 거 아니었다. 사실 그 별 거 아닌 것이 핵심이었지만, 이미 다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나뭇잎이 필요했다. 자료를 좀 들이밀어야 하지 않겠나.
단 한 권도 바둑책이라곤 집에 없었다. 그래서 한국기원 자료실을 뒤적이고, 안영이 선생과 이승우 선생을 찾아 뵙고, 김홍석 교수를 만나고 하영휘 선생에게 물어도 보고, 동료 후배들에게 책을 잔뜩 빌려도 보고…, 그랬다. 그랬다. 감사!
일본에서 나온 기본적인 자료 정리에 크게 도움 받았다.
碁
中國の碁
中國古棋譜散步
囲碁百年
囲碁百科辭典
江戶時代の囲碁の本
古代囲碁の世界
囲碁 data enjoy book
囲碁史談-運命の一手88選
坐隱談叢
爛柯堂棋話
囲碁の數理
대략 그런 것이 내가 구한 책이었다.
우리 나라 책으로는 김용국 선생의 韓國圍棋史
중국에서 나온 책으로는 中國古代棋藝와 博奕遊戱人生, 中國圍棋史話 정도였다.
필요한 것은 찾아달라 부탁도 했다. 하영휘 선생이 欽定四庫全書에서 張華의 博物志를 찾아 주었으며, 내가 일본어가 부족해서 진창수 박사에게 3시간을 할애받기도 했다. 옆에 앉아서 좀 읽어보라고 한 것이다. 하! 감사!
책이란 그런 것이다.
나는 내가 쓴 발견을 괜찮은 수준의 바둑책이라고 본다.
그러나 앞서 밝힌 책들이 없었다면 쓰는데 꽤 시간이 들어갔을 것이다. 수준에는 차이가 없었을 것을 확신한다. 내용 몇 개 부족하다고 해서 전체적인 설명의 구조가 바뀌지는 않을 터니까 말이다.
그러나 감탄했다.
일본인들이 기울인 자료의 정리. 감탄하고 감탄했다.
어느 학자에게 들은 것이지만, 일본인과 우리 역사학자와는 대화가 안 된다고 한다. 왜냐? 일본인들이 제시하는 이론과 자료에 대해서 우리 역사학자들은 감정으로 대한다고 한다. 하! 바보들. 그래도 학자라고 하니 웃기는 녀석들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학자들도 있겠지만 말이다.
나는 이영훈 선생의 논문을 한 편 읽어본 적이 있다. 정치학자의 눈으로 볼 때 그 분의 논리와 증거는 대단한 설득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 논문 하나만 보아도 그 분은 학자인 것이 분명하다.
마즈가와 고우이찌 씨가 쓴 책
碁 (增川宏一, 法政大學出版局, 1987) ものと人間の文化史 叢書 제59권.
이 분은 將棋史와 遊戱史 연구를 하신 분으로 약력이 나와 있다. 교수는 아닌 듯한데, 그런점에서 法政大學이 괜찮다고 여겨진다. 우리 나라는 웃기게도 교수가 제일이지 않는가. 학자와 교수는 다른 거다. 교수 아니면 학교 출판부에서 책을 낼 수 있을까? 하!
狩獵, 船, 化粧, 塩, 農具, 蓮, 松, 竹, 蛇, 色, 地方仏, 壁, 城, 濕原祭祀, … 등이 法政大學出版局에서 펴내는 ものと人間の文化史 叢書의 내용들이다. 하!
우리 나라는 한참 아래다. 콘텐쯔? 그런 게 잘 정리되어 있나? 어제인가, 안철수 ahnlab 소장이 쓴 걸 읽었다. 우리 나라는 인터넷 강국이 아니다. 기술도 특히 첨단으로 갈수록 다들 선진국 거 빌어쓰고, 우리는 그저 소비하는 나라일 뿐이다. 소비시장일 뿐이다. 콘텐쯔? 그런 것도 형편 없다.
이해하고 동감한다. 지난 20년 간 내가 피부로 느낀 것이 바로 그것이다. 바둑에서도 정치학에서도.
얼마 전, 어느 정치학자와 이야기 하다가, 학생들에게 우리 나라는 제3세계다. 그러니까 현실을 바로 봐라. 그런 얘기를 학생들에게 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렇다. 그런 말을 해주어야 한다. 정보화 시대라서, 그래서 쉽게 할리우드 얘기가 귀에 눈에 잡히니까 마치 우리가 그 옆에 그 수준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인데, 틀린 것이다. 신문과 방송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워싱턴 부시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 한 마디 하는 장면. 착각하지 말아야한다. 부시가 한국에 대해서 1주일에 5분이라도 할애할 줄 아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5분은 무슨 5분! 한국은 세계의 변방인 것이다. 그게 현실이다.
물론 핵 문제는 다른 것. 핵은 한국의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 나아가서 세계질서의 문제이다. 그거 때문에 한반도가 백악관의 관심은 되리. 그러나 그런 관심이 무슨 소용? 그게 한반도의 저력을 상징한다고 생각하면 오산도 큰 오산이다. 어리석으면 그런 착각을 하리.
말이 많구나. 나는 여전히 세상과 함께 하고 있구나.
아까 아침에 창을 앞 뒤로 열어놓으니 바람이 내 몸을 풍선처럼 감싸안는다. 뭉텅 뭉텅 들이닥치는 바람. 가을이었다.
그래 냉수로 목욕했다.
하! 그 시원한 맛이란.
음…, 1992년 쯤인가. 술탓으로 속이 아파 며칠을 딩굴었다. 정말 위장이 그렇게나 아팠다. 병원이라도 가야할 터인데, 그건 싫고. 그래서 냉수마찰을 하루에 세 번씩 했다. 추운 겨울 1월에 말이다. 한 달. 속이 말끔했다. 하! 그 상쾌함이란! 그래서 또 푸기 시작했다. ‘푸다’라는 단어. 한글에서 유일하게 ‘우 변칙’하는 단어. 우물에서 물을 푸다.
쏘리.
아무래도 저 앞에서 나열한 바둑의 기초자료를 정리하고 해석한 책들에 대한 나의 일기는 오늘은 그만해야겠다.
다만 저런 책들이 있다는 것만을 오늘은 소개하는 것으로 만족하자.
어느새 글 쓴지 1시간도 훌쩍이나 넘었다.
9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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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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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의 발견". 이제껏 살면서 복본을 사 본 유일한 책. 그런 책을 쓰는 사람이 나오면 원망할 것만 같았는데... 그거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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斯文亂賊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