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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일기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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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마 시절 - 대구에서 뵌 사범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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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일기(12월 19일) - 나의 아마 시절 - 대구에서 뵌 사범님들
새벽 5시 13분.
언제부턴가 겨울이다.
지난 번 1년간 술을 끊었을 때 - 정확하게 말하면 술 생각이 사라졌을 때, 나는 일찍 일어났다. 여름이건 겨울이건 5시경이면 눈이 뜨였다.
그러나 지난 10월 편도수술 후 모든 음식에 대해 예전의 맛을 못 느끼게 되었을 때 한 번 마셔볼까 마음 먹다가 그만 또 마시고 있다. 다시 머리 속에서 술을 사라지게 해야지. 그 맘을 가져보고 있긴 하다. 과연 가능할까.
가능하다.
나는 단순히 술을 끊겠다는 생각보다도, 그 의지는 매우 힘이 드는데
머릿속에서 술을 사라지게 하는 것은 그보다 쉽다고 본다.
머릿속에서 술에 대한 생각, 아니 술에 대한 관념같은 이미지가 사라지면 남는 것은 다른 세계.
과연 자신하냐?
글쎄다. 적당한 때 노력해야지. 생각의 방향을 다른 쪽으로 잡아채야지. 들녘이나 새벽의 시장, 텅빈 우주…
그러고 보니, 국민학교 5년 때의 일을 깜박 잊고 넘어갈 뻔 했다.
국민학교 5년. 그러니까 1969년 늦가을인가 초겨울인가.
김천에서 영남일보 기자 하시던 분(죄송하게도 성함을 잊었다)이 나를 데리고 대구로 갔다.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는데 이번에 그 날짜를 찾아보려고 신문과 바둑잡지를 뒤졌다. 아, 나에게 그 사진이 있었는데 그만 그 사진도 없다.
사진이란 다른 게 아니라 정창현 사범님과 9점 접바둑을 두던 때. 초겨울은 아니었다. 사범님은 사진 속의 사범님은 반팔 와이셔츠를 입고 계셨다.
그러나 찾아본 1970년 1월호 바둑에는, 이창세 사범님이 - 서독에서 돌아온, 그런 題下로 - 환하게 웃고 계신 사진이 첫머리에 있었으니 1969년의 늦가을은 되리. 당시 윤기현 사범님이 일본에서 막 돌아와 가진 첫 공식 대국 두 판을 지고 있다는 기사도 있으니 늦가을이 맞으리. 내가 입은 옷도 그 정도의 계절을 나타낸다.
1969년 늦가을.
나는 대구로 택시를 타고 갔다. 가다가 그만 멀미를 하게 되었는데 - 차멀미는 고등학교 때까지 나를 괴롭혔다 - 그때 먹고 있던 쵸코렛 때문에 쵸코렛은 내 지금까지 못 먹는 음식 중의 하나가 되고 말았다. 요즘 약간은 억지로 피로회복제로 먹기도 하지만 말이다.
대구로 갔다. 나는 19줄 바둑판을 작은 종이에 볼펜으로 그려가지고 갔다.
기자 분 말씀. 기보용지가 있단다.
대구는 때맞춰 서독에서 고국을 방문한 이창세 사범님과 일본 유학에서 돌아오신 윤기현 사범님의 공개대국을 열었다. 해설은 정창현 사범님.
이창세 사범님과 정창현 사범님은 대구가 고향인 것으로 기억한다. 고향팬들에게 인사하는 자리가 되겠는데, 윤기현 사범님도 돌아오셨으니 좋은 때가 되었으리.
대형 바둑판을 앞에 두고, 대국자는 단상 위에서 바둑을 두셨는데 사람들이 성황이었다.
시절의 배경은 이랬다.
1958년 김인, 강철민 입단.
1959년 이강일, 윤기현 입단.
1960년 김학수, 이창세 입단.
1961년 정창현, 양건모 입단.
1967년 월간 바둑 창간.
1968년 한국기원 관철동 회관 개관.
1969년 이후락 총재 취임.
1960년대는 경제성장이 높이 이뤄지던 때. 그러므로 사회 부문에 활력이 넘치던 때.
사람들이 성황을 이룰 만했다.
대구의 대국
윤기현 사범님이 백을 잡고 3집반 이긴 것으로 기억하는데, 기보는 찾을 수가 없어 매우 아쉽다. 잡지에도 없고 신문을 약간 뒤졌는데도 나타나지 않는다. 아쉽다.
그러나 다행히 초반 포석의 일부는 기억하는데 흑1 걸침에 대해 놀랐다. 나는 좌상귀 흑4만 알고 있었다.
참 사람들이 많았다. 바둑이 한창 피어날 때였던 것이 여러 가지 시대 정황으로 보아 분명하기도 하지만, 내 주위에 있던 사람들의 즐거워하는 모습에서도 분명하다.
다음 날.
여관일까, 호텔일까.
기자 분이 나를 데리고 방에 들어갔다. 방은 좁지만 10여 명 사람들로 가득 찼고, 담배연기는 앞을 안개처럼 만들었다. 정창현 사범님께 부탁을 드렸다. 소년에게 한 판 지도대국을 해주시지 않겠느냐고. 처음에는 약간의 난색을 표하시던 사범님은 곧 흔쾌히 허락하셨다.
지도대국
9점. 기억에 남는 것은 다음 수순.
나는 유리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10여 집인가, 불계였던가 그랬다.
잠시 후 관전한 옆자리 이창세 사범님의 대국은, 대여섯점 바둑이었던 것인데 백이 몰리고 몰리는 듯했다. 그러다가 흑의 대마가 잡히고 바둑은 끝났다. 하!
두 분 사범님은 웃고 환담을 나누면서 대국을 하셨다. 관전자도 지도대국을 받는 분들도 모두가 그 당시의 내 눈에는 나이가 지긋한 듯했는데 함께 즐기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바둑을 즐겨라. 그런 인상이었다. 돌이켜보면 사범님은 오늘의 나보다도 젊은 때였으리.
바둑은 대화의 수단이었다. 아니다. 바둑도 대화도 함께 어울렸다. 담배연기가 자욱한 것이 내가 가졌던 사진에도 뚜렷이 잡혀 있다.
아마도 바둑은 그런 것이었으리. 적어도 1960년대는 말이다. 내가 다녔던 김천의 기원도 그 점에서는 다를 바가 없었다.
돌이켜보면 바둑은 전환기에 있었다. 내가 바둑을 처음 배울 때도 그랬고 그 몇 년 후엔가 1974년 내가 서울로 바둑 두러 올 때도 그랬다.
나같이 산만한 소년이 바둑을 옆에 둔다는 것 자체가 우연이 아니리. 나는 산만했다. 학교에서는 언제나 멍했다. 선생님의 가르침은 거의 대부분 귀에 들어오지 않았었다. 생각은 가던 길을 멈추고 항상 옆길로 샜다.
정말 다행이었다. 당시는 그리 생활해도 지장이 없던 시절이었다.
이른 새벽인가.
6시 06분.
오늘은 책 교정을 하겠다. 노동이 부족하면 생활이 나태한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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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릿글 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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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사범님..참 오랫만입니다.게으름때문에 그동안 연락을 못드렸네요..다가오는 2005년 새해에는 더욱더 의미있는 한해가 되시길 기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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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정창현 선생은 해주 정씨로 조선 중엽의 학자 신당 정붕 선생의 자손으로, 피붙이들이 사는 선산(김천 옆에 있지요)의 신당리(혹은 포상동)가 고향입니다. 즉 대구가 아니라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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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전합니다. 그리고 글을 쓰는 이는, 특히나 단순 소일거리가 아니게 쓰는 이는, 어법에 맞게 쓰야 합니다. "~리" 라는 식으로 어미를 맺음은 옳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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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skmj |
｜ 2004-12-31 오후 7:19: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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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의견에 한마디 |
이상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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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솔두류산 |
｜ 2005-01-01 오후 8:56: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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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견에 한마디 |
제목에서 보다시피 일기처럼 편하게 남기는 글을 가지고 문법을 맞추라니... 돌 던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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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운선생 참 희안한 사람일쎄. 그렇게 자신을 드러내고 싶소? 문 사범님 괘념치 마십시요. 좋은 담백한 문장 잘 보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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