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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일기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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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因坊戰全集 - 300년의 別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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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圖書 일기(9월 10일) - 本因坊戰全集 - 300년의 別卷
늦은 아침
어느새 햇님이 내 어깨 너머에 왔다.
창을 여니 방안 가득, 앉으니 책상 가득 담기는 가을의 정취. 내 왼쪽 어깨여. 자넨 행운아네. 태양은 자네를 위해서 이미 수십 억 년 전에 수소를 모았나니, 그 깊은 뜻에 삶과 희망과 미약해져가는 세포의 일생을 맡기게. 자넨 행운알세.
아닐세. 나만 행운아가 아닐세. 자네 오른쪽 어깨여. 자네를 이룬 그 모든 원소는 이미 우주 창조 때에 조물주가 부여한 바로 그 말씀이 아니신가. 자네의 그 침묵을 나는 부러워하네. 나를 따뜻하게 데우는 저 가을빛을 함께 나누세 그려.
8시 15분.
책상 위에 본인방전 전집 別卷이 놓여있다.
좀 이르구나. 가을 태양을 내 좀더 안아보아야 하루를 보겠다.
오후 3시 58분.
거의 끝나가는구나. 저 응씨배 준결승 제3국.
큰 승부이기에 저리도 지탱하기 힘이 드는가. 착수 하나 하나에 힘이 잔뜩 묻어 있다는 느낌이 진득하도록 끈적인다.
승부가 시계추처럼 왔다갔다 하는 듯하다. 저 시계가 멈출 때 그 때 우리는 비로소 저 바둑의 명암을 알게 되겠지. 명암만을 멀리서 바라보겠지.
本因坊戰全集 別卷
제6권이 끝나고 別卷이 남겨져 있다.
本因坊 슈사이 명인의 은퇴기가 제일 앞에 있구나.
하!
5쪽부터 174쪽까지 170쪽을 그 바둑 하나에 할애했구나. 하!
관전기만 해도 참으로 대단하구나.
관전기는 가와바다 야스나리
해설은 吳泉. 오청원이 改名했을 때군.
237수를 62보로 나누어서 관전기를 썼다.
아! 이를 일찍 보았으면, 내 관전일기 쓸 때 참고를 할 것을.
아니다. 보아서 무엇하랴. 읽을 수도 없는데.
솔직히 말해서 - 지금 돌아보니 - 내 관전일기는 많이 미진했다. 정말 부끄럽다. 제일 먼저 가졌던 맘은 그게 아니었는데, 어느새 호랑이 그리려다 고양이도 못 그렸다.
가와바다의 소설 名人의 삽화가, 스케치가 다 여기에 있겠구나. 한자가 적지 않으니, 일본어 사전을 옆에 두고 읽어본다? 아서라. 그 시간에 차라리 예전에 봤던 일본어 교습서를 다시 한 번 읽고 관전기 읽는 것이 훨씬 시간 절약 되겠다.
내 경험으론 일본 바둑책을 읽으려면 하루에 적어도 3시간 3개월은 투자해야 하리. 물론 소설은 어림도 없다. 단어 몇 개 들어가지 않은 바둑책만을 두고 말하는 거다.
대학 시절 기억이 나는구나. 운동권 학생들이 특히 그랬지. 일본어 1주일이면 읽을 수 있다고. 禁書 말야. 그럴까. 가능할까?
천만에 말씀이다. 하루에 3시간 적어도 3개월 꼬박 바쳐야 하리. 하긴 난 언어 능력이 매우 떨어지는 사람이니 내 말을 준신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공부한 친구들 다 의심스럽다. 그들이 읽었던 책은 분명 엉망이었으리. 자신이 희망하는 방향으로 번역했으리. 아니다. 번역은 무슨 번역! 誤譯도 不能이다. 그런 열정으로 공부해서 박사해 봤자 다 맘이 급한 설명만 나온다. 의문을 스스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열정보다 앞서야 한다.
하루에 30분이면 충분하다는 그런 선전문구는 그야말로 선전문구. 빵 한 조각 주세요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 언어는 하루에 적어도 3시간. 몇 년을 해야 할지는 몰라도, 그래야 언어는 쌓인다. 잃어버리기 전에 약간이라도 쌓인다.
바둑도 그러하다. 하루에 30분 정도 해서 무슨 積德이 되랴. 그저 밀려 내려가지 않을 정도에 그치리.
집중! 내 이보다 나은 공부방법을 알지 못한다.
그나저나 참, 대단하다. 무엇이?
기타니 七단. 그가 대단하다.
오청원이 슈사이 명인에게 3三, 화점, 천원의 포석을 두고,
기타니가 역사상 처음으로 3연성을 시도한 것이 1933년.
두 기사와 함께 安永 一이 囲碁혁명 신포석법을 썼던 것이 1934년.
신포석의 열풍으로 바둑계를 휘몰았던 것이 불과 4년 전이다.
명인 은퇴기가 1938년에 이뤄졌으니 말이다.
기타니는 1937년 봄 승단대회에서 2국만을 3연성을 시도했고 나머지 6국은 모두 舊포석이라 할 만한 소목을 두었다. 그래서 얻은 성적은 8전 8패. 하!
연구 앞에서 공부 앞에서 모든 진리는 실험의 대상이 된다. 검증되지 않는 주장을 일삼는 사람들은 마땅히 부끄러워 해야 하리. 검증될 여지 없는 주장은 결국 주먹밖에 의지할 데가 없다. 바보들은 그리 한다. 아니다. 바보들이 그리 하는 게 아니다. 인간을 우습게 아는 어리석은 놈들이 그리 한다.
마지막 세습 본인방 슈사이 명인의 은퇴 기념 바둑. 명인에게는 마지막 공식 대국이다. 누가 중압감에 더 시달릴까. 슈사이 명인? 아니면 기타니?
기타니의 첫수가 그래서 주목을 끈다. 萬人의 주목을 끈다.
소목이었다.
후레쉬가 터졌다. 조명이 밝았다. 어지러웠으리.
명인은 기타니가 반상에 착점한 흑1을 보고 잠시 후 封手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곤 일본기원의 幹事를 데리고 옆방으로 갔다. 백2를 封한 후에 방을 나갔다.
명인 은퇴기-1
백2는 명인이 즐겨 쓰던 수였다.
나는 이제 안다. 저 백2에 대해서 안다.
저 백2가 어디에서 왔는가를 안다.
저 백2는 일본 바둑 300년의 함축이다.
백2는 자유배석제 바둑을 이해하고 있다는, 바둑이 19줄 반상에서 이뤄진다는 그 점을 이해하고 있는 수다.
내가 월간 바둑에 5월호던가, 쓴 것이 있다. 그 글을 읽은 분들은 아시리.
다시 간단하게 설명하자.
왜 백2가 저어되는가
기보에서 백2는 흑3 걸침을 당해 나쁘다고 알려져 있다. 20세기 초까지 그랬고 그 이후에도 그랬다. 1960년대에도 그랬다.
2004년 현재의 수준에서도 그 판단이 틀렸다고 할 근거는 없다.
흑5가 협공과 벌림을 겸하는 세간협공. 도샤쿠의 발견이다. 19줄 반상에서만 그 활용이 극대화되는 수법. 그러므로 도샤쿠가 바둑판이 19줄임을 인류 처음으로 발견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래서 1960년대 이전까지의 기보에서 흑1과 마주보는 백2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백3이 아닌 B 눈목자 걸침은 17세기에 두어진 적이 있지만 20세기 전까지는 그리 널리 호응받지 못했다.
이런 이해가 일본 바둑 300년의 가장 큰 성과의 하나였다.
명인이 은퇴기에서 백2를 우하귀에 둔 것은 그래서 참으로 의미가 깊은 것이다.
그 백2를 봉수한 것은 더욱 의미가 깊다.
봉수는 언제나 상수上手의 권리였다. 20세기 중반 봉수제도의 일방적 권위에 대해 젊은 기사들의 반론이 높아질 때까지. - 사실 이 변화는 바둑이 시장에 편입되었기에 가능했던 것이지만.
전통과 근대를 굳이 구분할 이유도 없지만
구분하는 것도 명쾌한 이해를 우리에게 준다. 많은 점에서.
명인 은퇴기는 전통 속에서 두어졌다.
백2까지는 적어도 백2까지는.
나는 本因坊戰全集 別卷에서 그 흔적을 발견하고 있다.
痕迹이라…, 참 아끼고 싶은 단어다.
오후 5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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