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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일기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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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因坊戰全集 - 부러운 시간, 보고픈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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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圖書 일기(9월 8일) - 本因坊戰全集 - 부러운 시간, 보고픈 인물
햇살이 찌른다. 아침 9시 30분.
응씨배 준결승 제2국이 있구나. 보고 싶구나.
잠깐만 참자. 먼저 일을 해야겠다.
오후 3시 12분.
최철한은 이제부터군. 송태곤은 어렵겠는데.
이틀 전에도 얘기했지만, 정말이지 승부에 집중할 수 있는 재능을 가진 10대 20대가 아니고서는 저 긴장감을 이겨낼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오늘의 한 판도 아니고 5일에 걸쳐 3국을 둔다? 그 압박, 부지불식간에 밀려오는 무의식에서의 해일 같은 압박.
本因坊戰全集(每日新聞社, 1969)
바둑은 史上 空前의 융성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 근대 바둑의 발전에 있어서는 全日本專門棋士選手權戰 즉, 본인방전이 中軸을 담당했습니다. 돌아보자면 21世
본인방 슈사이 명인이 결단을 내리고 매일신문사가 30년 전에 창설했던 이 기전이 전통과 봉건의 껍질을 벗어던지고 … 현대 바둑의 새로운 세계를 개척했다는데 본인방전의 의의가 있습니다. … 본인방전 전집 전7권을 여기 간행하여 현대 바둑에의 이해를 높이고자 합니다. 1969년 11월 매일신문사.
서문이다.
題字는 가와바다 야스나리(川端康成)가 했다.
雪國의 작가. 노벨상 수상자. 그 무미건조한 필체. 지금도 기억에 또렷하다. 번역된 것이지만, 중학교 때 읽을 때 눈밭 위에 흩어지는 건조한 바람. 名人이란 작품도 읽어봤군. 역시 건조한 문체. 전통적인 여관의 마른 분위기, 단편적인 인사, 스쳐가는 시간.
題字 川端康成
제1권 첫 장을 열면 가와바다가 붓으로 쓴
本因坊戰全集
뒷 페이지에 다음 소개가 나온다.
題字 川端康成
監修 關山利一
橋本宇太郞
…
林海峯
林裕
나는 부럽다.
題字 川端康成
저 글자가 부럽다.
나는 부럽다.
題字 川端康成
저 뒤에 숨은 일본 바둑계와 다른 문화계와의 어울림이 부럽다.
나는 보고 싶다.
題字 川端康成
저 글자를 남긴 川端康成의 이해를 보고 싶다.
지난 10년간 한국 바둑계는 그나마 있던 문화계와의 연계를 거의 끊어오는 방향으로 성장해왔다. 아프다. 매우 아프다.
自畵像이 바랜 것이다. 하긴 무슨 자화상이 있었는가고 힐난한다면 그 또한 답할 말이 나에겐 없다.
스포츠를 입혀도 간직할 것은 간직하면 좋은데…. 앞으로의 미래에서 아쉽고 부족한 것을 바둑은 약간은 가지고 있는데…. 그게 정말 가치있는 건데. 부족한 게 귀하고 멀리 있는 게 비싼 거 아니던가.
1975년 나는 본인방전전집을 처음 접했다. 딱 두 권. 그 두텁고 커다란 크기 검푸른 표지를 처음 잡았을 때의 그 감촉. 눈에 잡힌 반상의 씨줄과 날줄. 얹힌 흑백. 나는 그 책을 우표책과 교환했었다.
도전기는 보를 나누어 해설했으며, 예선과 본선 대국은 총보로 처리했다. 그 얼마나 소중한 책이었던가.
본인방전은 1961년 명인전이 개막되기 전까지 일본 제일의 기전. 이제 상금은 기성전과 명인전에 밀리지만, 우리 나라 국수전과 같이 일본의 기사들이 한 번은 갖고 싶어하는 기전. 왜냐. 한 번 본인방에 오르면 이름을 바꿀 자격이 주어진다. 바꾸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바꾼다. 高川 格 七段은 본인방에 오른 후 高川 秀格으로 바꾸었다. 秀를 쓴다면 그건 秀和 秀榮 秀策 秀甫 秀哉 등 앞선 세습 본인방들과 인연이 있음을 드러내는 것일 게다.
제1기는 關山利一 六段이 우승했다.
이름을 고쳤다. 本因坊利仙
제2기 제2국
제2기 제2국.
백 本因坊利仙(七段) 흑 橋本宇太郞(七段)
덤 4집 반. 제한시간 각 13시간.
1943년 7월. 사흘째 되던 날 아침, 본인방은 포도당 주사를 맞고 대국에 임했다. 전날 구토와 설사까지 했던 몸이었다. 본인방은 피를 토하고 승부를 기권했다. 쓰러졌다.
바둑은 90수로 끝났다. 본인방은 무대에 다시 올라가지 못했다.
뒷날 병원에서도 本因坊利仙은 바둑을 놓지 않았는데 그 원고를 모아 나온 책이 傑作詰碁辭典이다. 나중에 다루자. 아주 좋은 묘수풀이와 맥에 관한 책이다. 그 분야에선 손꼽을 만한 책.
橋本宇太郞은 제2기 본인방이 되었다.
이름을 고쳤다. 本因坊昭宇
대단한 기백이요 자부심이다. 이름만 보아도 알겠다.
아름다운 오후다.
아침 창을 열 때는 몸을 부술 정도로 찌르던 햇살도 오후에는 부드럽게 되는구나. 나이란 그런 것. 나이가 들면서는 하나 하나 恨을 놓아야 하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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