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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일기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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囲碁百年(1)- 바둑의 정리-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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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圖書 일기(10월 3일) - 囲碁百年(1)- 바둑의 정리-9
10월의 셋째 날.
어느새 어둠이다.
오후 6시 37분.
囲碁百年(전3권)
제1권 先番必勝を求めて 瀨越憲作 著
제2권 新布石興る 木谷實 著
제3권 實力主義の時代 坂田榮男 著
平凡社가 1968년에 펴낸 책. 1980년에 초판 3刷.
林裕의 囲碁百年과는 다른 책.
1968년이면 일본 바둑의 황금기.
비록 12년이 걸렸지만 1980년에 3쇄를 찍었다니 놀랄 일이다. 왜 놀라는가. 자료집이기 때문이다.
1쇄에 몇 부를 인쇄했는지 내 모르지만, 얼마 전에 일본 바둑책의 시장 일부에 대해 들은 것이 있다. 얼마 전 어느 책을 초판에 5천부 찍었다던가.
오늘 제1권.
近 450 페이지에 달한다. 2권도 3권도 모두 비슷한 분량. 글씨도 깨알만 하다. 음, 과장이다. 깨알보다는 큰 활자.
인명색인에 6 페이지를 할애.
누가 많이 인용되었는가.
본인방 秀榮과 본인방 秀哉로 각각 50회와 40회다.
본인방 秀甫도 있군. 18페이지부터 397페이지에 걸쳐서 모두 59회.
목차에 11 페이지 할애.
해설보 25국.
참고보 117국.
백년의 기초를 이룬 사람들.
세고에 선생의 머리말 제목이다.
그러니까 메이지 유신 이후 1968년까지 - 딱 100년이다 - 바둑계를 넓혀 비추어 본 책이다.
세고에 혼자 쓸 수야 없었으리. 많은 사람들이 함께 했으리. 그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일본 바둑계의 저력을 이런 책 보고 짐작 못하면 무엇으로 짐작하리.
세상을 본다?
나는 한국기원에 籍 두고 있지만 드물게 들린다.
한국에 살지만 한국 사회를 그리 많이 접하지도 않는다.
나는 알까. 한국을 알까. 우리를 알까.
이런 적이 있다.
누구 만나보지 않을래? 바둑을 매우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싫다.
왜?
그 사람, 폼만 잡는 사람이야. 바둑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 없어.
그래? 안 그럴 걸.
내가 맞다. 본 적은 없지만 한두 개의 사실만 접하고도 그 정도야 알 수 있다. 하긴 누구나 그 정도야 알리.
어떻게 아느냐? 이론으로 안다. 내가 바보인가. 할일 없이 이론서를 심심풀이로 현실과 유리된 것으로써 지금껏 - 항상 하는 건 아니지만 - 20년을 보아 왔을까. 내 후회되는 일이 있다면 집중하지 못했다는 것. 그러나 이론서는 참 재미가 있는 것이다. 예전엔 술을 더 재미있는 걸로 알아서, 그것이 그냥 뜻이 되어서 공부를 멀리 해서 아쉽고도 아쉽지만.
이론서를 봐야만 현실을 보는 눈이 생기고 열린다. 현실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듯한 그런 책을 봐야 한다. 세상을 제대로 알려면. 가능하면 이론의 이론에 대한 책을 보면 더 좋다. 이론의 이론의 이론에 대한 책을 보면 - 볼 수 있다면 - 더더욱 좋고.
이제는 떠났지만 학생들에게 말했다. 정치의 세계 알고 싶냐? 그러면 신문을 100년치 옆에 끼고 살지를 말라. 정당? 그건 한 번 정도는 꼭 가봐라. 그들이 어떻게 자리에 앉아 있는지, 사무실만 구경하고 돌아와라. 국회도 한 번은 가 봐라. 그러나 정당을 알려면 책을 봐라. 국회도 마찬가지. 한국정치? 한국정치에 대해서 아무런 말을 해주지 않는 고전을 봐라. 그러면 알리. 정치판에 들어간다고 정치를 안다고 할 수는 없다. 정치를 하는 것이지, 정치를 아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수준에 맞는 행동을 하게 된다. 그 뿐이다. 정치인? 자신의 정치적 이해에 대단히 민감한 사람들. 거의 대부분. 어느 나라나. 차이란 무시할 정도.
쓰잘 데 없는 얘기는 그만 늘어놓고 용직아, 책으로 돌아가라.
백년의 기초라…
참 대단한 자부심이다.
인정한다.
방금 숫자를 헤아려 봤다. 인명색인에 등장한 인물들의 숫자.
368명이다.
바둑과 같이 작은 세계에서도 작은 정리 하나를 해도 368명이 등장한다.
그것도 제1권에만.
난 이로써 이 책에 대한 나의 도서일기를 마쳐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7시 13분.
p.s.
참고보는 모두 총보 형태로 제시되어 있다.
1968년 이때는 컴퓨터도 보급 안 된 때. 지금과 같이 기보를 작성하는 편리한 프로그램도 없을 때다. 어떻게 하는지 아시는지?
아마도 이렇게 했으리.
19줄 반상을 그린 큰 종이 위에 숫자가 둥글게 적힌 흑백의 작은 종이조각을 풀을 칠해 붙인다.
囲碁百年 전3권이
1) 바둑계의 성장, 반상에서의 수법의 변천, 이렇게 두 부분을 조명했다.
2) 흑 필승의 시대, 신포석의 시대, 실력주의 시대,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누었다.
그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일단 구별할 수 있는 눈이 있다는 것이다. 그 눈이 바른 것인지 여부는 또 다른 문제일 뿐이다.
어느 정도의 노력이 傾注되었을까. 짐작도 못하겠다.
바둑의 실력에 대해서 한 마디 하자.
지금 현재. 일본 바둑계가 실력으로도 우리 한국보다 떨어지지 않는다고 나는 본다.
승패? 그거야 사소한 거다.
승패로 실력이 나타나지 않느냐고?
그렇긴 하다. 그러나 우리야 잠깐 주춤하면 그대로 끝장인 내용을 가지고 있고, 저들은 다르다. 우리가 얻은 바둑의 지식이 대체 어디서 왔는데!
우리 민족의 머리가 좋다고? 웃기는 얘기다. 그 전에는 나빴나?
인간의 보편성을 인정하면, 차이라는 건 사소한 거다. 문화의 차이 뒤에는 더욱 큰 배경이 하나 있다. 보편성. 오해하면 안 되겠다. 보편성. 피부색에 관계 없이, 언어에 관계 없이, 피부 뒤에 있는 거, 언어 뒤에 있는 정신의 언어.
그러나 짧은 어제와 오늘을 보면, 차이는 엄청난 거다. 우린 바둑을, 어떤 바둑을 즐기는가. 우리는 뿌리가 지극히도 허약한 바둑을 즐기고 있는 거다. 일본에서 얻어온 지식으로 키운 화초. 그것을 우리가 당연스레 우리 것으로 아는 거다. 허술하기 짝이 없다. 바둑만 그러랴. 다른 분야도 다름 없으리. 잡초? 맹랑한 표현이다.
내 말이 틀렸다고?
그랬으면 좋겠다.
그러나 10년 후에 지금 내 말을 되씹어 볼 일이 없으리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불과 10년! 그것도 길게 잡은 거다.
반상을 돌아보겠다. 그것으로 가볍게 살겠다.
책만 보면 아쉬운 세상. 내 이 일기를 적당히 해야만 하겠다.
제1인자의 자리를 걸고 둔 바둑 하나 즐겨보자.
백은 뒷날의 슈사이 명인. 흑은 나까가와(中川千治).
제1인자를 걸고
1908년 12월 2일부터 16일까지 아홉 차례에 걸쳐 둔 바둑.
백148 한 수에 8시간을 장고한 바둑.
나는 즐기지만, 저 두 사람은 자신을 던졌으리. 하긴, 프로는 긴장을 즐긴다. 그런 맛도 없으면 무슨 낙으로 바둑을 둘까. 승부사 기질이 없으면 棋士로 입문해도 어렵다. 모든 프로가 다 승부사인가? 그건 아니다. 얼마 아니 된다. 좁은 세계지만, 하나의 세계라서 이겨서 정점에 올라가기란 여간 힘들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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