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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상일기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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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장의 창작사활- 묘수풀이집-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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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반상 圖書 일기(11월 2일) - 김수장의 창작사활- 묘수풀이집-4
11월의 둘째 날 아침 07시 38분.
날이 흐리다. 이런 날 우울하기 딱 알맞으리. 그러나 바로 그 때문에 이런 날 공부하기 딱 좋으리. 공부냐, 술이냐? 아니면 잠이냐?
김수장의 창작사활 (1998, 서울: 한국기원)
이 책은 부족한 점이 있다.
넘치는 책이 어디 있으랴만 이 책은 충분치 못하다. 그건 아쉬움이요 스스로 만든 부족함이다.
머리말을 일부 실어본다.
우리나라의 바둑이 세계정상에 우뚝 서 있는데 비한다면 사활분야는 많이 뒤진게 사실이다. 모쪼록 사활창작에도 재능있는 후배들이 나왔으면 하며, 본 졸저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용기를 냈다.
저 마음으로 어찌 편안하게 책을 쓸 수 있으랴.
내 알기로 김수장 九단이 만든 문제는 훨씬 다양하다. 이 책에 실린 것은 그 양반이 가진 그릇의 작은 종지에도 미치지 못한다.
다시 일부를 옮겨본다.
95년 초에 … 묘수풀이1,2권을 출판했다. 이것이 우리의 작품을 다룬 책으로는 처음으로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사활책이라고 해서 무작정 등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더욱 그 내용을 두고 따진다면, 주변의 기초 없이 홀로 설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건 우리 나라 바둑책의 전반적인 수준을 보면 두말 할 필요도 없이 우리 모두 알고 있는 바다.
타이틀 전의 성적으로 실력이 평가되고, 또 실력이 그에만 드러나서, 책의 수준도 자연스럽게 따라갈 것으로 생각한다면 그건 오판이다.
책이란 건 다르다.
이창호의 등장과 지속은 우연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할지 모른다. 오청원도 중국의 오청원이 아니지 않은가. 물론 중국 없이 오청원 없다. 중국의 문화 없이 오청원 없다.
그러나 과연 우린 자신할 수 있을 것인가. 한국 없이 한국의 문화 없이 이창호 없다?
난 부정적이다. 그렇지 않다. 우리의 바둑 속에 문화적 깊이가 살아 숨쉬고 있다면 내 말은 틀린 것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김수장 사범의 창작사활집은 매우 귀하다. 저 수준의 책이 나오기까지의 고생은 내 모르지만, 그래도 짐작은 한다.
왜 일본에서 다양한 묘수집이 많이 나올까? 앞으로도 소개될 것은 주로 일본의 사활집일 것인데, 왜 그럴까? 왜 현대 중국에서는 좋은 사활집이 나오지 않을까?
그 답을 우리가 안다면, 김수장 사범의 책이 얼마나 어렵게 세상에 나온 것인가를 짐작할 수 있다.
작품은 모두 57개. 책은 문고본으로 약 220쪽. 작은 문고본은 아니다.
각 작품마다 제목을 붙였다.
각 작품마다 문제를 만든 계기를 밝혔다.
각 작품마다 읽을 애기가들의 수준을 고려했다.
바로 그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아쉬움은 바로 그 세 번째로부터 왔다.
우리 나라 애기가들의 수준. 바로 그 점을 저자가 고려한 것이 책의 내용을 아쉽게 했다.
만약 우리 나라 애기가들이 다양한 사활묘수집을 손쉽게 구하고 또 손에 잡고 있었다면, 저자는 문제의 선정에 고심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스스로 가장 보여주고 싶었던 바를 보여줄 수 있었을 것이다.
내가 보기에, 그 하고 싶은 바를 자제하느라 좋은 문제가 많이 제외되었다. 나는 안다. 이 분의 작품을 보아 왔기에 안다. 그 사라진 문제를 안다.
사실 사활묘수를 만드는 것은 대단한 노력이 평상시에 소요되어야 한다. 일본의 유명한 사활묘수집을 보라. 그 문제를 만든 九단들이 어디 큰 성적 내던가? 있다면, 김수장 사범의 얘기대로, 하시모또 우따로 정도리.
마에다(前田) 九단의 사활묘수도 유명하다. 그도 20대에는 대단히 촉망받는 기사였다.
가다 九단은 다른가. 그도 성적이 상당했다.
오청원 선생이나 사까다, 후지사와 선생도 묘수풀이집을 냈지만, 내 보기에 소개할 수 있을 정도의 내용이다. 그 분들이 사활집에 매달린 적은 없었다. 그건 문제에 드러난다. 자신의 색깔이 없다. 그 위대한 오청원 선생도, 그의 묘수집에는 그 분 자신의 색깔은 그다지 선명하지 않다.
57쪽에 이런 문제가 있다.
중앙의 수읽기-문제
중앙의 수읽기-답
오래 전 전문기사의 실전에 나온 것인데 기억을 더듬어 각색해 보았다. 틈틈이 메모해 놓지 않은 것을 후회하면서….
문제 앞에 밝힌, 문제를 얻은 사연이다.
이 책은 아쉽다. 하나의 구상으로 통일되지 못했다.
물론 그 단점은 문제의 폭과 수준을 다양하게 이끈 장점이 되기도 했지만 말이다.
그건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우리 나라 바둑 출판물의 수준과 내용과 폭을 신경 쓴 탓이다.
그래서 기대한다. 이후 권오민 사범의 사활집도 나왔으니, 김수장 사범의 다른 사활집을 한 권 기대해 볼 만하다.
됫박형을 알면 초단-문제
57번째 작품인 ‘됫박형을 알면 초단’ 하나로 부족한 소개를 충분히 대신할 수 있으리라 본다. 반상에서 만나는 돌의 형태에 내재하는 급소와 맥을 잘 드러내는 좋은 문제다. 요컨대 사활 문제의 활용도와 형태, 의외의 묘수는 어디에 있는가를 잘 보여주는 例인데, 책에서 밝힌 답으로 가는 길목의 세심한 안내까지는 내가 보여드릴 수 없다.
됫박형을 알면 초단-답
사활문제는 정통적인 공격법을 익힐 수 있어야 하며, 거기에 의외성을 내포한 것이라면 명작이라 할 만하다. 복잡하다고 반드시 좋은 것이 아니다.
175쪽에 실린 김수장 九단의 기준이다. 어떤 사활문제를 만들 것인가. 그리고 저자는 어떤 답을 제시해야 하는가, 그것을 밝힌 것이다. 57번째의 문제는 그 점을 잘 보여준다.
답을 제시하는 방식을 결정하는 것은 사활에의 쉽지 않은 이해가 있어야만 하는 것.
잠시 아마존에 다녀왔다.
찾아야할 책이 있었다. 보고 싶었다. 하나의 분야에 있어서도 그 넘치는 주제와 다루는 방식과 담겨진 내용의 다양성 주변을 산책하고 싶었다.
덕분에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책도 한 권 샀다.
사활공부는 공부를 하는 자에게는 공부가 되지만, 사활묘수를 만드는 자에게는 별다른 공부가 되지 못한다. 프로를 지망하는 학생은 사활문제를 만들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다. 묘수가 옆에 스쳐지나가도 한 번 기억에 담고 지나갈 일이다.
흐린 날이다. 차분한 하루 하겠다.
09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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