投石(1)
선비만석
사람들은 늘 내기라는 것에 흥분한다. 이기고 진다는 것 그것이 왜 사람들을 흥분시킬까? 답은 간단하다. 남에게 이긴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질 좋은 쾌감을 얻게 함으로 엔돌핀의 충만을 유발하여 기분이 좋아지며 흥분되는 것이다.
인간들은 여러 가지 모양의 승부를 만들어 내었다. 여러 사람이 편을 갈라 하는 겨루기나 또는 일대일의 대결로 이루어지는 모든 경기는 무승부를 내면 재미가 없다. 바둑도 무승부를 내지 못하도록 허상의 반집을 만들어 내었다. 무승부가 나면 안 되도록 축구는 승부차기를 도입하였고, 든 경기는 승자와 패자가 나누어지도록 가혹하게 만들어 졌다. 사람들은 이러한 경기에서 대리만족을 느끼며 산다. 승부사에게 돈을 거는 행위는 이른바 대리만족이다. 사람들은 돈을 걸어서 자신이 택한 승부사가 이기길 가슴 졸이며 보면서 흥분하는 것이다. 그 흥분의 세계에 빠지면 마치 마약 같은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
오로의 왕별 “대머리” 7단은 타고난 승부사이다. 오로의 풍문에 의하면 왕별 “대머리”는 프로기사 S라고도 하고 또 프로 입단을 못하고 야인으로 있는 아마강자 H라고도 하는데 사실로 확인된 바는 없다. 왕별 대머리의 승률은 95%이다. 하카닭 이라는 오로의 1위에게 다섯 판중 한판을 내준 이외에는 그는 엄청난 내공으로 오로의 야팅족들에게 구원투수가 되었다. 그가 하카닭과 다섯 판의 대국이 있던 지난 2월의 심야에는 엄청난 야팅족 들이 모여들어 오로가 다운된 적도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그가 엄청난 내공으로 오로의 승부의 세계에서 군림하자 그가 들어오면 감히 대국을 요청하는 사람이 없었다. 너무나 강한 자는 외로운 법을 알게 된 그는 결국 작전 판을 두는 정치적인 타협을 하게 되었다. 다섯 판을 두게 되면 적어도 한두 판은 버리는 것이다.
배팅에 목맨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알리 없다고 생각한 그는 지는 것에 재미를 붙였다. 일부러 지는 것은 고도의 기술이다.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게 지는 아슬아슬한 반집패, 지면 바둑돌을 던진다. 이걸 우리는 유식한 문자로 投石이라 한다. 한문으로 투석이라 하기보다는 우리글로 돌을 던진다. 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것 같다. 대머리 7단은 이 돌 던지는 것을 아무도 모르게 하는 그 긴장감에 맛을 들였다.
자신의 실력으로는 어느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지만 상대방이 눈치 채지 못하게 한집반이나, 반집을 져주는 그 묘미를 맛들인 후로는 그가 두는 바둑에 엄청난 배팅이 몰려들었다. 승률을 80%정도 유지 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엄청난 내공이 있어야 하며 웬만한 왕별들은 두 점 정도 접을 실력이라야 한다. 대머리는 그런 실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런 그의 실력을 믿고 배팅을 하는 야팅족들이 왕창 걸었을 때 반집을 져서 가진 것 모두를 잃게 하자 그에 대한 비판과 안티가 늘어났다. 꼬리가 길면 밟힌다던가. 그가 진날은 [이건 작전 판이다.] [아니다 상대편이 잘 두었다.] 등등 온갖 이야기가 대기실 대화 창을 난무하였다. 결국 팬들은 그와 “수제자” 왕별의 대국을 부추키기 시작 하였다. “수제자” 왕별은 오로에서 “하카닭” 다음으로 RP가 높아 명실공히 2인자의 자리에 있으나 대머리가 오로에 나타난 뒤로는 한번도 대국할 기회가 없었다. 대머리는 “수제자”가 누구인지를 알지 못했다. “하카닭” 에게 1패를 당한 것은 하카닭의 완승이라기보다는 대머리의 실착으로 인한 것이었기에 대머리는 “수제자”와 기실 한판 겨루어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수제자가 오로에 들어오기를 기다리는 일이 잦아졌다. 그러기를 일주일이나 하였을 주말 무렵 이였다. 마침내 “수제자”가 밤 열 시경 오로 대국 장에 모습을 나타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