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선비만석
계절은 어느새
봄의 문턱을 향하고 있나봅니다.
오랜 세월동안
당신과 함께 하였지요
나는 당신에게
무엇하나 제대로 해준 것이 없는데
오늘도 당신은 제 도시락을 싸고
저는 그 도시락을 들고 나갑니다.
변변하지 못한 직장에서
몇 푼 되지 않는 월급을
당신 앞에 내밀 때 마다
나는 참으로 미안했습니다.
남들은 잘도 가는 외국여행
아직도 한번도 시켜주지 못해서
당신 몰래 저축한 돈을 가지고
여행을 다녀오라고 하였더니
당신은 그 돈으로 제 양복을 사다주었죠.
어느새 우리 부부가
함께 살을 맞대고 살아 온지
삼십년이 되었습니다.
이번 결혼기념일에는
당신과 함께 여행을 하고 싶습니다.
외국으로 가지는 못하더라도
제주도 여행이라도 갈 것입니다.
당신은 비행기를 타면 무섭다고 하지만
어쩌면 이것이 우리에게
마지막 여행이 될 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남들은 하기 싫어하는
탄광의 막장에서
진폐증에 걸리면서도
아이들 학비와 뒷바라지 때문에
나는 그 일을 그만둘 수 없었습니다.
이제 그 일도 올해를 끝으로 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내게 남은 마지막 일은 당신과 함께 여행을 가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