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릇
선비만석
성질 급한 김씨는 바둑을 둘 때 마다 위급한 상황이 오면 다리를 떨었다. 사람들은 그런 그를 떨떨이 라고 놀렸다. 만방기원에서 김씨를 아는 사람들은 김씨와 바둑을 둘 때면 김씨가 다리를 떨면 그 판은 자신이 유리 하다는 것을 금 새 눈치 챌 수 있었다. 오후만 되면 만방 기원에서 김씨를 보면 사람들은 김씨와 방내기를 하지 못하여 안달 들이였다. 김씨의 기력이래야 5급이라고는 하나 어떨 때는 7급 정도나 되는 수를 연달아 두고 어떤 때는 3급이나 둘 수를 두니 종잡을 수는 없지만 평균적으로 보면 이기는 판보다 지는 판이 많으니 김씨와 방내기를 하여서 돈을 잃었다는 사람은 만방기원 내에서는 없었다.
김씨는 자신이 다리를 떠는 것을 스스로도 알고 있었지만 엄한 아버지에게 복 나간다고 종아리를 맞으면서도 고치지 못한 그놈의 다리 떨림을 지금이라고 고칠 수는 없는 일이였다. 여느 때처럼 오후가 되어 김씨가 만방기원에 들어섰다. 4급인 부동산 최씨가 김씨를 낚아채었다.
“이봐, 김 사장 오늘 나랑 방내기 한번 하지.”
“좋지. 얼마짜리로 할까?!”
“기본 오천 원에 한방에 삼천 원짜리 어때?”
“좋아. 돈 따고 도망가기 없기네....”
“도망은 무슨......”
부동산 최씨는 자기가 돈을 좀 땄다 싶으면 어떤 핑계라도 대고는 상대방이야 속을 끓이던 말 던 미꾸라지처럼 내빼는 데는 일가견이 있는 사람 이였다. 그래서 최씨의 별명은 미꾸라지였다. 사람 좋은 김씨는 누구든지 바둑을 두자면 거절하는 법이 없이 같이 두어주곤 하였다. 최씨는 4급을 둔다고 하나 웬만한 3급은 호선으로 두어도 이기는 그런 실력이면서도 급수를 올리기는 커녕 4급이 약하다고 엄살을 떠는 그런 위인이므로 만방기원 내에서는 최씨와는 바둑을 잘 안 두어 주지만 김씨는 예외였다.
바둑은 김씨의 정선으로 시작되었다. 한데 이상한 일이였다. 바둑이 중반으로 다가갈수록 김씨는 침착하게 바둑을 두었다. 최씨는 일부러 바둑돌을 하나 떨어트리고 바둑돌을 줍는 척 하면서 탁자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한데 이것이 웬일이람. 김씨의 왼쪽 다리가 없어졌다. 바둑이 유리한지 불리한지 형세 판단이 잘 안되는 판이었는데 혹시나 김씨가 다리를 떠는 것이 아닌가 하고 살펴 보려했으나 김씨의 다리는 무릎아래 부분이 안보였다.
“아니 김씨, 왼쪽다리가 안보이네?!”
“아 왼쪽다리.......허허 그 다리 하도 떤다고 집에서 마누라한테 한소리 들어서 의자에 앉을 때는 책상다리를 하기로 했네......”
그러고 보니 김씨는 왼쪽 다리를 접어서 오른쪽 넙적 다리 밑에 깔고 있었다. 결국 그날 최씨는 김씨에게 돈을 따기는커녕 오히려 몇 만원을 보태주고 지갑을 톡톡 털리고서야 기원문을 나섰다. 그 뒤로 김씨가 책상 다리를 한다는 소문이 퍼져 김씨와 방내기를 하자고 쉽게 덤비는 사람이 없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