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선비만석
오랜만에 편지지를 펼쳐 놓고
아내에게 글을 썼습니다.
연애할 때 그렇게도 매일 같이 쓰던 편지를
결혼한 뒤에는 한 번도 쓰지 않았습니다.
왜 그랬는지 나도 알 수 없습니다.
아마도 연애할 때는 가까이 없으니 그랬나 봅니다.
이제 가까이 있으니 편지할 필요가 없었거나
아니면 제 욕심을 채웠으니 포만감에서 게을러 졌나 봅니다.
아내는 연애시절 내게서 받은 편지를 여직 간직하고
가끔 혼자서 몰래 꺼내서 읽곤 합니다.
나는 무엇이 바빠서인지
아내의 그런 마음을 알지 못하고
바보같이 살았습니다.
오늘 아내에게 편지를 쓰려니
그렇게도 많던 하고 싶은 말들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아서
“여보, 미안해”
이렇게 써놓고 더는 쓰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