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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만석 방랑자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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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수
2008-01-29 오전 9:39 조회 5833추천 8   프린트|스크랩
▲ 맞수인 이세돌과 박영훈의 대국

 

맞수


선비만석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퇴근 준비에 여념이 없는 박 과장의 핸드폰이 부산스런 사무실의 분위기를 일순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막내 딸아이가 핸드폰의 벨소리를 바꾸어 놓았다는 걸 깜빡한 박 과장이 핸드폰을 진동으로 바꾸어 놓지 않은 탓이다.

“과장님,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과장님, 핸드폰 벨소리 바꾸셨네요.”

“야, 과장님 현대적이시다.......”

사무실 직원들이 한마디씩 던지고 웃음을 참으며 박 과장을 바라다본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회갑이 다된 나이에 사무실 젊은 직원들이나 녹음해 가지고 다닐 벨소리를 핸드폰에 저장해 놓은 것은 박 과장이 끔찍이 여기는 막내 딸 짓이다. 박 과장은 직원들의 애정 어린 말들을 뒤로 하면서 전화를 받았다. 오랜 바둑친구 최 과장 이였다.

  “성님, 퇴근하시면서 한판 어떠시유?!”

  “좋지.....어디로 갈까?”

  “어디긴요.  우리 아지트죠.”

  “만발이로 할까?”

  “당근이죠.”

  “그럼, 이따 보세.”

 

  최 과장은 박 과장 보다 나이는 세살 아래이지만 타고난 낙천적인 성격 탓에 위아래 허물없이 동료들에게 인기도 많고 또 박 과장에게는 아주 살갑게 대하는 처지라 친구들보다도 최 과장과 자주 어울리는 편이었다. 둘이 만나면 한판에 만원씩 하는 판 바둑을 열판은 기본적으로 두다가 들어가는데 바둑 한판에 길어야 이십분 짧으면 십분 안에도 끝나는 속기파 들이다. 그들이 기원에 들어서면  두점머리기원 원장은 그 두 사람이 단골로 오는 사람이라 서비스에 아주 신경을 쓴다. 더군다나 두 사람이 직장 바둑 동호회 회장과 총무를 맡고 있어 매월 바둑대회를 열어주니 원장으로서는 소홀히 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박 과장은 바둑이 동호회 내에서는 가장 고수급에 속하는 편이라 회장을 맡았고 박 과장에게 정선으로 두어야 할 실력이지만 오로지 호선을 고집하는 최 과장은 총무를 맡았다. 둘이 의기투합하여 일년에 두 번 프로 기사를 초빙하여 회원들의 실력을 테스트 할 기회도 주고 또 단합대회를 겸한 여행도 한번씩 하는 편이라 회원들은 두 삶에 대해 신망을 두텁게 하고 있었다.

  「최 과장, 이놈을 오늘은 두 점 으로 올려놓아야지.」

 

  박 과장은 내심 정선으로도 좀 딸리는 최 과장이 호선을 고집하여 어떤 때는 기분이 잡치나 그렇다고 그걸 내색은 할 수 없고 실력으로 누르는 길이 최선이라 생각하고 그동안 바둑공부를 열심히 하였다. 다음 모임에서 회원들 앞에서 최 과장이 두 점을 놓고 두도록 오늘 치수 고치기를 겸한 만발이를 할 작정을 단단히 하였다. 퇴근 준비를 끝낸 박 과장은 직원들에게 먼저 간다고 인사를 건넨 후 청사를 나와 시내 중심가에 있는 두점머리기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최 과장은 박 과장에게 전화를 건 후 부지런히 서류를 정리하고 퇴근을 하였다. 그동안 박 과장에게 만발이로 헌납한 돈이 얼마인가. 열판을 두면 매번 승률이 30%정도이니 돈은 자신이 내고 생색은 박 과장이 다 쓴다. 자기가 잃은 돈으로 저녁을 사고 반주 한잔까지 하면서 기분을 내는 박 과장을 오늘은 코를 납작하게 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박 과장이 즐겨 쓰는 화점포석에 대해 철저히 실리로 대비함으로서 승률을 높일 비책인 소목 정석을 달달 외웠고 끝내기가 약한 자신의 기력을 끝내기에 대한 집중 연마로 선수 끝내기를 하는 방법을 절친한 친구 중앙약국 약사에게 배웠던 것이다.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두점머리기원 앞에서 만났다.

 

  “성님, 오늘은 그냥 못 보내 드립니다.”

  “어허, 이 사람 바둑도 두기 전에 웬 심리전이람....”

  “그 동안 당한 설움을 오늘 다 갚아 드리지요.”

  “허허....자네는 안 된다니까. 정선으로 두어야 할 바둑을 호선으로 두니 당연히 지는 거지.  내가 진검 승부를 하면 두 점은 놔야 할 실력이라니까.”

  “알았어요. 오늘 성님, 큰소리가 쏙 들어 갈 테니 두고 보슈.”

  “어디 가서 전문기사 지도라도 받았는가? 웬 큰소리여”

  “아니, 두 분이 오늘은 동시 입장이시네.....”

 

  두 사람이 입씨름을 하면서 기원을 들어서자 원장은 빙글빙글 웃으면서 두 사람을 맞이했다. 원장도 두 사람의 기력 다툼이 재미있어 자주 들여다보나 박 과장이 호선으로 두면서 실력이 딸리는 최 과장에게 일부러 열 판중 서너 판을 져주는 고도의 작전을 쓰는 것을 어렴풋이 눈치는 채고 있었으나  그런 사실을 최 과장에게 말 할 수도 없고  또 최 과장이 호선으로 두어서 이기는 기분을 잡치게 하기는 싫었다. 두 사람은 늘 상 바둑을 두던 창가의 구석진 자리를 잡고 앉았다. 최 과장의 흑번으로 바둑은 시작 되였다. 최 과장이 양 소목으로 포진을 짠다. 실리로 처음부터 가겠다는 작전이다. 박 과장은 여전히 변함없이 양화점이다. 두 사람 모두 필승의 신념이다.

 

  “이봐 최 과장, 오늘은 치수고치기 까지 겸하는 것이 어때?!”

  “좋지요,  성님 그러다가 두 점 올라가면 어쩌시려고........”

  “내 걱정은 말고 자네 걱정이나 하시게 세판 연달아 지면 치수 고치는 거 알지.......”

  “걱정 마슈.”

 

  바둑을 두면서도 서로 상대방의 심리를 파고드는 심리전을 함께 벌리는 두 사람을 원장은 그저 빙긋이 바라보며 오늘은 양단간에 치수를 정하겠구나 싶었다. 바둑이 포석을 지나 중반전으로 들어가자 최 과장은 선수를 뱄기지 않으면서도 차분히 실리를 추구하여 박 과장의 두터운 바둑에 비하여 실리 면에서 우세를 보이고 있었다. 

 

「세력이 집이 되기는 그리 쉬운 것이 아니지」

 

  최 과장은 박 과장의 세력을 조금씩 지우면서 자신의 두 집 반의 승리였다.  박 과장은 최 과장의 실리작전에 자기도 모르게 말려들어 첫판을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흑번인 다음 판을 박 과장이 세집 반으로 이겼다. 다시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는 셈이 되었다. 앞으로 남은 판은 여덟 판 그 중에서 세 판을 연달아 이긴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두 사람이 열판의 바둑을 끝낸 시간은 밤 열시가 조금 넘어서였다. 거의 네 시간을 바둑을 둔 것이다. 결과는 사이좋게 5:5였다.

 

  “에이, 이게 뭐람........오늘 성님을 보낼려고 했는데.....” 

  “내참 이 사람이, 내가 오늘 최 과장 두 점 접바둑 만들려고 했는데.......근데 바둑이 많이 늘었네.”

  “성님,  내가 요새 바둑공부 밤새워 하는 거 모르셨소......”

  “어쩐지 좀 다르더라.......허허허......”

 

  두 사람은 나란히 기원문을 나섰다.  늦은 저녁 겸 반주를 닭갈비집에서 거하게 하고난 두 사람은 누가 보거나 말거나 어깨동무를 하고 택시를 탔다. 두 사람의 집은 같은 아파트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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꾹리가아 |  2008-01-29 오후 12:35:3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예전에 한참 피곤해 하는디 갑자기 열명 정도의 아이들이 식당에서 저노랠 바꾸어서 불러

주는데 힘이 저절루 나드라고요. ^^*  
선비만석 ㅎㅎㅎㅎ 아이들은 참 머리가 좋아요...순수하죠....
꾹리가아 넹 ^^*
반상사랑 |  2008-01-29 오후 12:58:0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참 평범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잘 쓰시네요..
잘 읽고 갑니다. 건강하시고요
 
선비만석 아이구 과찬의 말씀을...우쨌든 감사허고요....
당근돼지 |  2008-01-29 오후 1:06:4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한울타리 한아파트에 바둑친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잘 보고 갑니다.  
선비만석 바둑 친구가 그립답니다. 가끔은.......
팔공선달 |  2008-01-29 오후 7:40:4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그런다고 내가 강원도를 가지는 못합니다요..^^*  
선비만석 ㅎㅎㅎ 강원도 지금 눈이 무지많이 오고 있단다.
팔공선달 우리 10년후에 전원주택 동아리로 나작촌 만들어 봅시다...^^* 아파트 보다 낫겠지요 ^^
선비만석 그거 무쟈게 좋은 말이로고...한 900평정도만 터가 있으면 ...ㅎㅎㅎㅎ
dori124 |  2008-01-30 오후 12:04:1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한아파트에 사는 맞수라도 바둑은 기원에서 두어야 제맛이겠지요 요즘은 아파트 안에서 담배 피우기도 어렵고 소득없는짓 한다고 잔소리 듣기 십상이지요 두세점 접바둑도 맞수라고 뻑뻑 우길수 있는게 바둑이라서 좋습니다....  
선비만석 ㅎㅎㅎ 맞어 기원가서 두어야 제맛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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