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깐일기(1) | 나도 작가
Home > 커뮤니티 > 선비만석
선비만석 방랑자


작가의 말


 이 글의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습니다. 저작권자와 협의하지 않은 무단전재는 금합니다.
빵깐일기(1)
2008-01-17 오후 4:33 조회 6743추천 10   프린트|스크랩
▲ 서대문 형무소

 

빵깐일기 (1)


선비만석


  공장안은 몹시도 어수선했다. 날만 새면 나오는 공장이지만 오늘따라 어수선 한 것이 날씨 탓인지도 모른다. 벌써 며칠 째 궂은비가 계속해서 내린다.  담당 교도관인 최 담당이 아침 조회를 시작한다. 나는 대원들을 정렬시키고 인원파악을 하였다. 45명 정원 모두들 이상 없이 출역을 하였다. 징역을 산지가 어느새 십 오년이 넘어서 내 나이가 마흔 다섯이다.


  나이 서른에 난 사람을 죽였다. 그것도 가장 사랑하던 여인을 내손으로 죽였다.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보다 못하다는 것을 나는 그 때 알았다. 사람목숨이 질기다는 소리는 많이 들어 보았지만 그렇게 한 순간에 가버릴 줄은 몰랐다. 허기사 내가 죽어라고 목을 졸랐으니 남자의 손아귀에 잡혀서 숨을 못 쉬다 죽었으니 죽은 사람의 고통이야 오죽했으랴.


  “총원 사십 오명 현재원 사십 오명 이상 무.”


  나는 담당 교도관에게 거수경례를 하고 대원들을 열중쉬어를 시켰다. 최 교도관의 아침 훈시가 이어진다.


  “오늘도 열심히 작업에 임해주기 바란다. 요즈음 우리 목 공장에 담배가 돈다는 애기가 있다. 담배를 피우다 적발되면 징벌을 받는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겠지만 규율을 위반 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기 바란다. 작업반장은 임의로 공장 밖으로 나가는 재소자가 없도록 문단속을 철저히 하고 타 공장 재소자의 출입 시 반드시 보고 하도록....이상.”


  사람을 죽인 자는 사형, 무기징역, 또는 삼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이것은 형법 제250조에 정해진 살인자의 처벌규정이다. 나는 살인을 미리 예모했다는 검사의 주장에 따라 무기징역을 받았다. 변호인도 선임하지 않았고 나는 국선 변호인의 무성의한 증언도 원하지 않았으며 판사에게 사형을 시켜 달라고 애원 하였으나 판사는 정산을 참작하여 무기징역에 처한다고 선고하였다. 다들 항소 하라고 하였으나 나는 일심에서 항소를 포기하였다. 산다는 것이 너무도 무의미 하다고 느껴졌다. 여자의 배신에 대한 나의 자의적 처벌에 따른 법적 처벌은 내 몫이므로 나는 애써 그 벌을 모면하려는 치졸함을 보이기 싫었다.


  난 이미 패배자였다. 사랑한다는 것 정말 죽도록 사랑 한다는 것에 대한 배신은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그녀는 날 정말 사랑한다고 했다. 그녀가 모든 것을 나만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믿었다. 나도 그녀만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사랑은 변하는 것이었다. 사랑이 변하지 않는 다는 말은 정말 믿을 수 없다. 아무도 모르게 은밀하게 변해가는 사랑 앞에 나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렸다. 둘이서 오순도순 살던 보금자리를 박차고 나간 그녀를 찾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헤매던 시간은 일 년의 노력 끝에 결실을 맺었다.


  작업이 시작되었다. 여기저기서 망치질 소리 기계톱 돌아가는 소리가 공장안을 시끄럽게 한다. 담당인 최 교도관은 아침 점호 준비를 하라고 지시를 한다. 관구공장 저쪽에서 번호를 외치는 소리가 요란스럽다.  관구부장인 박 부장이 마치 임신한 듯한 배를 앞으로 내밀고 공장으로 들어선다.  


  “총원 사십 오명, 현재원 사십 오명, 이상 무”


  담당 교도관이 인원 보고를 하자 우리 대원들이 번호를 힘차가 외친다.  사십 오번이 번호 끝을 힘차게  외치자 관구부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공장으로 갔다. 점호가 끝나자 이내 아침식사 준비가 한창이다. 지겹도록 먹는 콩밥이 싫어질 때도 되었으나 사람의 관습이란 참으로 무섭다. 이 시간이면 어김없이 배가 고파진다. 취사부들이 리어카에 밥을 싣고 공장으로 온다. 사십 오명이 먹을 밥은 취사장에서 쪄서 나온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허연 콩이 섞이고 보리쌀 반 쌀 반인 이밥을 나는 십육 년이나 먹었다. 헌데 이 밥맛에 익숙해서인지 모르지만 흰 쌀밥 생각이 나지 않는다. 콩이 있어서 그런지 늘 구수한 밥맛에 거기에다 고추장과 버터를 넣고, 비벼 먹는 맛에 길들여진지 오래이다. 가끔은 식당에서 사식으로 자장면이나 짬뽕을 시켜서 먹기도 한다. 이놈의 빵깐은 일제시대에 지어진 붉은 벽돌의 깜빵이다. 들은 얘기지만 일제 시대에는 많은 애국지사들이 고문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여기서 내 청춘을 보낸지가 십오년이 지나 십육년째 되었으니 세월은 참으로 빠르다.


 

  내가 공장의 작업반장으로 있는 목 공장은 적어도 3년 이상의 장기수만 出役을 나오는 곳이다. (出役:징역형을 받은 재소자가 강제노동을 하러 나온다는 말) 이곳에선 가끔은 꼴통들이 사고를 저지르기도 한다. 그래도 별들을 몇 개씩 달고 다니는 놈들이 많으나 나 같은 무기징역 쟁이 에게는 절대로 덤비지 않는다. 몇 달 전 꼴통새끼 하나가 대패 날을 들고 제 새끼 손가락을 자르며 난동을 부리다가 잡혀가서 먹방에 처박혀 일주일간을 지내다가 다시는 난동을 안 부린다는 각서를 쓰고 풀려 나온 적이 있다.  나는 절대 말썽을 안 피운다. 모범수로 착실히 살아야 다시 사회에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크리스마스 특별사면에 무기에서 20년으로 감형 받도록 해 주겠다는 담당 최 교도관의 말을 나는 믿는다. 20년 감형 후 1년만 더 착실히 모범 수형자로 생활하면 난 사회에 다시 나갈 수 있다. 나 같은 인간도 자식이라고 한달에 한번은 꼭 면회를 오시는 어머님에게 난 반드시 은혜를 갚아야 한다. 이제 칠순이 넘어 팔순을 바라보시면서도 오실 때 마다 영치금을 넣어 주시고 옷을 넣어주시는 어머니,  난 그분을 위해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


  사람을 죽인다는 것 살아 있는 생명의 숨통을 끊는다는 것을 상상해본 일이 있는가?  살려 달라고 발버둥치면서 살고자 하였다면 나는 사람을 죽이지 못했을 것이다. 영미는 왜 발버둥도 치지 않았을까?  삶에 대한 포기였을까?  아니면 나라는 사람의 분노에 주눅이 들어 반항할 힘조차 없었단 말인가. 난 영미가 왜 아무런 반항도 하지 않고 나의 포악한 몸부림을 받아들였는지 알 수 없다.  내 몸부림은 나 자신에 대한 분노였을 것이다. 사랑하는 여자 하나 지키지 못하고 그 여자를 찾아서 무엇을 어쩌자고 일년이란 세월을 허비하며 나를 죽였는지 지금은 이미 지나간 일이지만 그런 내가 너무도 싫었는지 모른다. 무조건 그녀를 찾아서 왜 나를 버리고 집을 나갔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  나의 사랑이 그렇게 헌 신짝처럼 버려져야 하는 것이었는지 내가 싫어진 이유가 무엇인지 그녀의 입으로 그 이유를 듣고 싶었다. 너무도 감쪽같이 떠나가던 그전날 밤에도 눈치 채지 못한 내가 바보인가. 그녀는 나를 단지 잠시나마 기대었던 한낱 별 볼일 없는 남자였던지 이젠 정말 알 길이 없다.

 

  그녀가 아무 반항 없이 늘어져서야 나는 내가 무슨 짓을 하였는지 깨 닳았다. 그러나 이미 모든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내겐 살인자라는 멍에 하나가 지워졌다.











┃꼬릿글 쓰기
산수법사 |  2008-01-17 오후 5:01:3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참 간결한 문체에 꾸밈업는 글이 무언가 인생을 생각해보게 하는 좋은글이네요 ^^
 
선비만석 산수법사님 감사합니다. 칭찬에 힘이 불끈~~~^^*
3쿠션 |  2008-01-17 오후 7:00:2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만석 형님.. 진짜 작가 기질이 있으셨네요..ㅊㅋ..ㅎㅎ ^^

 
선비만석 그냥 취미생활이여~~~~
당근돼지 |  2008-01-17 오후 7:38:4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작가님 오늘도 감사히 잘 보고 갑니다...........항상 건강하시길  
선비만석 어서오세요~~~~늘 격려 감사드려요~~~^^*
꾹리가아 |  2008-01-17 오후 8:49:4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믕... 만석님께서 다방면으로 박학 다식하시구낭  
선비만석 박학다식......배운것은 없고 밥은 많이 묵는다^^*
꾹리가아 이궁 ^^*
이쁜바둑돌 |  2008-01-18 오전 7:39:1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빵깐이..감옥이죠.
.
.
빵깐일기...
어머나 대박이예요~
이런 주제.소재.문체.
쉽지 않으신데....

선비만석님 글이 날이 갈수록 진화(?) 하셨지만.
아프시고 난 후에 올리는 글은 고통 극복의 시간까지
더해서 글속에 묻어나서인지..더 빛나보입니다^^  
선비만석 이쁜 바둑돌님 감사드립니다.~~~~격려에 몸둘바를~~~^^*
dori124 |  2008-01-18 오후 12:50:0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사람들이 큰죄를 지을때 미리 계획하는 경우는 별로없어요 우발적인게 많아요 내사랑 내꺼라는것 내껄 빼앗겼다는 생각 어느것에 너무 집착한 결과가 너무 많은걸 잃게 되었네요 부처님은 일찌기 모든것은 다변한다 하였는데 간사한 사람 마음이야 오죽 잘변하겠습니까...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선비만석 도리동상 오랫만이네..감기는 안걸리고 건강한지?~~~^^*
용마5 |  2008-01-18 오후 8:13:5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선비님이 주인공의 입장에서 사실적으로 잘 그려 낸 작품이구료. 잘 된 작품이요!  
선비만석 이히히 용마님이 칭찬해 주시니..몸둘바를....
저니 |  2008-01-20 오전 9:03:2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군대에서 점호하다 번호 틀려 맞은 고문관의 추억이 떠오릅니다.  
선비만석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고문관이라............












* 띄어쓰기 포함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000 / 400바이트)
대국실입장하기
다운로드 이용안내 고객센터
정회원가입
오로볼구매
가장 많이 본 기사
스폰서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