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毒(2)
선비만석
어제와 다름없이 포커 판이 벌어진 것은 기원의 손님들이 거반 다 나간 밤 열시가 넘어서였다. 특별 대국실인 원장의 방에서 기원의 일반실의 불은 끈 채 김씨와 치과의원장인 한씨, 약사인 송씨, 한우불고기집 사장 박씨, 학원장인 최씨, 이렇게 다섯 명이서 다시 포커 판을 벌였다. 만방 기원 원장은 간판의 불을 끄고는 마실 물과 인스턴트커피와 담배 몇 값을 준비해 놓고는 아예 퇴근을 하여 버렸다. 김씨는 마음속으로 「오늘 내가 영계 손을 잡고 왔으니 패가 잘 오겠지」하는 은근한 기대감을 가지고 패를 조였다. 첫판의 패가 에이스 두장과 킹 이 왔다. 킹 을 바닥 패로 내놓았다. 김씨부터 패가 돌려진다. 기본 천원의 레이싱에 투전꾼들은 반사적으로 입질들을 해댄다. 김씨는 상대방의 얼굴들은 유심히 살펴보나 아무도 표정의 변화가 없다. 학원장 최씨가 담배를 피워 문다. 최씨가 담배를 피워 무는 것은 레이싱을 하겠다는 뜻이다. 아마도 패를 잘 받은 듯 하다. 김씨는 돌려진 패를 조여 보았다. 이게 웬일인가. 또 에이스다. 에이스 석장의 패면 50%이상의 승률은 확보된 셈이다. 얼굴에 표정이 나타나지 않도록 표정 관리를 하였다.
“이천 받고 오천.!!”
김씨는 그저 심드렁한 표정으로 레이싱을 시작했다. 김씨의 레이싱에 잠시 조용하였으나 이내 학원장 최씨가 질러댄다.
“오천 받고 일만.!!”
“일만 받고 삼만.!!
“콜,!!”
다시 패가 한 장씩 돌려진다. 바닥에 패가 놓이자 이번은 학원장 최씨가 선이다. 모두들 첫판부터 패를 잘 잡았는지 자꾸만 판돈이 불어난다. 하지만 에이스 집을 지은 김씨가 결국
그 판을 먹었다. 판돈은 오십 만원 정도 불어나 있었는데 어제 잃은 돈을 한방에 복구하였으니 김씨의 얼굴은 화색이 돈다.
“아니, 김 사장님 오늘 어디서 여우보지라도 만지고 오셨나 첫판부터 끝빨 세우시네.... ”
한우불고기집 박 사장이 부러운 듯 한마디 내 뱉었다. 다시 패가 돈다. 실내는 담배 연기가 가득하다. 김씨는 수십 판의 패가 돌아간 다음에 자신의 앞에 시퍼런 만 원권 지폐가 수북이 쌓이자 더럭 겁이 났다. 대략 어림잡아도 한 이백만원은 됨직해 보였다. 마음속에 갈등이 인다. 「일어설까? 아님 몇 판 더 할까?」정양의 손을 잡은 것이 진짜로 효과가 있는지 김씨는 잃을 때는 바로 다이를 하여 적게 잃고 먹을 때는 상대가 레이스를 들어와 크게 먹었다.
마음에 갈등이 생기자 이내 피곤이 몰려온다. 팔목의 시계를 보니 어느새 새벽 두시였다.
김씨는 주섬주섬 돈을 챙겼다. 그리곤 담배를 하나 꺼내 물었다.
그러는 순간 김씨의 핸드폰이 요란스럽게 울렸다. 김씨는 얼른 핸드폰을 받았다.
“아니, 이 인간아 오늘도 날 밤 새울거야?!”
전화기를 타고 아내의 짜증석인 목소리가 귓전을 후벼 파고 들어온다. 요즈음 아내의 허벅지를 쓰다듬어 준지가 무척이나 오래 되었음을 김씨는 잊어버리고 있었다.
“아, 금방 갈게......다 두었어.....”
“누군 때 맞추어 내조를 하는데 ........”
약사인 송씨가 벌레 씹은 얼굴로 투덜거렸다.
“미안 하이, 요새 마누라가 허리춤이 허전한가보네......”
김씨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돈을 잃은 그들에게 십 만원씩 돌리고 자리를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돈을 딴 것은 기분 좋은 일이지만 이러다가는 정말 도박에 중독이 들지도 모른 다는 생각에 내일부터는 포커나 고스톱 판에 끼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기원을 나와 집으로 향하는 그의 발자국을 따라 그림자 하나가 따라오고 있었다.
바둑에 미쳐 젊은 시절 한 때는 프로기사가 되어보겠다고 바둑판을 끼고 산적이 있었으나
결국은 대학 때문에 바둑을 포기하고, 지방대학의 경영학과를 나왔으나 취직을 하지 못하고 부모님이 물려주신 유산 덕으로 건물을 지어 건물 세를 받아먹고 살고, 아들놈에게는 피자가게를 차려주었으며 그저 팔자 좋게 편히 살면서도 아내에게 여행 한번 같이 가자고 한 적이 없으니, 남편으로서는 빵점짜리인 김씨가 도박에 중독이 되어서 날밤을 새우기를 몇 달을 하자, 김씨의 아내는 오늘 밤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파출소에 신고를 하고 난 뒤에, 혹여 남편이 잡혀서 망신살을 떨까 걱정되어 남편에게 전화를 하였다.
김씨가 기원을 나와 집으로 도착한 바로 그 시간 남아있던 사람들이 파출소에 잡혀가서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훈방조치로 풀려난 사실은 그 다음날 기원에 갔던 김씨에게 원장이 말해주어 알게 된 김씨는 다시는 도박에 손을 대지 않겠다고 맹세 하였으나 저녁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장실에 모여 고스톱 판을 벌리는 사람이 없나 기다리게 되었다.
하지만 원장이 도박장을 빌려주지 않겠다는 각서를 파출소장에게 쓰고 온 뒤라 김씨가 아무리 초조히 기다려도 원장의 방에서는 판을 벌릴 수가 없었다. 김씨는 열시가 가까워지면 기원에 누가 남는가를 관찰하는 버릇 하나가 늘었다. 그러나 약사인 송씨, 한우불고기집 사장 박씨, 학원장인 최씨, 치과의원장인 한씨는 하우스를 다른 곳에 차렸는지 기원에는 도통 나타나지를 않았다. 원장도 그들이 어디에서 포커를 하는지 알려주지 않자 김씨는 점점 초조해졌다. 마약중독자가 약 기운이 떨어지면 그렇듯이 김씨도 초조하고 괜히 식은땀이 흐르고 무언가 불안해 지는 것이 중독자의 전형적인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