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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만석 방랑자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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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毒(1)
2008-01-10 오후 10:09 조회 6763추천 12   프린트|스크랩
▲ 훈수중인 선달이

 

中毒

선비만석


  “아니 당신은 그래 할일이 없어서 바둑이나 그런 거에 중독 되어 맨 날 그 모양이요?”


  집을 나서려는 김씨에게 아침부터 작심한 듯 마누라가 들이대었다. 개그맨 김 흥국 이가 들이대라는 말을 유행 시키더니 여편네가 아침부터 입심을 올려가지고 들이대니 기분이 좋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이런 찝찝한 기분으로 나서봤자 될 일도 안 된다는 것을 김씨는 잘 안다. 오죽 하면 옛 어른들은 아침에 여자가 길을 앞지르는 것도 부정 탄다 했을까.


  “이 사람이 왜 아침부터 잔소리여,  그러는 당신은 고 스톱에 미쳐서 서방 밥도 안 챙기고 하루 종일 투전판이냐.

  “내사 어쩌다 동네 아줌마들과 백 원짜리 고스톱이지만 당신은 주야장창 내기바둑은 왜하고 다니는데,  그 돈이면 마누라한테 삽겹살 이라도 한번 사 먹여 주지.......”

  “아니 사람이 취미생활 하는 거 가지고 왜 강짜여, 인제 늙으니 입으로만 힘이 오르나!!”

  “어떤 년들은 팔자가 좋아서 서방이 돈 잘 벌어다 주어서 툭하면 해외여행 갔다 왔다고 자랑 질인데 당신이 날 언제 해외여행 한번 시켜준 적이 있나, 아님 남들 다가는 제주도 여행이라도 시켜준 일이 있나 머 잘했다고 큰소리야!!”

  “에이, 아침부터 여편네가 잔소리질이니 오늘 재수 옴 붙었네.......”


  김씨는 더 이상 마누라와 입씨름을 해봐야 여자에게 말로 이기는 것은 별난 놈이나 이길 수 있는 일이라 후다닥 구두를 꿰어 신고 현관문을 박차고 나왔다.  겨울 날씨 치고는 춥지 않은 탓에 내복을 안 입었는데도 견딜 만 하였다. 만방 기원은 아직 문을 안 열었을 것이라 생각한 김씨는 길 건너에 있는 秀 다방으로 터덜거리며 들어섰다.


  “어서오세요.!!”


  다방안의 아가씨들이 낭랑한 목소리로 인사를 하였다.

  아침부터 다방 안은 늙다리 영감들이 진을 치고 앉아서 젊은 아가씨들의 손을 매만지며 커피와 삶은 계란과 식빵에 겨란 프라이를 넣은 토스트를 게걸스럽게 먹고들 있었다. 김씨는 늙다리 취급을 받을 나이가 아니니 그곳에 끼기는 싫었다.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김씨가 앉자 젖퉁이가 유난히 큰 생머리의 아가씨가 엽차 잔을 가지고 쪼르르 오더니


  “오빠, 차 뭘로 드실래요?!”


  하고 말을 건넨다. 오빠라니........나이로 따지자면 김씨의 막내 딸 나이나 됨직한 아가씨가 오빠라고 하니 참으로 낯설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오빠소리를 들으니 기분은 과히 나쁘지 많은 않다.


  “쌍화차 한잔 가져 와.”

  “아이, 오빠 나도 한잔 사주라.....!!”

  “나, 너 같은 동생 둔적 없다!!”

  “어머, 오빠 농담도 잘한다. 오빠만 혼자 마시면 나 심심하잖아.”

  “니 이름이 뭔데? 가시나가 신고도 안하고 차부터 얻어 묵을라 하나?!”

  “으응......나 정양,”


  정양 이라는 아가씨가 콧소리를 내면서 제 성을 말하지만 다방 아가씨가 제 성을 바로 대는 일은 없는 걸 잘 아니 그런 것에 신경을 쓰진 않지만 아가씨의 유난히 큰 젖퉁이가 김씨의 눈동자를 사로잡는다.


  “알았다, 가시나 찰거머리 같네.........”

  “여기, 쌍화차 두 잔”

 

  정양은 그렇게 차를 두 잔 시키고는 김씨를 빤히 쳐다본다. 그런 정양의 눈동자가 참 해맑다고 느껴진 김씨는 작업을 걸어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니 고향이 어디가?”

  “나는 서울이 고향인데....그건 왜 물어 보세요”

  “아니다, 니는 이런 일 할 사람이 아닌 거 같아서”

  “이런 일 하고 싶어서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허긴.......누가 이런 일 할라고 하는 사람이 요새 어디 있겠나......니 손 좀 내놔봐라....”

  “손은 왜요?!”

  “내가 손금 봐줄게................”

  “오빠, 손금 볼 줄 알아요?”

  “쪼매 볼 줄 안다.”


  정양이 마지못해 손을 내 밀었다. 쌍화차 한 잔 얻어먹는 값으로 자기 같은 중년 남자에게 섬섬옥수를 맡기는 처지의 정양이 애처롭게 느껴지니 김씨 속의 측은지심이야 말로 부처님 마음인가 보다. 김씨는 그저 좋은 말로 정양의 손금을 봐주기로 작정했다.  정양의 손은 참 따뜻하고 촉감이 좋고 손가락이 곧고 길며 예쁜 손이였다. 손바닥은 홍조를 띠어 건강은 좋아 보이고 생명선과 운세선이 잘 발달되어 있어서 나쁜 손금은 아니였다.


  “으음......니는 초년에 고생은 좀 하겠으나 30대 초반이 되면 좋은 귀인을 만나서 평생 호의호식하며 살겠다.”

  “어머, 오빠 진짜야?!”

  “그렇다니까.......”

  “니 나이가 올해 몇이냐?”

  “나는 쥐띠 스물 넷”  

  “그래,  참 좋은 나이다. 공부를 했으면 꼭 선생님을 할 사람인데.......”

  “오빠, 진짜 족집게다.........내가 교대 다니다, 중퇴 했거든......”

  “그렇지........팔자소관이긴 하다만.......”

  “어머, 오빠 멍석 깔아도 되겠다.”

 

  정양과 허접스럽게 말을 썩는 동안 쌍화차가 나왔다. 난로 가에서 삶은 계란과 토스트를 하나씩 정양이 가지고 오자 근사한 간식이 되었다. 아침도 마누라 등쌀에 먹는 둥 마는 둥 하였던 김씨는, 쌍화차와 삶은 계란과, 토스트를 먹자 잠시나마 포만감에 사로잡혀 행복한 느낌이 되었다. 다방 벽에 걸린 괘종시계가 열한시를 알리는 종을 울리고서야 김씨는 다방 을 나섰다. 정양이 쪼르르 문밖까지 나와서 배웅을 한다.

   

  “오빠, 잘 가 내일도 와요........”

  “알았어........”

 

  김씨는 대답을 하면서도 피식 웃음이 나왔다. 얼마 만에 들어 보는 오빠 소리인가. 아마 여동생이 없는 김씨가 오빠 소리를 듣기는 학교 다닐 때 동네 여자 후배들에게 들어보고 난 뒤로 사십년은 족히 지났으니 그동안 오빠라는 소리를 잊어버리고 살았다. 하지만 딸 같은 정양이 오빠라고 하는데 그게 왜 싫지 않은지 사내들의 속성이 이런 것이란 말인가. 김씨는 자신의 속물 같은 행동이 쓴 웃음이 나왔으나 이내 맘을 바꾸어 먹었다. 영계를 손잡아  보았으니 오늘 끝 빨은 어쩌면 신나게 붙어줄지 모른다. 김씨가 마누라에게야 기원에서 내기  바둑을 둔다고 하였지만 사실은 투전에 빠진지 오래 되었다. 바둑이야  심심풀이로 두는 것 이고 저녁 늦게부터 고스톱이나, 아님 포커를 하는 무리들에게 어울리기 시작한 것이 벌써 족히 몇 달은 되었다.  그동안 아내 몰래 꼬불쳐둔 비상금을 상당히 축내버리고 그걸 복구 하려고 하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그놈의 도박 중독에 빠져서는 헤어 나오지 못하고 새벽이 다되어서 집안으로 도둑고양이처럼 슬그머니 들어가기 일쑤였고 마누라는 그런 김씨를 기원에서 바둑을 두다 늦게 들어오는 줄만 알고 타박을 하였다. 


  “아니 김씨,  오늘은 좀 늦었네.....!!”


  거의 열두시가 다되어서야 기원문을 열고 들어서는 김씨가 의외인 듯 원장이 한마디 던졌다.  기원 안은 손님도 없이 원장이 애꿎은 담배만 축내고 앉아 있었다.


  “아니 원장님,  이렇게 파리 날리고 앉아 있어서야 밥이나 먹고 살까요?”

  “말해 멋해요.  인터넷 바둑이 활성화 된 다음에는 기원 손님 줄어든 거 어제 오늘 일이요. 그나마 컴퓨터가 익숙하지 않은 노땅들이나 기원에 찾아오지......”

  “허긴 그러니 기원이 저녁에 도박장이 되지.......원장님 어제 고리 받은 거 전기세나 되던가요. 자식들이 요새는 짠돌이 들이 되어서 고리도 잘 안내요. 하루 저녁에 십 만원도 고리를 안 낼라고 한다니까요. 그러니 기원에서 밤새도록 전기 켜주고 커피 공짜로 타먹고 청소도 안하면서 너무들 한다니까요.“

  “나야 그런 일 별로 신경 안 써요 김씨가 알다시피 내가 뭐 돈이 궁해서 기원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사람들 놀이 공간 하나 제공해 주는 것이니까.......”

  “원장님이 맘이 좋아서 그렇지 다른 데는 어림 없어요. 누가 밤새도록 그런 뒷치닥 거리 한답니까. 그러다가 도박장소 제공 했다고 경찰에 입건이라도 되어보세요. 얼마나 골치 아픈데요.  수사과에서 와라 가라 하지 그러다가 검찰로 송치라도 되면 벌금 아니면 콩밥도 먹을 수 있어요.  조심하셔요.“

  “허긴 저번에 이발소에서 짖고 땡인지 뭔지 하다가 불려 다녔다면서요. 판돈이 천 원 정도  라서 훈방조치로 끝났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니까요 여기서 포커나 고스톱 하는 사람들이 판돈이 십 만원 넘으면 도박으로 입건 될 확률이 높아요.“

  “다들 판을 크게 하지 말고 그냥 심심풀이로만 해야 하는데.........”

  “그게 어디 맘대로 되나요. 돈 잃은 사람들이 판을 키우게 되거든요.”

  “김씨,  오늘도 판에 낄 거요?”

  “본전 생각이 나서 오늘도 그냥은 못갈 것 같아요.”

  “조심해요. 엊그제 김씨 사모님이 우리 송양에게 물어 보더래 밤늦게 까지 기원에서 바둑 두냐고”

  “그래서요?”

  “김씨는 바둑만 둔다고 둘러 대었다는데 세상에 비밀이 어디 있나요.”

  “그래요!!....어째 오늘 아침 마누라가 잔소리가 심하던데....뭐를 눈치 채었나?”


  김씨는 맘이 좀 안 좋아지자 담배를 하나 빼물었다. 사업이라고 벌려 놓은 것이 피자집인 데 그거야 아들 녀석이 맡아서 하고 있어 김씨가 가게에 나가봐야 괜시리 걸리적 거리는 느낌을 받으니 가게에 안 나간지 벌써 일년여가 넘었고 아들놈이 알아서 용돈도 넉넉히 주니 궂이 가게에 나가서 있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니 자연히 기원엘 들락거리고 바둑만 두다보니 웬만한 사람들은 김씨와는 내기 바둑을 안 두려 한다. 워낙 김씨의 바둑이 장고로 유명 한데다가,  5급으로 두는 김씨는 3급 찜 쩌 먹는 실력이니 누군들 그와 대국을 하려면 차라리 그냥 돈으로 주는 것이 편하다고 하니 어쩌랴. 자연 도박판에 발을 들여 놓게 된 것이다. 어제 밤에도 김씨는 고스톱에서 삼십 만원을 벌었으나 포커 판에서 오십 만원을 꼬라 박았으니 맘이 편할 수가 없었다.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마약처럼 그렇게 중독 되어 가는 것을 김씨는 모르고 있었다. 날만 밝으면 기원으로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옮겨지고 밤이 오면 자신도 모르게 흥분되어 지는 것이 포커판과 고스톱 판의 흥분의 도와 긴박감을 전혀 다른 세계였다. 고스톱은 상대방이 크게 나려면 견제도 하지만 포커 판은 견제가 없다. 뻥 카를 들고도 얼굴 표정의 변화 없이 레이스를 펼칠 때 느끼는 그 긴박감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다.


(다음에 계속)


 

  


  

      







┃꼬릿글 쓰기
선비만석 |  2008-01-10 오후 10:19:09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에혀~~힘들다.....글 쓰는게 취미이긴 하지만..머리가 나빠서리 ...글이라고 써도 영 맘에 안드네......  
선비만석 허걱 사진속에 홀아비 살림살이가 다 들어 나네.....이런 망신살이....
3쿠션 |  2008-01-10 오후 11:57:3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진짜 작가로 나가시려는 것입니까?
저는 픽션은 전혀 쓸 줄 모르는데.. 부럽습니다..^^  
선비만석 전에부터 픽션을 쓰긴 했는데..요새 할일이 없어서 좀 쓰는 것인데...아직 멀었어..작가 수업을 받아야..^^*
꾹리가아 |  2008-01-11 오전 1:31:58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구러게요...갈수록 잼있는 글을 올리시넹?^^  
선비만석 잼있다니 다행입니다^^*
꾹리가아 잼잇잖아욧ㅅㅅㅅㅅ!!! ^^
꾹리가아 |  2008-01-11 오전 1:33:0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뻥 카를 들고도 얼굴 표정의 변화 없이 레이스를 펼칠 때 느끼는 그 긴박감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다...>

믕... 전혀 몰라요. ㅠㅠ

근디 배팅에 중독되엇어요.^^  
선비만석 배팅 그거 열받아요...ㅋㅋㅋㅋㅋ
꾹리가아 만석님두? 배팅하셔유? 열받기까정? ^^ ㅎ
술익는향기 |  2008-01-11 오전 3:38:16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선비님은 우짜 이리 글을 술 술 쉽고 재미있게 쓰신다요...
소설한권도 일주면 나오것네요. ^^  
선비만석 에구 과찬의 말씀을 ........그저 혼자서 쓰고 혼자서 읽어야 할 글인데...부끄럽습니다.
풍진객 |  2008-01-11 오전 6:18:4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바둑판 옆면의 조각작품 잘 보이게 사진 찍어서 한번 올려주실 수 있읍니까. 또 바둑판의 유래도 .. 누가 조각을 했고 재질은 무었이고 부탁드립니다.  
선비만석 조각은 용이고요.....바둑판의 유래는 군부대에서 흘러 나온것을 제가 아는 지인을 통해서 뺏다싶이...재질은 피나무인지 저도 잘 몰라요...
당근돼지 |  2008-01-11 오전 9:52:2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잘 보고 갑니다............  
선비만석 당근됒님 감사드려요~~^^*
선비만석 |  2008-01-11 오후 3:58:3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선달이가 훈수 들다가 한방 묵어야 할낀데..ㅋㅋㅋㅋ 여긴 오지 않았으니..안 묵겠제..ㅎㅎ  
저니 |  2008-01-12 오후 10:06:57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아무래도 저사진에 중독될거 같어요  
선비만석 ㅋㅋㅋㅋ 저니야 건강하게 잘 지내지.....
반상사랑 |  2008-01-14 오후 3:18:35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보통 글솜씨가 아니군요..
아주 재밌게 읽었습니다.  
선비만석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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