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일기(3)
선비만석
제복을 입은 웨이터가 주문을 받기위해 그들에게로 다가왔다.
“손님!! 저희 레스토랑을 찾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뭘 주문하시겠습니까?!”
웨이터가 깍듯이 인사하면서 김 상무에게 메뉴판을 건넸다.
“소영 씨 뭘 드시겠어요?!”
“제가 사는 거니까 상무님이 먼저 말씀하세요........”
“그래요.......그럼 .........웨이터, 이집에서 가장 잘하는 메뉴가 어떤 거죠?”
“예, 저희 집은 안심 스테이크가 맛있습니다.”
“그럼 그걸로 ...........”
“두 분 모두 같은 걸로 하시겠습니까?”
“네........그러고요.......와인은 화이트로 주세요........”
“네에 와인은 프랑스산 17년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주문을 받은 웨이터가 돌아가자 둘 사이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소영이 남편과 레스토랑에 와본 것이 아마도 오륙년은 된 듯 하다. 사랑하는 남편과 레스토랑에 오지 못하고 돈을 벌기 위해 다른 남자와 왔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한강의 물줄기를 타고 수상스키를 즐기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소영에게 말을 건넨 것은 김 상무였다.
“소영 씨, 뭘 그렇게 바라보세요?”
“수상스키 타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 보이네요.......”
“소영 씨, 수영 같은 운동 좋아하세요?”
“네, 좋아하지만 시간이 너무 없어서........”
“그럼 담에 한번 시간 내보실래요. 제가 자주 가는 스포츠 센터가 있거든요.”
“그럴까요.........”
그들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는 동안 주문한 식사가 나왔다. 안심 스테이크는 생각보다 아주 맛있었다. 허긴 오랜만에 남자랑 칼질을 하는 기분을 남편은 알리 없지만 어쨌든 기분도 업 되고 오늘의 계약 건은 잘 풀릴 것 같았다.
식사를 끝내고 그들은 와인을 한잔씩 받아들고 음미를 하였다. 혀끝에 도는 화이트 와인의 감미로움이 소영의 전신을 나른하게 하였다. 낮술이라서 그런지 소영은 조금은 상기된 얼굴로 김 상무를 바라보았다. 이제 계약에 관해 이야기를 하여야 했다 타이밍 상 지금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 때를 놓치면 이야기를 하여도 효과를 거둘 수 없는 것이다.
“자아, 소영 씨의 건강을 위해서 ..........”
김 상무가 잔을 들어 소영의 앞으로 건배를 하기위해 내밀었다. 소영은 김 상무의 잔에 자신의 잔을 살짝 마주쳤다. 그리고는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그에게 친밀감을 나타내는 그런 싸인 이였다. 김 상무도 싫지 않은 듯 미소를 띠며 소영을 바라보았다. 소영은 이때를 놓치지 않았다.
“김 상무님, 제가 전번에 말씀드린 계약 건에 대해서 결정 하셨나요?”
“아........그거요. 단체보험이라서 회사 간부회의를 통과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언제쯤........힘 한번 써주세요”
“사실은 내일 그 문제를 거론하기로 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번에 그 계약만 성사 시키면 제가 크게 한 턱 낼 겁니다.”
“무슨 말씀을, 한턱 내지 않아도 되니까 부담 갖지 마셔요.”
“그래도 이게 다 상무님 덕분인데 제가 그냥 있을 수는 없지요.”
“소영 씨가 열심히 하신 덕분이니까 안 그러셔도 됩니다. 가끔 이렇게 데이트나 해 주세요. 우리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네에.......인연이죠........ 저야 시간이 많지만 상무님이 ...............바쁘신 분이라.....”
“소영 씨가 데이트 신청하면 시간을 내야죠........허허허”
김 상무는 와인 한잔을 다 비운 뒤라서 그런지 얼굴에 약간의 홍조를 띠우며 말했다.
소영은 김 상무의 말이 겉 치례 적일 거라 생각했다. 대 기업의 상무가 보험회사 설계사인 자신을 만날 일이 뭐가 그리 있으랴. 자리가 어색해 질 같아서 소영은 말을 바꾸었다.
“귀중한 시간을 내주셨는데.........점심이 너무 빈약한 것 같아요.”
“아닙니다. 저도 오늘 모처럼 즐거웠어요.”
“너무 오래 시간을 지체해서 죄송합니다. 상무님 바쁘실 텐데 그만 일어나실까요?”
소영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렇게 말하자 김 상무는 순간 소영의 팔을 잡았다.
“아뇨 조금만 같이 더 있어요. 낯 술이라 조금 취하는 걸요. 운전하기는 좀 ........”
“네에........그럼 우리 밖으로 나가요. 시원한 강바람을 마시면 금방 술이 깰 거예요.”
소영은 팔이 잡혀 엉거주춤한 자세로 그렇게 말했다.
“그러죠.................”
김 상무가 순하게 동의하고 소영의 팔을 놓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강변의 산책로를 따라서 그들은 나란히 걸었다. 마치 연인처럼 걸어가면서 그들은 잠시 할말을 찾지 못해 침묵 속에 걸었다. 소영이 무언가 침묵을 깨트리려 했을 때 김 상무가 슬그머니 소영의 손을 잡았다. 소영은 심히 놀랬으나 거절하지 않았다. 거절하면 얼마나 무안할까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계약이 내일 이루어 질것이라 확신 했기에 기분을 상하게 할 이유는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그들은 아무 말 없이 걸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