情
선비만석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힘든 때는 언제인가?
이런 물음에 쉽게 답하기는 어렵지만 나는 이 물음에 대한 답으로 정을 주거나 받기보다는 情을 떼기가 더운 힘들다는 것이 그것이라 말하고 싶다.
정든 사람이란 내 이웃에 사는 사람들 또는 내 부모님과 일가친척들 내 자식들 친구들 연인 등등 많은 정든 사람이 있겠지만 정을 뗀다는 것은 그 사람을 가슴속에서 내보내는 어려운 일이다.
벌써28년 전의 일이긴 하지만 아버지를 공동묘지에 묻으면서 나는 정말 목 놓아 울었다. 내 생전에 그렇게 슬프게 운적은 그때가 처음 이였다. 일제시대에 태어나 할아버지를 여덟 살에 여의시고 개가 하시는 할머니를 따라 가시면서 호강한번 못하셨던 내 아버지 돌아가시던 그날까지 일제의 수탈에 북해도 탄광에서 진폐증 환자가 되어서 평생 그 병을 이기지 못하시고 일흔 하나에 저 세상으로 가신 그분........ 아버지!!!!!
아버지라는 말을 해보는 것은 추석 성묘나 가서 술 한 잔 올리면서 하는 말로 잊혀져가고 내가 할아버지 소리를 듣는 시간의 흐름 앞에 아버지에 대한 내 기억들도 점차 쇠퇴되어 가고 나는 정마저 사멸되어 가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두 번째는 어머니를 보내고 목 놓아 울었다. 아파트 좁은 방에서 술 취해 잠들어 버린 이 불효자를 깨우시지도 못하고 운명하신 어머니.........어머니....... 아무도 임종을 지켜 드리지 못한 우리 어머니.........이글을 쓰는데도 왜 이리 눈물이 나는 걸까........
두 분이 내개 주셨던 情 그 정도 이제는 많이도 퇴색되어 내 가슴 저 구석에 아주 조그맣게 변해버렸는지.......생활에 찌들어서 그 분들을 잊어 버렸는지........
세상에서 아무리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은 자식에 대한 부모의 정일 것이다. 내 아들 놈 벌써 내년이면 우리나이로 서른 살이 되는데........ 아직도 비자발적 실업자이다.
이놈의 자식은 용돈이 떨어지면 애비에게 전화질을 한다. 어미에게는 차마 용돈 달라는 소리가 안나오는지 만만한 애비에겐 전화를 한다. 꼭 필요한 돈은 녀석의 통장으로 송금을 하여 주기는 하지만 애물단지임에도 그 놈의 정이 무언지.......
큰 딸애가 나이 스물두 살에 시집을 갈 때 나는 왜 그리 눈물이 나던지.......이젠 정을 받기가 두렵다. 정을 주기는 쉬우나 그 정을 떼기가 어려운 것과 같이 정을 받았다가 그 정이 떨어져 나갈 때 받는 가슴속의 치유 되지 않는 상처가 겁나기 때문 일거다.
나도 작가 란에서 활동 하시는 분들과도 자꾸만 정이 든다. 댓 글을 달면서 또는 그 사람의 글을 읽으면서 이런 저런 좋은 느낌으로 정이 들어간다.
우리는 인터넷상에서 익명으로 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기도 한다. 어찌 보면 현대사회의 과학문명의 혜택을 톡톡히 보는 셈이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옛적에야 사람 만나려면 마을로 나들이를 가야만 했지만 지금은 마주보지 않아도 대화가 가능하나 예전 같은 그런 정은 아닐 것이다.
쉽게 정이 들었다가, 또 그 인터넷을 멀리하면 또 쉽게 잊혀지는 그런 일이 허다하다.
전에 선비마을 바둑 모임을 속초에서 거창하게 치른 적이 있다. 그때 정이 많이 들었던 사람들도 생활 속에 자신의 일이 바쁘다 보니 점차 잊혀지게 되어 마음 한구석 서운하게 느꼈던 적이 있다.
결국 情이란 자주 만나고 함께 생활하는 생활권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예수는 이러한 것을 일찌기 간파하여 “네 이웃을 사랑하라” 고 설교하시지 않았던가.
사무실에서도 서로 소주 한잔 같이 하고 대화를 자주 나눈 사람들과 정이 들게 마련이다.
인연이 있어 만난 사람을 소홀히 하지마라. 인연이란 하늘이 맺어주는 것이니 ...........
情을 주되 그 대가를 바라지 마라 情은 그냥 주는 것이지 대가를 바라는 것은 계약 이니라 (어째 공자님 말씀같이 들리노라)
이 밤에 잠이 오지 않아(사실은 초저녁에 한잠 자고 깨어나서 떠는 궁상임) 情 떼기 어려움에 마음 아파 끄적끄적 이노라.
情
정든 님이 가시네
나를 두고 멀리 가네
가실 길이 그리 멀어
주셨던 정마저 걷어 가시네
내 정을 가져가시려면
내 몸도 데려 가오
당신 주신 정마저
이렇게 가져가면 허접스런 내 마음
어디에다 하소연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