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승부의 길은 어쩌면 철길처럼 그렇게 끝없이 양갈래로 갈라진 것은 아닐런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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勝負士
선비만석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김씨가 며칠째 기원 출입을 하지 아니하여 원장은 몹시 궁금하였다. 김씨는 한 때 전국적으로 강자의 면모를 뽐내던 이무기였다.
그런 김씨가 입단의 꿈을 포기하고 아마추어 강자로 각종 아마대회에 우승컵을 거머쥐기 시작할 때만 하여도 저러다 프로가 되는 것이 아닌가하고 주위 사람들의 촉망을 받았던지라 아마 육단인 두점머리 기원의 원장도 그에게는 두 점을 접고 둘 정도로 기력이 출중한 사람인데 회사라고 다니다가 그만둔 뒤로는 이곳저곳 각지의 기원을 돌면서 내기바둑을 둔다는 풍문이 있던 터라 아마도 또 어디에서 내기 바둑을 두는 것이겠지 추측을 할 뿐 이였다.
그는 결혼을 하였으나 바둑교실을 하나 운영 하는데 그 운영은 전적으로 부인이 운영하고 그는 그중에 아주 재능이 뛰어난 몇몇 어린 학생들에게 가끔 바둑을 두어주곤 하였다.
달포 전 대전에서 큰 건수를 몇 판 두고 왔다면서 기원에 와서는 원장과 그를 사범님이라 부르는 몇몇에게 푸짐하게 삼겹살 파티를 열어준 뒤로 그가 기원을 오지 않는 날이 너무 길어진 것이 아무래도 또 다른 큰 건수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그가 기원에서 객 손님 노릇을 하다가도 실력 있는 사람이라 기원의 손님들을 맞이하여 가끔은 바둑을 두어주는 터라 원장이 그에게 기료를 받지 않아 두점머리 기원에서 그가 기료를 내지 않는 유일한 사람 이였다.
몇 해 전인가 그가 서울에서 한판에 일천만원짜리 대국을 열판인가 벌였다는 소문이 돌더니 한동안은 그를 찾는 검은 안경의 사람이 가끔 두점머리 기원을 찾아오곤 하였으나 지리산인가 어디로 들어가 종적이 묘연한 그를 찾지 못하고 포기 한 적도 있었다.
원장이 그와 대국을 해봐도 그의 실력은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출중하였다. 원장도 한 때는 입단의 꿈을 가지고 바둑 공부를 한 탓으로 프로에게 정선으로 버틴다는 원장이 두 점을 접고도 이기기 어려우니 그의 실력이 프로보다 못하다는 이야기는 이 기원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포석, 중반전, 행마의 요령, 끝내기 등 어디하나 험 잡을 곳이 없는 그의 바둑을 한마디로 평하면 물 흐르듯 한다고 하는 말이 잘 어울릴 듯 하다.
오로에서 그는 전도사라는 닉네임으로 왕별을 달고 가끔 바둑을 둔다. 그가 오로에서 바둑을 두는 날이면 배팅에 목마른 사람들과 또또벳을 하는 애기가 들이 그에게 걸면 당연히 그가 이긴다. 하지만 그도 바둑을 질 때도 있다. 오로에서 그의 전적은 177승 11패이다. 무려 94%의 승률이다. 그가 11패의 패국을 가지고 있는 것은 그의 말에 의하면 프로기사에게 졌다는 것이다. 중국프로에게 3패 일본프로에게 2패 나머지 6패는 한국프로라는 것인데 그것은 확인할 수 없는 이야기인 것이다.
가끔 그를 찾는 전화가 기원으로 걸려올 때가 있다. 다만 그가 기원에 나타나지 않을 때는 전화도 뜸하다. 이럴 때는 그가 승부에 빠져 있는 시간이다.
이번에도 아마 그는 큰 판을 벌리고 있을게 뻔하다. 그가 기원에 나타나려면 아마도 일주일은 더 있어야 할 것이다.
원장은 그가 괜시리 기다려지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마치 헤어진 연인을 기다리는 마음처럼 그가 기다려지는 것은 왜일까?
김씨의 승부사적인 기질이 프로로서 꽃피우지 못한 것은 어쩌면 그의 가난한 집안 사정이 그 이유였다. 프로가 되기 위해 건봉사라는 사찰에서 공부하던 그를 투기꾼인 내기꾼들이 그를 프로에겐 금기시된 내기바둑으로 내몰았으며 그는 프로 입단대회를 그러한 전력으로 인해 한번도 나가지 못하였다.
며칠 전 그가 한 말이 갑자기 생각났다.
“이봐 이 원장!! 나 이번엔 좀 오래 걸릴 것 같으이........!!”
“아니 김 형!! 어디 멀리 가시오?!”
“누가 한 보름간 보자는데 ....... 딱히 거절할 수 없는 일이라서........”
“판이 큰가요?!”
“글세........그건 잘 모르겠고, 쌍방간 대리전 같은데.......내가 이번엔 그리 탐탁하지 않으이.......하지만 어쩌겠나.!!”
이렇게 말을 남기고 나간것이 어느새 일주일을 훌쩍 넘긴 터라 궁금증은 더했다.
대리전이라고 하는 것이 아마도 돈 많은 애기가 들이 승부사를 고용하여 두는 것을 말 하는 것 같은데 원장도 숨은 고수들이 대리 전을 두어주고 승일 때는 판돈의 반을 상금으로 받고 패국일 때는 아무것도 못 받는 것으로 지하 바둑세계에서는 가끔씩 벌어지는 이 대국에 숨은 고수들이 나타난다는 것이 풍문으로 전해져 내려온다는 것을 들은적이 있다. 하지만 원장은 그런 대국을 두어본 적도 없거니와 그런 곳에 나타나는 고수들의 면목도 본적이 없다. 다만 풍문으로 들리는 소리이니 확인을 할 방법도 없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