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에 용석은 신체 검사를 받으러 삼척으러 갔다. 신체 검사가 끝난 시간은 오후 한시가 넘어서였다. 다시 기차를 타고 묵호로 돌아온 용석은 중국집에 들러 짜장면으로 끼니를 때운 후 다시 기원으로 향했다. 마치 마약 중독자처럼 자연스레 기원으로 발걸음이 움직였다.
기원으로 가는 동안 용석은 다짐했다. 이번에는 꼭 이기기로....
용석이 기원문을 들어서면서 송씨를 찾았으나 송씨는 보이지 않았다.
용석이 들어서자 원장이 웃으면서 말했다.
"송씨 찾으시우?! 송씨는 오늘 못올거요..어제 늦게까지 바둑두고 갔으니 마누라에게 혼좀 날꺼야...!!"
"바둑둘 사람이 없네..."
기원안은 서로들 어울려 바둑을 두느라 자욱한 담배연기와 바둑돌 부딫히는 소리와 입씨름 하는 사람들 소리로 뒤석여 소란스러웠다.
용석은 구석진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연탄 난로의 온기가 용석의 자리까지는 미치지 않는지 조금은 을씨년 스럽게 느껴졌다.
용석은 하는 수 없이 기원에 굴러 다니는 바둑지를 이리저리 훓어 보면서 바둑판에 복기를 하였다. 한참을 그러고 있는데 누군가가 용석의 자리로 다가오는 느낌에 용석은 고개를 들었다.
송씨라고 생각을 했으나 용석의 앞에 다가온 사람은 처음보는 얼굴로 용석의 나이정도 된듯한 사람이였다.
"바둑두실 사람이 없으신가요?!"
"네..!!"
"제가 두어 드릴까요?!"
"감사합니다...."
"그럼 여덟점을 접으세요....!! 그리고 그냥하면 심심하실테니 한판에 백원씩 걸고 하시고요...지시면 아홉접으로 올리고 아홉점 이상은 접지 않고요 이기시면 한점씩 내려 드립니다."
"예?! 여덟점이나요?......"
"그래야 바둑이 될겁니다."
순간 용석은 이사람이 프로기사인가? 아무리 강1급이라도 5점이면 될텐데 8점을 접으라니 도데체 얼마나 잘두는 바둑이길래...라는 생각이 스쳤지만 이미 상대방이 용석의 자리에 마주 앉았는데 도망갈 수도 없는 일이다. 용석은 바둑판위에 여덟점을 늘어 놓았다.
바둑판은 천원을 제외하고는 온통 흑돌로 까맣게 덮혀 있다. 상대방의 손이 바둑알통 으로 들어가는가 싶더니 바둑돌 하나가 용석의 좌하귀에 눈목자로 걸쳐진다. 용석은 날일자로 반대편으로 굳혔다.
그는 이리저리 하얀 바둑돌을 반상위에 올려 놓기 시작했다.
용석은 상대방의 돌이 놓일때 마다 이리저리 마치 코를 꿰인 송아지 처럼 따라 다니며 응수 하기가 바빴다. 교묘하게 상대방은 용석이 받지 않을 수 없는 자리만 골라서 두는데 용석은 정신없이 막기에 급급하였다.
바둑판에 수많은 돌들이 번갈아 오르내린다. 그중엔 죽은돌과 살아있는 돌로 나뉜다.
살아있는 돌은 판을 거둘 때 까지 반상위에서 제 사명을 다하지만 죽은 돌은 인정사정없이 거두어진다.
대열에서 탈락한 낙오자 처럼 반상위에서 거두어 지는 흑돌들은 백의 포로가 되어 그들의 감옥에 갇혀버린다.
첫판의 승부는 용석이 다섯집을 졌다. 분명 앞서 나갔는데 마지막 결과는 패배였다.
참으로 허탈한 심정에 용석은 가슴이 무너진다.
여덟점을 놓고 져보기는 바둑을 처음 배울 때 말고는 져본일이 없고 더군다나 여덟점을 접고 두어본 적이 언제이던가....
용석은 지갑을 열어 백원짜리 지폐를 꺼내어 상대방에게 내밀었다. 상대방은 아무말도 없이 냉큼 지폐를 받아들더니 반으로 접어서는 바둑알통 뚜껑아래에 넣는다.
두번째판 용석은 치욕스럽게도 아홉점을 놓았다.
그리고는 혼심의 힘을 다해서 바둑을 두었다.
결과는 용석이 겨우 한집을 이겼다. 용석은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판에는 일곱점으로 내리리라.]
이렇게 다짐을 하면서 바둑을 두었으나 여덟점을 놓으면 반드시 졌고 아홉점을 놓고도 겨우 한집아니면 두집밖에는 이길수가 없었다.
밤이 늦도록 바둑을 두었는데 용석은 도저히 일곱점으로 내릴수가 없었다.
"이제 그만하죠..!!"
그 친구가 이렇게 말하면서 용석이 잃은 오백원을 용석에게 돌려 주었다.
용석은 의아하게 생각이 되어 그 친구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자 그 친구가 말했다.
"기원에서 내기 바둑은 두지 마세요....!! 재미는 있을지 모르나 바둑도 안늘고..또 돈잃고 기분좋은 일은 없어요..!! 내기바둑 두자고 하는 사람들은 대개는 꾼들이고 자기 급수에서 두세점은 내려서 둔답니다...!!"
"녜?! 정말 그렇나요?!"
"그럼요..저도 바둑 배울 때는 정말 많이 당했죠..."
용석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그 사람은 기원을 나갔다.
한참을 멍하니 사내가 나간 기원문을 바라보고 있는 용석에게 원장이 다가왔다.
"어때요?! 바둑이 잘되던가요?! 오늘 좋은 선생님 만나셨네...."
"네?! 좋은 선생님이요?"
"그럼요..그 친구 프로지망생이고 강원도 선수권자예요...윤 철순 이라고 하는 친군데...아직 프로가 못되어서 그렇지요..강원도에서는 알아줍니다."
"네에..?! "
용석은 마치 머리에 커다란 망치로 얻어 맞은듯 띵한 충격이 몰려왔다. 윤철순 이라....강원일보에선가 기보가 실린 곳에 그의 이름을 본적이 있는듯도 하였다.
[그런 실력자니 여덟점을 놓고도 이길수가 없었지]
용석은 자신이 오급이라고 떠들고 다닌것이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기원문을 나섰다.
겨울밤 하늘엔 추워보이는 별빛들이 가로등 불빛에 빛이 가려졌는지 흐미하게 그의 눈으로 들어왔다.
사촌형의 집으로 항햐는 언덕길을 오르는데 하나 둘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실력이 3급이상 될때 까지는 내기 바둑을 두지 않으리라..!!]
용석은 언덕을 오르면서 그렇게 다짐을 하였다. -END-
後記 : 글도 제데로 쓸줄 모르는 자의 오기가 최종회 까지 오게 되었네요....아마도 기우 여러분의 많은 격려덕인가 합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음에는 미리 집필 준비를 하고 잘 다듬어서 쓰도록 하겠습니다.